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슨 코츠 “12개국 팀원과 함께 제작… 다양성이 힘 있는 콘텐츠 원천”

싱가포르=김민 기자

입력 2019-03-12 03:00 수정 2019-03-13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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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스톰 디자인’ 연사로 참석한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아트 디렉터 넬슨 코츠

7일 리츠칼턴 밀레니아 싱가포르에서 만난 아트 디렉터 넬슨 코츠(왼쪽).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결혼 장면에서 발광다이오드(LED) 나비와 물이 흐르는 장면은 모두 실사로 구현됐다. 싱가포르=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미친 듯이 돈 많은 사람들의 결혼식이니 교회에 정원을 만들어 버렸어요. 그런데 그 장면을 찍을 수 있는 시간이 4일 반밖에 없었답니다.”

지난해 할리우드를 깜짝 놀라게 한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아트 디렉터 넬슨 코츠를 싱가포르에서 7일 만났다. 영화의 모든 세트 디자인을 총괄한 코츠는 1994년 TV 시리즈 ‘더 스탠드’로 에미상을 수상한 베테랑. 이번 영화로도 ‘할리우드 아트 디렉터 조합’의 프로덕션 디자인상을 수상했다. 코츠는 ‘2019 싱가포르 디자인 위크’에서 마련한 ‘브레인스톰 디자인’의 연사로 이날 참석했다.

영화 속 화려함의 극치였던 결혼식 장면의 뒷이야기는 아슬아슬했다. 싱가포르의 유명한 성당인 ‘차임스’에서 촬영한 장면은 세트 설치부터 촬영, 철수까지 정확히 4일 반의 시간이 주어졌다. 압권인 버진 로드에 물이 흐르는 장면은 테스트 없이 진행해야 했다.

“결혼식장의 화려한 꽃 속에 물을 뿜는 제트와 댐이 숨어 있었어요. 물이 필요 없는 장면을 촬영한 다음 존 추 감독과 손을 붙잡고 물을 틀었죠. 운 좋게 모든 장치가 잘 돌아갔고, 아름다운 장면이 탄생했습니다.”

할리우드 영화는 충분한 돈과 시간이 있을 줄 알았다고 하자 “작은 영화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블랙팬서’ 같은 영화라면 그럴지도 모르죠. 그런데 이 영화를 시작할 때만 해도 아시아인이 주인공이라는 설정에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우뚱했어요.”

그 자신도 이번 작업으로 다양성의 힘을 믿게 됐다고 했다. 그가 함께 일한 디자인팀만 해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방글라데시, 인도, 태국 등 12개국 출신으로 구성됐다. 제작진은 우스갯소리로 자신들을 ‘유엔’이라고 불렀다. 이처럼 카메라 앞뒤에 다양한 구성원이 있어 더 힘 있는 콘텐츠가 나올 수 있었다고 코츠는 자신했다.

많은 사랑을 받았던 만큼 아카데미 후보에 오르지 못해 아쉽다는 의견도 많았다. 아카데미 회원인 코츠는 “전통적으로 로맨틱 코미디가 진지한 장르로 여겨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할리우드에 뜸했던, 키스하고 사랑하는 아시아인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 영화가 성공했으니 이제 시작이다”라고 했다. 그는 삶의 모든 것이 디자인이라고 강조했다.

“사람들의 시각을 이해하고 삶을 바꿀 수 있는 것이 디자인입니다. 또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 수 있으니 의사나 엔지니어만큼 가치 있는 직업이라 생각해요. 많은 젊은이들이 도전하길 바랍니다.”
 
싱가포르=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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