속초 신흥사서 가져간 불교경판 65년 만에 반환한 미군

뉴스1

입력 2019-03-26 11:42 수정 2019-03-26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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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직후 폐허된 신흥사서 경판 챙겨 미국으로 가져가
제반문의 마지막 장…26일부터 일반에 공개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미군 장교에 의해 반출됐던 강원도 속초 신흥사에 있던 경판이 65년 만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대한불교조계종 제3교구 본사 설악산 신흥사(주지 우송스님)는 지난 18일 미국 시애틀에 거주하는 리차드 B. 락웰씨(92)로부터 ‘제반문’(諸般文) 목판 1점을 돌려받았다고 26일 밝혔다.

6.25전쟁 직후인 1954년 10월 속초에 주둔하던 락웰씨(당시 미 해병대 중위)는 부대원들과 수색정찰 임무를 수행하던 중 신흥사에 들렀고 전쟁으로 폐허가 된 신흥사 경내를 살펴보다가 파괴된 전각 주변에서 경판 1점을 수습한 뒤 같은 해 11월 미국으로 가지고 갔다.

이후 락웰씨는 2018년 1월 한국에서 미 해병대 장교 재직(1953~1954) 시절 자신이 직접 촬영한 속초시 옛 사진자료 등 279점을 속초시립박물관에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전하고 경판의 소장 사실과 반환 의사도 함께 밝혔다.

속초시립박물관은 지난해 3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경판과 기록사진에 대한 조사와 환수업무를 요청했고 조사결과 이 경판이 신흥사에서 반출된 것이라는 사실을 최종 확인했다.

재단은 지난달 ‘신흥사 경판 1점을 미국 시애틀에 거주하는 주한미군 출신 락웰씨가 보관하고 있으며 이를 신흥사에 돌려주고자 한다’는 사실을 신흥사에 통보했고 신흥사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 안민석 의원과 함께 락웰씨의 시애틀 자택을 찾아 경판을 돌려받았다.

이번에 돌려받은 경판은 사찰에서 수행했던 일상의 천도의식과 상용의례를 기록한 ‘제반문’의 경판으로, 원래 신흥사에 전해오던 제반문 경판은 전체 88장으로 구성된 총 수량 44점 내외로 추정되나 6.25전쟁을 전후로 대다수 잃어버려 현재 신흥사에는 14점만 남아 있다.

이번에 반환된 경판은 제반문의 마지막 장에 해당하는 88장이 87장과 함께 목판의 양면에 새겨진 형태로 경판의 상태도 매우 양호하다.

특히 87장과 88장에 각각 시주자의 이름이 ‘연옥’(連玉), ‘김우상양주’(金祐尙兩主)로 확인되어 목판 조성과 관련된 새로운 정보도 추가로 파악됐다.

돌아온 경판은 26일부터 설악산 국립공원 소공원 내에 위치한 신흥사 유물전시관 1층에 전시돼 일반에 공개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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