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정상 무역 담판 6월로 재연기 가능성… 한국 경제 ‘끙끙’

신민기 기자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입력 2019-03-18 03:00 수정 2019-03-18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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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행 보장’ 합의문 명시 요구… 中 거부로 접점 못찾아 진통
트럼프-시진핑, 日 G20서 만날듯
美경제도 분쟁 탓 9조원 손실… 상품 무역적자 999조원 사상 최대


정상 간 담판을 통해 조만간 해결될 것으로 기대됐던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중 정상 간 만남이 지연되면서 합의가 미뤄지고 있어서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내상도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다음 달 열릴 것으로 예상되던 미중 정상의 무역 담판이 6월로 다시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16일 보도했다.

그동안 나온 시나리오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이달 말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는 방안이 가장 유력했다. 하지만 다음 달로 정상회담 개최가 미뤄진 데 이어 또다시 연기설이 나오면서 미중 무역협상에 이상신호가 생긴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미국은 미중 합의를 중국이 이행하도록 보장하는 메커니즘을 합의문에 명시하라고 요구하지만 중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15일 폐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국회 역할)에서 정부가 행정수단을 이용해 외국 기업의 기술을 강제로 중국 기업에 이전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 포함된 외상투자법을 통과시켰다. 협상 과정에서 미국을 달래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이런 조치도 미국을 만족시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SCMP는 중국 정가 소식통 등을 인용해 “4월까지 미중이 합의를 이루지 못할 것”이라며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미중 정상이 관세전쟁을 끝내기 위한 담판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중 정상회담의 경우 중국 지도부는 산업정책을 포기하기가 어렵고, 미국은 현재의 긴장상태를 즐기는 모양새라 합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실물경제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분쟁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서 중국은 물론이고 세계 경제의 엔진인 미국 경제가 입는 타격도 커지는 추세다. 로이터통신은 16일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등 미국 주요 대학의 경제학자들이 최근 공동 분석한 결과 미국 경제가 무역전쟁으로 인해 지난해 약 78억 달러(약 8조9000억 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와 무역마찰을 빚고 있는 국가들에 대한 미국의 수출이 11% 감소했다. 이 같은 손실 규모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0.04%에 해당한다.

한국은행이 17일 내놓은 ‘해외경제 동향’에 따르면 글로벌 경기 둔화로 미국의 대외 수요는 줄어든 반면 내수 호조로 수입은 늘면서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될 공산이 더 커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상품 및 서비스 무역수지는 6210억 달러(약 706조 원)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일어난 2008년 이후 최대치였다. 특히 상품 기준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8787억 달러(약 999조 원)로 미국 역사상 최대였다.

특히 미중 무역전쟁 이후 미국의 대(對)중국 수출이 큰 폭으로 줄었다. 한은에 따르면 미국의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는 2017년 3756억 달러에서 지난해 4192억 달러로 늘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7∼12월) 중국으로 수출한 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20.8% 급감했다. 미국의 관세폭탄에 반발한 중국이 대두 수입처를 미국에서 브라질로 바꾸는 등 보복에 나섰기 때문이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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