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환자 약물투여 없이 혈자리에 전기자극 줘 혈압 낮춘다

뉴스1

입력 2019-03-21 10:37 수정 2019-03-21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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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관혈 주변 경피신경 전기자극(TMNS) 시 혈압강하 효과 측정(한국한의학연구원 제공)© 뉴스1
국내 연구진이 약물투여 없이 특정 혈자리에 전기 자극을 줘 고혈압 환자의 혈압을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한국한의학연구원(KIOM·원장 김종열)은 임상의학부 류연희 박사 연구팀과 대구한의대 김희영 교수 연구팀이 공동 임상연구로 특정 혈자리에 전기 자극 시 혈압이 떨어지는 효과를 입증하고, 작용 기전을 규명했다고 21일 밝혔다.

연구팀은 고혈압 동물모델의 침 치료 효과를 규명한 선행 연구결과를 임상 연구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부여했다.

고혈압은 한국인이 가장 흔하게 앓는 만성 질환 중 하나이다.

질병관리본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국인의 고혈압 유병률은 26.9%에 달해 국민 4명 중 1명이 고혈압 환자이다.

대한고혈압학회는 최근 공개한 고혈압 팩트시트에서 국내 고혈압 환자 수가 1100만 명을 넘는 것으로 추정되며, 그중 65%는 최소 1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을 동반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고혈압 환자는 약물치료로 평생 약을 복용하며 꾸준히 관리를 받는 실정이다.

이에 연구팀은 고혈압에 활용되는 침 치료에 주목해 특정 혈자리 주변 정중신경 자극의 혈압 강하 효과와 작용기전을 규명하고자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약물치료 경험이 없는 1단계 고혈압 환자 11명을 대상으로 한의학에서 심장질환과 혈압강하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내관혈(內關血) 주변 정중신경에 경피신경 전기자극을 줬다.

피험자들에게 내관혈 주변 정중신경에 전극 간 거리(2cm, 4cm, 6cm)와전극 신호(10Hz, 30Hz, 100Hz, 300Hz) 등을 달리해 30분간 전기 자극을 주며 4차례 혈압을 측정했다.

그 결과 왼팔에 전극 간 거리 4cm, 전극 신호 10Hz로 전기 자극을 줄 때 수축기 혈압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으며(평균 14%↓) 피험자도 불편함을 가장 적게 느낀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러한 치료를 주 1회 지속해서 받은 환자의 경우 4주차 때 수축기 혈압이 평균 155mmHg에서 140mmHg로 떨어졌고, 그 효과가 14주까지 유지됐다.

연구팀은 경혈 주변 전기 자극 시 나타나는 혈압 강하의 작용기전을 확인하기 위해 미세신경기록법(microneurography)을 활용해 정중신경 부위의 신경섬유 활동성을 측정했다.

그 결과 전기 자극이 C섬유를 활성화 시킨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 C섬유 활성 작용제인 캡사이신을 활용한 추가 실험을 통해 C섬유가 활성화 될 때 혈압 강하가 유발된다는 작용기전을 밝혀냈다.

한의학연 류연희 박사© 뉴스1
류연희 박사는 “동물모델과 임상연구를 잇는 중개 연구모델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번 연구 결과는 의미가 크다”며 “약물투여 없이 일상에서 고혈압 조절이 가능한 웨어러블 디바이스 개발 등 후속 연구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열 원장은 “경혈경락체계는 수천 년 간 임상에서 활용돼온 한의학의 근간을 이루는 중심 이론”이라며 “경혈경락체계가 과학적 근거 구축을 통해 세계 속에서 생체조절 시스템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는 한의학의 주요 치료방법인 경혈 침 치료의 고혈압 치료 효과를 과학적으로 밝힌 것으로 고혈압의 비 약물치료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현재 혈압, 맥박 등 생체신호 측정 위주인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기능이 치료 분야까지 확장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전ㆍ충남=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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