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사 노하우 접목… 한국판 ‘허드슨 야드’로 키운다

김현수 기자 , 변종국 기자

입력 2019-03-11 03:00 수정 2019-03-11 10:14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현대차 ‘GBC 공동개발’ 추진

왼쪽 사진은 현대자동차 그룹이 글로벌 투자사를 유치해 공동 개발을 추진 중인 서울 강남구 삼성동 글로벌 비즈니스센터(GBC)의 예상모습. 오른쪽 사진은 현대차그룹이 벤치마킹하고 있는 미국 뉴욕 ‘허드슨 야드 개발사업’. 지지부진하던 사업에 글로벌 투자자들이 공동 개발에 나서 맨해튼 지형을 바꾸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현대자동차그룹·릴레이티드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이 추진 중인 서울 강남구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는 그간 우여곡절이 많았다.

현대차그룹은 2014년 글로벌 랜드마크로 키우기 위해 옛 한국전력 부지 7만9341m²를 10조5500억 원을 들여 매입했지만 국토교통부 수도권정비위원회 통과에 진통을 겪었다. 대규모 도심 개발에 따른 인구 집중 문제가 도마에 오른 것이다. 이는 지난해 말 정부가 투자활성화 대책을 내놓으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올해 1월 국토부 정비위를 통과했고 서울시도 건축 인허가 절차를 최대한 빨리 완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부지 매입 후 5년 동안 현대차와 자동차 산업이 놓인 상황이 달라졌다. 친환경, 자율주행 등 미래차 시장에 대비하기 위한 막대한 투자 재원이 필요해졌다. 현대차는 판매 위축 등으로 자동차 부문 영업이익률이 2014년 8.7%에서 지난해 2.1%로 5년 연속 하락했다.

1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이 같은 어려움을 해결하면서도 GBC 개발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외부 투자자와의 공동 개발로 방향을 전환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최대 민간 프로젝트로 꼽히는 허드슨 야드 개발 방식이 도입되면 GBC와 삼성동 일대가 서울 랜드마크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투자 부담 나누고, 시장 우려 덜고


그간 현대차그룹은 주요 계열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GBC를 건립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옛 한전 부지를 매입할 때 대금 10조5500억 원을 현대차(55%), 현대모비스(25%), 기아차(20%)가 분할 납부한 바 있다. 하지만 외부 투자 유치로 방향을 틀면서 현대차그룹과 외부 투자자들이 공동으로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건립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GBC 투자 유치를 통해 GBC 건립비용 3조7000억 원 중 일부를 미래차 투자 재원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는 2023년까지 5년 동안 상품경쟁력 강화에 30조6000억 원, 미래기술 투자에 14조7000억 원 등 총 45조3000억 원을 투자하는 계획을 지난달 공개했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도 미래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선언한 것이다.

GBC 외부 투자 유치로 주주들의 우려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특히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은 최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현대차 주주를 대상으로 한 설명 자료에서 “강남 신사옥을 개발하는 데 수조 원의 자금을 지출할 것으로 예상돼 크게 우려된다.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사측을 비판했다.


○ GBC 개발 어떻게

현대차는 미국 최대 민간 개발 사업인 허드슨 야드 프로젝트를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있다. 글로벌 투자사들이 참여한 맨해튼 서쪽 재개발 사업으로 2024년 완공을 앞두고 벌써부터 맨해튼의 새로운 상업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GBC 개발도 서울시가 주도하는 국제교류복합지구,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개발과 맞물려 서울 최대 민간 투자 프로젝트로 기대를 받아 왔다. 105층 현대차 신사옥, 호텔, 전시 컨벤션센터, 공연장 등 5개 빌딩이 들어설 예정이다. 글로벌 투자자가 참여하면 개발의 큰 틀은 유지하면서도 고급 호텔 브랜드 유치, 효율적인 전시 공간 설계, 랜드마크 수준의 쇼핑몰 건설에 유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부동산 개발사의 노하우를 접목하면 GBC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서울시의 건축허가, 구조 심의 등이 올해 7, 8월경 완료되고 투자 유치에 속도가 붙으면 이르면 연내 착공할 계획이다.

※ 허드슨 야드 프로젝트란?

미국 뉴욕 맨해튼 철도 차량 기지 부지(약 11만3000m²)를 재개발해 고층 고급 아파트와 광장, 호텔, 쇼핑센터, 사무실 등 복합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2024년까지 3단계에 걸쳐 완공될 예정. 뉴욕 최대 부동산 업체 릴레이티드사와 캐나다, 중국, 중동 자본까지 참여하는 28조 원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

김현수 kimhs@donga.com·변종국 기자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