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형 일자리로 자동차공장 이어 車부품공장도 유치할 것”

광주=이형주 기자

입력 2019-03-11 03:00 수정 2019-03-11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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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섭 광주시장 인터뷰

이용섭 광주시장은 6일 광주시청 집무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광주형 일자리 첫 모델인 자동차공장이 지어지는 빛그린산업단지에는 국내 유일의 친환경차 부품 인증센터가 들어선다. 광주를 친환경자동차의 메카로 도약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6일 오후 4시 광주시청 3층 집무실에서 만난 이용섭 광주시장(68)은 분주하게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다. 이 시장은 “광주형 일자리 첫 모델인 자동차공장 설립과 관련해 챙겨야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국세청장,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와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 장관 등 장차관급을 여섯 번 역임한 그는 광주 광산을 지역구에서 국회의원을 두 번 지냈다. 지난해 6월 광주시장에 당선된 그의 집무실에는 39년간 행정과 정치를 두루 섭렵한 그의 관록을 보여주는 명패 12개가 놓여 있었다.

현대자동차가 23년 만에 국내에서 자동차공장을 짓는 광주형 일자리는 난관이 많았다. 그는 노동계와 현대차를 10차례 이상 만나는 뚝심으로 지난해 12월 9일부터 두 차례 무산된 광주형 일자리 투자 협상을 올 1월 말 타결했다.

이 시장은 “광주형 일자리는 자동차공장에 이어 대기업 자동차 부품공장까지 유치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강조했다. 대기업 자동차 부품공장 유치는 성사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이 시장과의 일문일답.


―광주형 일자리의 가치는….

“1월 31일 광주시와 현대차가 자동차공장 투자 협약을 맺었다. 광주형 일자리는 광주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역사다. 지역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됐지만 이제는 한국 경제의 미래가 걸린 희망이 됐다. 전북 군산, 경북 구미 등 지역 산업에 맞게 임금을 낮추고 일자리를 만드는 등 제2, 3의 광주형 일자리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2021년까지 빛그린산업단지 내 62만8000m² 터에 자동차공장이 완공되면 일자리 1만2000개가 창출된다. 광주형 일자리는 고비용 저효율의 한국경제 체질을 바꾸고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고임금 때문에 해외에 공장을 짓던 기업들이 국내로 돌아오는 리쇼어링(reshoring) 효과가 있을 것이다. 정부나 여야 정치권, 국민이 광주형 일자리를 지지하고 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연간 10만 대 생산한다는데….

“미세먼지 여파 등을 보면 한국도 앞으로 친환경 자동차를 많이 탈 것이다. 가솔린 차량을 수소차와 전기차나 자율주행차로 바꿔야 하는데 현재는 수요나 수익성이 없다. 그러나 자동차 시장은 급변할 것이다.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서 소형 SUV와 친환경차를 함께 생산할 것이다. 현대차에서 유일하게 생산하지 않는 것이 경차다. 경차는 가격이 싸 인건비 비중이 높으면 수익이 나지 않는다. 연봉 9000만 원 공장에서는 경차를 만들기 어렵지만 광주형 일자리는 연봉이 3500만 원이어서 가능하다.”


―광주형 일자리 성공 비결은….

“경제 여건이 열악한 지역사회가 일자리 창출을 절실하게 바랐다. 또 노동을 존중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안정적 투자 환경을 강조했다. 광주시의 강력한 추진력이 한몫했다. 노동계를 비롯한 지역 사회가 54개월 동안 소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낸 것도 큰 역할을 했다.”


―광주형 일자리 확대 방안은….

“광주형 일자리는 지역에는 일자리를 늘리고, 기업에는 수익을 내는 등 발전 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자동차공장 건설과 운영비 등 총 자본금 7000억 원 가운데 광주시가 590억 원, 현대차가 530억 원을 투자한다. 나머지 1680억 원은 투자자를 모집하고 4200억 원은 금융권에서 조달한다. 정부가 지원하고 글로벌 기업인 현대차가 참여하며 광주시가 보증해 투자자 모집은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광주형 일자리 4대 원칙인 적정 임금과 적정 근로시간, 원·하청 관계 개선, 노사 책임경영을 지키는 기업은 자금 지원, 세제 혜택을 줄 것이다.”


―노사 상생 도시로 만든다고 했는데….

“노사 상생 문화를 만들어 전국에서 ‘광주처럼 하자’는 말이 나오게 하겠다. 광주형 일자리가 더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노사 간 신뢰가 중요하다. 1월 광주를 노사 상생 도시로 가꾸겠다고 선언했는데 노사분규 없는 도시를 만든다는 의미다.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시대정신과 대의를 좇아 자기희생을 통해 역사의 물꼬를 돌린 광주만이 고비용 저효율 구조의 한국경제를 다시 세울 수 있다. 노사 상생 선언을 공공기관과 다른 기업으로 확산시키겠다.”


―광주의 대표음식을 만들고 싶다고 했는데….

“광주는 음식이 맛깔스러운 미향(味鄕)이다. 주먹밥을 미국의 햄버거처럼 현대인들에게 맞게 조리법을 개발하겠다. 찰밥에다 김 가루를 뿌린 주먹밥은 광주의 이야기가 잘 담겨 있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총칼 앞에서 시민들이 밥을 못 먹고 시위를 할 때 시장 아주머니가 만들어주신 것이다. 나눔과 연대의 광주정신을 담은 주먹밥을 다양하고 맛있게 개발할 것이다. 5·18민주화운동은 역사적, 법적으로 검증이 끝났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일부 국회의원들이 망언을 해 울분과 분노가 치솟는다.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다. 역사 왜곡을 막기 위해 5·18 왜곡·폄훼 처벌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


―시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

“정의롭고 풍요로운 광주를 만든다는 꿈을 잊어본 적이 없다. 행정은 시간이 지나야 성과를 내기 시작한다. 선거 때 약속했던 떠나는 광주에서 돌아오는 광주, 찾아오는 광주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지키겠다. 믿고 기다려주면 광주가 많이 바뀔 것이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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