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풀 업계 “시간제한 규제까지 더해… 사업 시작할 엄두 안나”

곽도영 기자 , 김재형 기자 , 주애진 기자

입력 2019-03-08 03:00 수정 2019-03-08 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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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 카풀 허용 ‘반쪽 합의’지적

출퇴근 카풀 합의했어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택시·카풀 사회적대타협기구’의 참여자들이 제한적인 카풀 서비스를 허용한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공개했다. 왼쪽부터 박복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회장,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박권수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회장, 전현희 택시·카풀 태스크포스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 강신표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위원장.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2015년 세계 최대 카풀 기업 우버가 한국에서 ‘불법’ 판단을 받고 퇴출된 지 4년, 최근 택시기사의 분신으로까지 이어지며 평행선을 달리던 카풀 논쟁이 첫 분수령을 맞았다.

7일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가 만들어낸 합의는 수년 만에 처음으로 당사자들이 마주 앉아 합의안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규제 위의 규제’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장외 카풀 업계의 비판이 커지고 있다. 또 시간을 제한한 카풀 허용 때문에 정작 필요할 때 택시를 타기는 여전히 어렵겠다는 소비자들의 불만도 나오고 있다.


○ 카카오 vs 장외 카풀 업계, 엇갈리는 반응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갈등으로 치달았던 양측이 마주 앉아 합의를 이끌어낸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결과”라고 밝혔다. 잠정 연기했던 카풀 서비스도 재개할 예정이다.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 개발에 협력하기로 한 것 역시 카카오 입장에선 새로운 사업 기회에 가깝다.

반면 장외 카풀업계에선 비판이 쏟아졌다. 한 카풀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택시 사업을 추가로 할 수 있는 카카오에는 유리하겠지만 소규모 스타트업들은 사업을 시작할 엄두를 내기 힘들다”고 밝혔다. 현행법이 ‘출퇴근 시간 운행’으로 두루뭉술하게 제한하고 있다면 이번엔 시간(오전 7∼9시, 오후 6∼8시)까지 추가로 규제 항목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또 다른 카풀업계 관계자는 “기존 고법 판례에서 출·퇴근 경로를 이탈한 카풀을 불법으로 봤다”며 “여기다 시간제한까지 얹으면 향후에도 수익성 있는 카풀 사업 모델을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도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그동안 카풀을 도입하라는 소비자 요구의 핵심은 심야 시간대 서울 강남, 종로구 등 도심 주요 구간에서의 택시 부족과 승차 거부였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직장에서 강북구 삼양동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박모 씨(43)는 “야근 이후 택시를 잡으려면 한 시간씩 걸리는데 택시 잡기가 어렵지도 않은 통근 시간대에만 카풀을 하라는 건 와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 택시업계 “최소한의 성공”

엇갈리는 카풀업계 반응과 달리 택시업계는 일단 ‘최소한의 성공은 거뒀다’는 입장이다. 당초 주장이었던 카풀 완전 철폐 의지는 접었지만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 도입 △월급제 도입 등 두 가지 성과를 얻었기 때문이다.

플랫폼 택시는 현재의 중형·모범택시 틀을 벗어나 각종 규제 혁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개발되는 새로운 형태의 택시를 말한다. 승차거부 없는 택시, 승객 취향에 맞춘 프리미엄 택시 등 다양한 형태가 가능하다. 최근 카카오와 택시업계가 함께 추진 중인 강제 배차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프리미엄 서비스 ‘웨이고 블루’와 여성전용 택시 ‘웨이고 레이디’가 대표적인 사례. 사양산업인 택시업계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운송 및 ICT 업계 관련 규제를 어떻게 완화해 나갈 것인지는 숙제로 남았다.

택시업계가 지속 요구해온 사납금 폐지와 완전월급제 도입도 합의됐다. 그러나 향후 갈등의 소지도 있다. 예컨대 초고령 택시기사의 개인택시를 감차하기로 했지만 ‘초고령’에 대해 합의해야 하고, 월급제의 세부 방안도 과제로 남아 있다.

한 법인택시 관계자는 “택시업계의 지불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문제가 있어 추후 협의가 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도영 now@donga.com·김재형·주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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