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동아 창간 11주년 기념…스포츠스타 11인이 ‘2008년 나에게 보내는 편지’ (하)

최용석 기자 , 정지욱 , 고봉준 기자 , 장은상 기자 , 강산 기자

입력 2019-03-21 05:30 수정 2019-03-2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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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연.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08년 3월 24일 스포츠동아는 첫 번째 신문을 선보였다. 11년의 시간이 흘렀다. 2008년 그 때로 돌아가 내 과거를 만난다면 어떤 말을 하고 싶을까. 스포츠동아가 창간한 그 해는 많은 이들에게도 새로운 출발과 도전의 시간이었다. 11년 전 특별한 출발선 앞에 섰던 11명에게 11년 전 자신에게 쓰는 편지를 부탁했다. 11년 전 큰 꿈을 꾸던 신인도 있었고 극심한 슬럼프를 겪은 주인공도 있었다. 긴 시간의 노력으로 이들은 많은 것을 이뤄냈다. 11년 전 자신에게 쓰는 편지는 감동이 있고, 또 어떤 인생지침서보다 선명했다. 스포츠동아는 창간 11주년을 기념해 두 차례에 나눠 스포츠스타 11명의 ‘2008년 나에게 보내는 편지’를 게재한다.


● 프로축구 지소연(첼시 레이디스)

17살의 어린 소연아! 큰 부상 없이 열심히 축구할 수 있게 해 줘서 항상 고마워. 열심히 노력한 덕분에 2008년에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U-17) 여자월드컵 8강도 올라가봤네. 그렇게 잘 성장해줘서 2010년에는 FIFA U-20 여자월드컵에서는 3위를 차지했단다. 실버슈까지 받아서 너무 기뻤어. 그 후로 일본 진출해서 축구선수로 한 걸음 발돋움하는 3년을 보냈고, 2014년에는 꿈에 그리던 유럽 진출도 하게 됐어. 외롭고 힘들 때도 있었지만 좋은 사람들을 만난 덕분에 잘 버틸 수 있었어. 2015년 영국에서 올해의 선수상 받았을 때는 지금까지의 노력이 조금은 인정받은 것 같아서 너무 뿌듯했고 행복했어. 2015년에는 캐나다 여자월드컵에서 나갔고, 16강 진출하게 된 것도 기억에 남네. 곧 뛰게 될 프랑스 월드컵도 10년 뒤 좋은 기억으로 추억될 수 있도록 후회 없이 열심히 해볼게. 파이팅!

정리|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함지훈. 사진제공|KBL

● 프로농구 함지훈(울산 현대모비스)

2008년, 지훈이는 프로생활을 막 시작한 신인이었지. 그 때 우리 팀은 ‘모비스 고등학교’로 불릴 만큼 엄격하고 훈련량이 많았잖아. 매일 새벽, 오전, 오후, 야간으로 정신없이 운동만 했었지. 게으르고 잠도 많은데 새벽에 일어나서 어떻게 그렇게 뛰었는지…. 다시 그렇게 하라면 절대 못할 거야. 그래도 하루하루를 이기고 견뎌내고 버텨내면서 여기까지 왔네. 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 그 덕분에 지금의 함지훈이 있었던 것이니까. 화려하지는 않지만 나름 성공한 인생을 살아온 것 아닐까? 하하. 운도 많이 따른 것 같아. 좋은 팀, 좋은 동료, 좋은 감독님을 만났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으니까. 우리 팀이 아니었다면 진작 은퇴했을지도 몰라. 그래도 더 여러 가지로 더 노력을 하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아. 어릴 땐 몸 생각 안하고 콜라, 피자, 햄버거 많이 먹었으니까. (이)대성이처럼 식단 관리 했으면 지금쯤 나도 근육질 몸일 텐데…. 그래도 고맙다, 2008년 지훈아!

정리|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유소연.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프로골프 유소연(메디힐)

2008년, 겨우 18살이던 소연이는 처음 프로 세계에 데뷔해서 모든 것이 어리둥절하기만 했지. 그래도 11년이 지난 지금, 어릴 적 내가 그토록 꿈꾸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선수로 성장해서 그때의 나에게 편지를 쓴다니 참 신기하고 뿌듯하구나. 늘 학교라는 울타리, 국가대표라는 테두리 안에서 자라오다가 비로소 세상 밖으로 나왔을 때, 신이 나기도 했지만 두려운 것이 더 많았던 것 같아. 어린 나이에도 프로라는 이유만으로 그에 걸맞은 말과 행동 그리고 좋은 성적을 내야한다는 부담감이 당시의 두려움을 만들지 않았나 싶어. 하지만 네가 그 두려움을 모두 이겨내고 잘 해 올 수 있었던 이유는 그만큼 골프를 사랑하는 마음 덕분이었던 것 같아. 이토록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질 수 있는 나는 정말 행운아가 아닐까? 앞으로도 이러한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나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선수가 됐으면 좋겠어. 지금의 내가 있게 해준 과거의 나에게 감사하며….

