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까지 헤드헌터 보내 ‘통큰오퍼’… ICT 인재 쟁탈전

김재형기자

입력 2019-03-14 03:00 수정 2019-03-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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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증강현실-자율주행차 등 사업 커지는데 인재 턱없이 부족
경쟁업체 ‘두뇌 빼가기’ 치열
네이버, 스톡옵션 주며 유출 막아… 엔씨소프트는 대표가 나서 관리
구글 경력직 채용 설명회 후끈… 4000명 몰리자 국내 기업 긴장


지난해 말 국내에서 열린 한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행사장.

네이버 한성숙 대표가 “네이버가 인재를 다 뺏어간다고 하지만 우리도 사람을 뽑는 게 너무 힘들다”고 하자, 여민수 카카오 대표는 “우리 인재는 뺏어가지 마세요”라며 뼈 있는 농담을 주고받았다. 행사장은 웃음바다가 됐지만 이를 지켜본 ICT 업계 관계자들은 “4차 산업 기술 인재의 만성 기근에 시달리고 있는 업계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네이버는 최근 핵심 인력을 빼앗기는 뼈아픈 경험을 했다. 지난달 자연어 처리 분야의 대가로 꼽히는 ‘파파고(통·번역 서비스)의 아버지’ 김준석 전 네이버랩스 리더가 자리를 옮겼다. 이에 앞서 지난해 하반기에는 인공지능(AI) 딥러닝(심층기계학습) 전문가인 김정희 전 네이버랩스 수석연구원도 사표를 냈다. 이들은 모두 최근 ICT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는 현대자동차로 향했다.

제조업과 IT 업계를 막론하고 ICT가 미래 먹거리 창출의 기반 기술로 떠오르고 있지만 관련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뺏고 빼앗기는 인력 쟁탈전’이 일어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2022년까지 AI와 빅데이터, 클라우드,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 4차 산업 핵심 분야에서 3만1833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ICT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율주행차 개발 속도가 빨라지면서 AI 관련 인력 수요는 예상보다 급격히 늘고 있다”면서 “서울대 공대 등 주요 대학의 대학원생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업체들이 헤드헌터를 동원해 아침저녁으로 찾아가 ‘통큰 오퍼’를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재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노력도 치열하다. 네이버는 22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사내 주요 인재 637명에게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으로 총 83만7000주를 부여하는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한성숙 대표와 최인혁 최고운영책임자(COO)를 포함해 직급이나 부서에 상관없이 연구 성과나 실적이 좋은 직원들이 그 대상이다. 이와 함께 올해부터 1년 이상 근무한 전 직원에게 1000만 원 상당의 스톡옵션을 별도로 제공한다.

네이버 측은 “국경을 넘어선 치열한 인재 쟁탈전에서 인재를 영입하고 이들의 새로운 도전이 단기적인 성과에 그치지 않게 하기 위해 과감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는 아예 김택진 대표 직속 센터를 두고 전문 인력을 관리하고 있다. 핵심 소프트웨어개발부문인 ‘AI 센터’와 ‘NLP(자연어처리) 센터’가 그것이다. 두 센터에는 총 150여 명의 연구 인력이 포진돼 있다.

이와 함께 최근 게임을 넘어 클라우드 산업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는 NHN엔터는 지난해 기준 30여 명의 클라우드 연구 인력을 뽑았다. SK텔레콤도 지난해 9월 기존 AI 연구개발(R&D)과 사업조직을 통합해 ‘AI 센터’를 신설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구글코리아가 개최한 경력 개발자를 위한 채용설명회에 4000여 명의 지원자가 몰려 국내 ICT 기업들이 긴장하기도 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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