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홈쇼핑 ‘라돈베개’ 슬며시 회수…피해보상액도 떠안을 판

뉴스1

입력 2019-03-21 08:32 수정 2019-03-2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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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라돈베개 180여개 전량 회수 뒤늦게 알려져
매뉴얼없이 수거·2천여만원 보상 진행…판매사와 분쟁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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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홈쇼핑이 지난해 말 고객 항의로 이른바 ‘라돈 베개’를 판매한 사실을 뒤늦게 인지하고 회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고객들에 대한 공개 사과도 없이 회수작업을 진행해 ‘라돈 베개’ 판매 사실을 숨기려 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문제는 또 있다. 명확한 매뉴얼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수거 및 보상 절차를 진행하면서 2000여만원의 피해액을 고스란히 떠안을 판이다. 라돈 베개 수거 및 보상은 제조·판매사에 1차적 책임이 있지만 논란 확산을 막기 위해 유통사인 공영홈쇼핑이 섣불리 나서면서 향후 법적 분쟁 가능성도 제기된다.

2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기선 자유한국당 의원이 공영홈쇼핑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영홈쇼핑은 지난 2016년 11월 판매했던 메모리폼 베개에서 기준치 이상의 라돈이 검출됐다는 고객 불만이 접수돼 확인 절차를 거쳐 지난해 11월 전량에 가까운 180여개를 회수했다.

해당 메모리폼 베개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지난해 11월2일 라돈이 검출돼 행정조치를 실시한다고 밝힌 제품이다.

원안위는 당시 A사가 중국업체로부터 수입·판매한 메모리폼 베개는 대진침대와 마찬가지로 제품에서 2㎝ 높이에서 매일 10시간씩 1년간 3650시간을 사용했을 경우 연간 피폭선량 1밀리시버트를 초과(8.951mSv)했다고 밝혔었다. 또 라돈 등 생활주변방사선이 연간 기준치를 넘어선 만큼 해당 업체에 수거명령 등 행정조치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공영홈쇼핑에서 해당 제품을 구매했던 한 고객은 이 같은 사실이 언론보도 등을 통해 알려졌는 데도 유통사인 공영홈쇼핑과 판매사인 A사 등이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자, 5일 뒤인 11월7일 공영홈쇼핑 측에 불만을 접수했다. 이에 공영홈쇼핑은 부랴 부랴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판매됐던 189개(고객 116명) 제품을 전량 회수에 나섰다.

공영홈쇼핑은 연락처 변경 등으로 끝내 연락이 닿지 않은 7명을 제외한 나머지 고객들로부터 베개를 회수해 곧바로 판매사에 전달했다. 또 1개당 7만9000원~11만9000원 가량이었던 해당 제품에 대해서도 전부 환불 조치해 2000만원 가량을 물어줬다.

이렇게 보면 공영홈쇼핑이 발빠른 처리를 한 듯 보이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원안위는 A업체에게 수거 책임을 지웠으나 공영홈쇼핑은 이미지 타격을 우려해 우선 수거를 한 뒤 전량 A업체에 보냈다. 보상 역시 실제 라돈 검출 수량 확인 후 진행하는 게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A업체의 입장과 달리 자신들이 먼저 환불 조치했다.

이후 공영홈쇼핑은 A업체에 구상권 등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11월20일께 ‘방사선 초과 검출 판매상품에 대한 제조사와 판매사의 책임관계에 따른 법적 이슈 검토’라는 제목으로 법무법인에 자문을 구했다.

‘선 조치-후 책임 소재 확인’인 셈이다. 하지만 A업체는 자체 검수 결과 180여개 수거 제품 중 2개 제품에서만 라돈이 검출돼 이에 대해서만 책임을 지겠다고 발을 뺐다. 최악의 경우 2000여만원의 환불액을 전부를 공영홈쇼핑이 떠안게 된 셈이다. A업체는 명확한 책임 규명을 위해 현재 공인인증기관에 전량 재검수를 맡긴 상태다. 원안위는 A업체 조치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A업체 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사전에 이 같은 상황을 우려했지만 공영홈쇼핑 측이 ‘이미지가 있어 우선 회수, 먼저 환불하겠다’고 알려와 그렇게 처리했다”고 말했다. 자체 조사 결과와 마찬가지로 끝내 라돈 베개가 소량에 그치면 “해당 규모 수준만 책임지겠다는 입장도 그대로”라고 부연했다.

원안위 관계자는 “수거 및 보상 책임은 기본적으로 제조사에 있는데 유통사인 공영홈쇼핑이 나선 까닭을 알 수 없다. 지난번 라돈침대 사태는 대진침대가 감당하지 못해 정부가 행정대집행 등으로 수거한 것인데, 공영홈쇼핑의 경우 정부기관의 무리한 권력 남용으로 볼 수 있다”며 “향후 양사간 다툼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밖에 공영홈쇼핑이 중기부 산하 공공기관인 데도 라돈 베개 수거과정에 어떠한 공식 사과나 공지를 사전에 하지 않은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유통사라고는 하지만 지난해 말까지 라돈 포비아가 한창이었는데 어떤 입장과 공지도 내지 않았다는 건 논란을 피하기 위한 꼼수로 여겨진다”며 “제조·판매사와의 책임 소재도 가리지 않은 채 매뉴얼 없이 움직인 점도 주먹구구 행정의 전형으로 보여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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