정리|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KIA 김선빈. 스포츠동아DB

● 프로야구 김선빈(KIA 타이거즈)

2008년은 ‘고민의 해’였다. 이제 막 20살이 됐을 무렵, 그때의 선빈이는 프로 지명과 대학 진학 사이에서 고민하는 고교 졸업생이었지. 프로 지명을 받을 것이란 생각은 못했는데, 감사하게도 KIA의 선택을 받았어. 아버지와 긴 고민 끝에 프로행을 결심했다. 다시 생각해도 좋은 선택이었다고 말해주고 싶어. 지금까지 선수생활을 하면서 여러 감독님들과 코칭스태프, 좋은 선후배들을 만났으니까. 그리고 가장 열성적인 우리 팬들의 응원을 받을 수 있어 기쁘고. 이제 어느덧 30살을 넘겼네. 20대 때는 30살을 넘은 선배들이 체력에 관한 이야기를 아무리 해도 크게 와 닿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때의 나에게 ‘체력’을 말해주고 싶다. 탄탄하게 관리를 잘해 30살 넘어서도 몸의 무거움을 느끼지 않는 몸을 만들어줬으면 한다. 수비를 중요하게 따지는 것을 일찍부터 깨우쳤으면 하는 마음도 있어. 어제, 그리고 오늘 배운 것을 그때의 나에게 알려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정리|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키움 서건창. 스포츠동아DB

● 프로야구 서건창(키움 히어로즈)

열정과 패기가 넘치던 20살의 서건창,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는 더욱 더 앞만 보고 달렸지. 신고 선수의 신화도 지금 와서 기분 좋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정말 막막했거든. 그런데도 난 앞만 보고 달렸어. 무서울 게 없던 시절이었지. 기회는 언젠가 올 것이라는 믿음이 매우 강했던 것 같아. 1군 엔트리에 처음 등록됐던 6월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마무리가 좋지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도 그때의 기분이 프로에 와서 정말 손꼽을 정도로 좋았던 기억이다. 그 때의 나에게 고맙다. 나는 아직도 흔들릴 때마다 당시의 그 기억을 떠올리곤 해. ‘포기하지 말라’는 진부한 말을 당시의 나에게 전하겠다. 실제 나는 포기하지 않고 버텼다. 그래서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11년 전 나에게 너무 고맙다. 버티고 있으면 기회는 ‘내일’ 올 지도 모른다. 그러니 조금만 더 버텨볼게. 아! 30살이 넘은 지금까지도 그 시절과 똑같은 마음가짐이 있다. 나는 여전히 ‘후회 없는 하루’를 살고 있다. 매일매일 최선을 다한다.

정리|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임효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쇼트트랙 임효준(한국체대)

12살 쇼트트랙 꿈나무 효준아. 고된 훈련에 운동을 그만둘까 고민하고 있니? 가족들과 떨어져 혼자 지내 는 게 겁이 나니? 고향 대구에서 새벽부터 저녁까지 녹초가 되도록 운동하고 집에 돌아와선 올림픽에 나온 선수들의 영상을 매일같이 복기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어리지만 확고한 목표를 가지고 있었기에 고향과 가족을 떠나 혼자 서울에서 운동하기로 결정했잖니. 부디 너의 선택을 의심하지 말고 과감하게 앞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몇 년이 지나면 그토록 꿈꾸던 무대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는 너를 기대하며 응원한다. 11년 뒤 2006토리노올림픽에서 3관왕에 오른 안현수 선배처럼, 한국 쇼트트랙의 대명사이자 금메달리스트로 성장해 올림픽 첫 4관왕에 도전하는 꿈을 꿨잖아. 비록 4관왕은 아니었지만, 2018평창올림픽 남자 15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실력을 입증했고, 2019년 세계선수권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했지. 그 자체로 엄청난 성과가 아닐까. 이제는 11년 전에 그토록 꿈꿨던 올림픽 첫 4관왕의 꿈을 향해 달려가야 한다. 넌 반드시 해낼 거야.

정리|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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