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스타를 영화 대신 CF로 만난다?

뉴시스

입력 2019-03-11 06:50 수정 2019-03-11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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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다 스윈턴 '트립닷컴'·크리스 프랫 '포트나이트'·크리스 헴스워스 '트라하' 모델
한국 시장 타깃…스윈턴·프랫, 한국어 대사까지



스크린이 아니라 국내 CF에서 만나는 할리우드 스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물론 과거에도 할리우드 스타가 출연한 CF를 국내 TV나 극장 등에서 접하는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조지 클루니(58)가 출연한 스위스 네슬레의 ‘네스프레소 캡슐 커피 머신’ CF가 대표적이다.

다만 이들은 글로벌 기업이 전 세계 시장을 겨냥해 만든 CF에 한국어 자막을 추가한 데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온에어된 CF들은 전혀 다르다. 글로벌 기업 CF인데 할리우드 배우가 한국어 대사를 구사하고, 모델이 영어를 사용하더라도 국내 기업 CF일 정도로 한국 시장을 정조준한다.

한국은 인구 5000만 명에 불과할 정도로 작은 시장이지만, 한국이 해당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성장세를 고려하면 이런 투자가 당연할 수 있다.

실제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은 한국 게임 산업 시장 규모가 세계 4위라고 밝혔다. 유수의 글로벌 여행사들 또한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빠르게 진화하는 시장으로 한국을 첫손에 꼽는다.

할리우드 스타도 개런티를 떠나 CF 출연 요청을 감사히 받아들일 정도로 한국은 매력 넘치는 시장이다. 지난해 미국영화협회(MPAA)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영화 시장 규모는 2012년 세계 7위에서 2017년 5위로 2계단 올라섰다. 넷플릭스, 유튜브 등 세계적인 동영상 플랫폼 역시 한국에서 활발히 소비되고 있다.


최근 한국 CF에 출연해 주목받는 할리우드 스타로는 가장 먼저 틸다 스윈턴(59)을 꼽을 수 있다.

영국 출신 스윈턴은 할리우드 영화 ‘마이클 클레이튼’(2007)으로 영국과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여우조연상을 휩쓴 연기파 배우다. .마블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2016)에 출연하며 대중성까지 장착했다. 봉준호(50)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2013), 넷플릭스 영화 ‘옥자’(2017) 등에 출연한 친한파 배우이기도 하다.

스윈턴은 ‘대세 배우’ 이시언(37)과 아시아 최대 온라인 여행사 트립닷컴의 국내 CF에서 호흡을 맞췄다. ‘여행 초보’ 이시언이 ‘여행의 신’ 스윈턴이 전수해준 트립닷컴으로 여행의 모든 것을 터득하고 고수로 거듭난다는 내용이다.

특히 스윈턴은 인천에서 촬영된 이 CF에서 한국말로 이시언에게 “여행이 영어로 뭐지?”라고 묻는다. 영어로 ‘여행’을 뜻하는 명사 ‘트립(Trip)’과 트립닷컴 브랜드명을 연결해 신선한 웃음을 자아낸다.

트립닷컴 남지영 마케팅 총괄은 “세계적인 대배우와 국내 인기 배우의 특급 만남을 통해 글로벌 여행사로서 한국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이고, 한국 고객에게 한층 더 친근하게 다가가려고 했다”고 모델 선정 이유를 밝혔다.


국내 CF에 모습을 비춘 또 다른 할리우드 스타는 미국 출신 크리스 프랫(40)이다. 마블 영화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쥬라기 월드’ 시리즈 등에서 주연하며 국내에서도 큰 사랑을 받는 배우다.

프랫은 미국의 세계적인 게임 개발사이자 게임 엔진 개발사 에픽게임즈의 3인칭 슈팅 게임 ‘포트나이트’ 모델로 나섰다.

프랫은 1차 CF에서 한국어로 한국 게이머를 “포린이들”이라고 비웃는다. ‘포린이’는 포트나이트와 어린이의 합성어로 ‘포트나이트 초보자’를 뜻한다. 이어 2, 3차 CF에서 각각 영어로 “한국인은 도망다니느라 바쁘다” “한국인과 게임하는 것은 아주 쉽다” 등 연속 도발한다. 급기야 4차 CF에서 포트나이트 경기 총상금이 100억원이라고 소개한 뒤, 그중 한국인이 가져갈 상금을 “빵원(0원)”이라고 다시 한국어로 놀린다.

각 CF는 어르신, 어린이, 남녀 젊은이 등 한국인 게이머들이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을 건드렸다”며 전의를 불태우는 것으로 끝내 한국인의 도전 본능을 자극한다.

프랫의 잇따른 도발에 힘입어 ‘포트나이트’는 지난해 11월 최대 동접자 830만 명을 돌파하며 게임 역사상 가장 많은 동시 접속자 수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말 유튜브에 업로드된 CF 메이킹 영상은 조회 수 약 47만 건을 돌파할 정도로 동반 인기를 끌고 있다.


프랫의 대항마로 등장한 할리우드 스타는 호주 출신 크리스 헴스워스(36)다.

헴스워스는 마블 영화인 ‘토르’ 시리즈, ‘어벤져스’ 시리즈 등으로 국내에서도 인기 높다.

그는 국내 게임 업체 넥슨이 오는 4월18일 서비스할 예정인 신작 하이엔드 MMORPG(다중 접속 역할 수행 게임) ‘트라하’ 모델로 모습을 드러내 주목받았다. 특히 CF 말미 “이봐, 모험을 시작할 준비는 됐나? 보고도 믿지 못할 거야”라는 헴스워스의 영어 대사는 마치 할리우드 판타지 액션 블록버스터 예고편을 보는 기분을 들게 한다.

CF 화제성에 힘입어 트라하에 대한 기대감도 치솟고 있다. 광고 영상은 공개된 지 2주 만에 조회 수 500만 건을 기록했다. 사전 예약자 수도 5일 기준 250만 명을 넘어섰다.

특히 헴스워스를 모델로 기용한 것은 ‘신의 한 수’로 여겨진다. 그가 전작들을 통해 갖게 된 영웅 이미지를 게임에 투영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게임 서비스 시기와 그의 기대작 ‘어벤져스: 엔드게임’(감독 앤서니 루소·조 루소) 개봉 시기가 같은 4월이어서다.

미디어 데이터 기업 TNMS 민경숙 대표는 “할리우드 스타가 국내 CF에 출연하는 것은 신선함을 주는 동시에 세계 속에서 한국의 높아진 위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호응을 얻을 수 있다”며 “특히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국내 거주 외국인이 유창한 한국말로 인기를 끄는 것처럼 이들 모델이 우리말 대사도 할 경우 글로벌 위상을 가진 우리 국민에게 더욱더 긍정적 평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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