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 하면서 돈 번다… ‘덕업일치’ 꿈꾸는 청년들

한우신 기자

입력 2019-03-12 03:00 수정 2019-03-13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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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청년허브 ‘청년업 프로젝트’, 13팀 선정해 최대 500만 원씩 지원

지난해 11월 서울 서대문구 신촌사랑방에서 열린 ‘리페어 카페 서울’에 모인 사람들이 신발을 비롯해 자신들이 가져온 물건을 고치고 있다. 한국에서는 아직 생소한 리페어 카페 행사는 서울시 청년허브의 ‘청년업 프로젝트’가 지원했다. 리페어 카페 서울 제공
지난해 11월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인근 신촌사랑방에서는 ‘리페어 카페 서울’이라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리페어(수리하다는 뜻의 영어 repair) 카페는 고장 난 물건을 가져와 주민끼리 서로 도우며 고치는 모임으로 캐나다 네덜란드 독일 등에서 활성화됐다. 한국에서는 물건을 고쳐 쓰는 문화 자체가 낯설어 아직 생소하다.

한국판 리페어 카페의 초석을 놓겠다며 이날 행사를 주도한 사람은 서선영(35·여) 최영경 씨(33). 서 씨는 평소 환경을 생각하는 지속 가능한 생활문화에 관심이 많았고 최 씨는 스스로 만들고 고치는 데 소질이 있었다. 개인적 관심사나 취미 정도의 일을 사람을 불러 모으는 행사로 발전시킨 데는 서울시 청년허브의 ‘청년업 프로젝트’의 도움이 컸다.

청년허브는 2013년 서울시가 청년 대상 사업을 연구하고 실행하기 위해 세운 민간 위탁 기관이다. 지난해 하반기 가업과 부업, 그리고 상대적으로 깊은 취미나 관심사를 뜻하는 ‘덕업(일본어 오타쿠를 변형한 말 덕후+직업)’을 직업으로 연결하도록 지원하는 청년업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취업 지원에 그치는 게 아니라 청년들이 평소 좋아해 몰두하던 일을 일자리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청년허브는 1기 청년업 프로젝트에 13팀을 최종 선정해 팀당 최대 500만 원을 제공했다. 리페어 카페도 그중 하나였다.

지난해 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서 씨는 리페어 카페 서울 행사를 마치고 최근 공유주택 같은 공공을 위한 효율적 공간 활용을 연구하는 사회적 기업에 취업했다. 리페어 카페를 준비하면서 주변의 공공 공간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 계기였다. 리페어 카페가 퍼지려면 주민들이 편하게 모여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져야 한다는 것도 깨달았다. 서 씨는 “청년업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길을 찾았다”고 말했다.

청년업 프로젝트에 선정된 팀 중에는 ‘덕업일치’를 이룬 경우도 있다. 평소 에너지 절약에 관심이 많던 김기정 씨(30·여)는 올 1월 서울에너지드림센터에 입사했다. 에너지드림센터는 에너지 자립을 위한 건축기술을 실증하고 홍보하는 기관이다. 김 씨는 입사 전에는 노원 에너지제로주택에 살면서 환경 보호와 청년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에너지제로주택의 가치를 적극 알렸다. 에너지제로주택 홍보관에서 해설사로 일하기도 했다.

청년허브 측은 “개인 관심사를 직업으로 발전시킬 기회를 모색하는 청년업 프로젝트를 통해 적성에 맞는 일을 찾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점차 지원 대상을 넓히겠다”고 밝혔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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