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경매시장도 찬바람… ‘반값 낙찰’ 아파트 속출

조윤경 기자 , 주애진 기자

입력 2019-03-08 03:00 수정 2019-03-08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거제-창원-군산 제조업 부진으로… 빚 못 갚아 경매 부동산 점점 늘어
응찰 없어 낙찰률-낙찰가율 최악, 감정가의 28%까지 떨어지기도
“한동안 침체” 전망에 한숨 깊어가



지난해 8월 경매로 나온 경남 거제시 능포동 화찬아파트 83.08m²는 세 차례나 유찰된 끝에 올해 1월 5500만 원에 낙찰됐다. 최초 감정가 1억2200만 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에 겨우 주인을 찾았다. 2017년 4월 단지 내 같은 면적 매물이 1억4000만 원에 거래됐던 것에 비하면 2년도 안 돼 집값이 60%나 떨어진 셈이다.

자동차 조선 등 제조업 기반이 흔들리는 도시를 중심으로 경매시장에서 ‘반값 낙찰’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지역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경매로 넘어간 주택은 늘어났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로 집을 사려는 이는 드물기 때문이다. 전세금에도 못 미치는 금액에 낙찰되는 아파트도 늘면서 ‘깡통전세’ 피해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6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거제시의 아파트 경매 진행건수는 569건으로 2001년 이후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남 창원시와 전북 군산시의 아파트 경매건수도 각각 1060건, 361건으로, 각각 2009년과 2007년 이후 가장 많았다.

반면 경매에 참여하는 사람은 줄어 낙찰률(경매 물건 대비 낙찰 물건 비율)과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거제시 아파트의 경매 낙찰률(26.19%)과 낙찰가율(67.68%)은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1년 이래 가장 낮았다. 창원시 역시 지난해 아파트 경매 낙찰률이 30.09%로 역대 최저치를 보였고, 낙찰가율(75.59%)도 2008년 이후 가장 낮았다. 군산시의 지난해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도 76.96%로 2003년 이후 최저치다.

수도권과 비교하면 지방 경매시장의 그늘은 더 짙다. 4년 전인 2015년 수도권(서울 인천 경기)과 비수도권의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각각 91.49%, 90.93%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난해는 수도권 95.18%, 비수도권 82.46%로 차이가 10%포인트 이상 벌어졌다. 낙찰률도 4년 전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각각 53.88%, 49.56%로 큰 차이가 없었지만 지난해엔 각각 49.17%, 36.66%로 격차가 커졌다.

일부 지역에서 경매물건이 급증한 것은 지역 경제가 어려워져 실업 등으로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사라져 기존 주택 거래가 실종된 상태여서 경매시장에 대한 관심도 싸늘하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교하동 G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64)는 “지난해 추석 이후 단 한 건의 매매거래도 중개하지 못했다”며 “중개업소도 접으려고 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지역 상권이 쇠퇴하며 주택뿐만 아니라 상가, 사무실 등 상업시설의 경매 낙찰가율도 크게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군산시 상업시설의 평균 경매 낙찰가율은 53.55%로, 전국 평균 낙찰가율 68.44%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군산시 나운동의 한 지하상가는 네 차례 유찰된 끝에 지난달 감정가의 28%인 1464만6000원에 낙찰됐다. 2015년 상업시설 경매 낙찰가율이 110.90%로, 감정가보다 높았던 제주도는 지난해 낙찰가율이 66.51%로 크게 떨어졌다.

장근석 지지옥션 데이터팀장은 “조선업 경기는 나아지고 있다지만 과거 호황기 시절로 돌아갈 만큼 반전의 계기를 찾긴 어려워 보인다”며 “경매 시장도 한동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윤경 yunique@donga.com·주애진 기자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