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한투 발행어음’ 처리 머뭇머뭇… 금융시장만 혼란

장윤정 기자 , 신민기 기자

입력 2019-03-21 03:00 수정 2019-03-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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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명백한 위법” 밝혔지만 두차례 심의서 위원들 의견 엇갈려
세번째 심의는 4월 연기 가능성도
금융위 법령심의위는 ‘한투’ 손 들어… 한투 “결론 안나 각종 사업 차질”
증권가는 ‘가이드라인’ 몰라 눈치만


금융감독원이 ‘제1호 초대형 투자은행(IB)’인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관련 징계 여부를 결정짓지 못하고 차일피일 미루면서 금융시장에 혼란만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통은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에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를 여는데 이달 28일에는 회의를 열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27일 국회 업무보고가 잡혀 있어 제재심이 아예 4월로 미뤄질 공산이 크다”고 밝혔다.


○ 중징계 예고 칼 빼들었지만 ‘엉거주춤’ 금감원

2017년 한투증권은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1673억 원의 자금을 특수목적회사(SPC)에 빌려줬다. SPC는 이 돈으로 SK실트론 지분 19.4%를 사들여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총수익스와프계약(TRS)을 맺었다. TRS는 주식 투자에 따른 수익과 리스크를 나누는 파생 거래로, 이 계약으로 최 회장은 일정한 수수료를 지불하는 대신에 SK실트론 지분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권을 갖게 됐다.

지난해 종합검사 중 이 거래를 발견한 금감원은 한투증권의 발행어음 자금이 결과적으로 주식 형태를 통해 개인인 최 회장에게 흘러간 것이나 다름없다고 봤다. 발행어음을 통한 개인대출로 명백히 자본시장법을 어겼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한투증권에 기관경고와 임원해임 권고, 일부 영업정지 등 중징계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나 한투증권은 특수목적회사에 투자했고 최 회장과 직접 자금을 주고받은 것이 아니어서 개인대출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그런데 정작 이 문제에 대한 제재 여부나 수위를 결정하는 제재심은 석 달째 아무런 결론을 못 내고 있다. 일단 제재심 내부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올 1월 두 차례 열린 제재심에서도 위원들의 의견은 분분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양쪽의 주장과 해명이 이어지다 보니 정작 민간위원들이 결론을 내리지 못한 듯하다”고 전했다.

여기에 금융위원회의 자문기구인 법령해석심의위원회(법령심의위)가 “자본시장법 위반이 아니다”라며 한투증권의 손을 들어준 것도 금감원에 부담을 주고 있다. 금감원은 한투증권 제재 때문에 자칫 최근 금융위와의 ‘화해 무드’가 깨질까 염려하는 모습이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한투 제재심과 관련해 “금융위와 금감원 간 갈등을 최소화하며 보다 나은 해법을 찾아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 3개월 넘도록 징계 ‘안갯속’, 금융권은 혼란


금융권은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금감원이 제재에 대한 결론을 내려 시장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줘야 하는데 몇 달째 안갯속이기 때문이다.

당사자인 한투증권은 경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한투증권 고위 관계자는 “발행어음 제재 문제가 결론이 나지 않아 여러 사업을 하는 데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털어놨다. 당장 고용노동부의 기금운용 전담운용사 선정에 불똥이 튈까 노심초사다. 고용보험기금 규모는 약 10조 원으로 다른 기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규모는 아니다.

하지만 고용부가 추진하고 있는 기금형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되면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시장 규모가 훨씬 커질 수 있는 만큼 실적을 쌓아둘 필요가 있다.

회사채 발행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제재 문제 때문에 한투증권이 SK 계열사들의 회사채 발행에 손을 대지 못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올해 초에만 SK(3000억 원), SK에너지(5000억 원), SK인천석유화학(6000억 원) 등 굵직한 딜이 많았지만 한투증권이 수임한 건은 없었다.

장윤정 yunjung@donga.com·신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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