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없는’ 보고서 낸 대통령 직속 재정특위…용두사미 활동 마감

뉴시스

입력 2019-02-26 17:24 수정 2019-02-26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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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특위, 26일 재정개혁보고서 제출
주식양도차익 과세·경유가격 조정 등
보고서 내용 모호해 미흡하다는 평가
첫 권고안 나오자마자 기재부 '미수용'
청와대가 기재부 편들며 특위 힘 빠져
"보고서 미흡할 수밖에…예상했던 결과"



종합부동산세·상속세 등 이해관계가 첨예한 세제를 개편하기 위해 출범한 재정개혁특별위원회(재정특위)가 10여개월에 걸친 활동을 26일 공식 종료했다.

‘저출산·고령화 등 한국이 당면한 현안에 대비하고 재정구조를 혁신하겠다’며 야심 차게 첫발을 뗐지만 정작 내놓은 결과물(재정개혁보고서)은 미흡했다. 보고서의 권고 내용이 모호하고 구체적이지 않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예상했던 결과’라며 청와대의 의지와 태도를 비판했다.

이날 재정특위는 정부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1가구 1주택 양도소득세 합리화 및 종합부동산세 개편 ▲상속증여세 과세체계 합리화 ▲주식양도차익 과세체계 개편 ▲미세먼지 관련 경유가격 조정 및 환경·에너지세 개편 등을 제안했다.

“고가주택 장기보유 연간 공제율을 낮추거나 공제 기간을 연장하라” “비과세 요건에 거주기간을 추가하고 1가구 1주택 비과세 부속 토지 범위를 조정하라” 등 부동산 관련과 “유산세 방식을 유산 취득세 방식으로 변경하라” 등 상속세 관련 개편안은 권고가 비교적 상세했다.

그러나 주식양도차익 과세체계 개편에 대해서는 “2021년 4월부터 시행하는 기존 정부 로드맵을 고려해 2022년 이후부터 중장기적으로 과세대상을 확대하라”며 중장기 과제로 남겨뒀다.

주식시장 활성화 방안 중 하나로 금융투자업계 안팎의 관심이 컸던 증권거래세 인하에 대해서도 “주식시장에 대한 영향 및 재정 상황 등을 고려해 함께 조정하라”고 원론적인 수준으로 언급하는 데 그쳤다.

경유가격 조정의 경우는 “미세먼지를 줄이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친환경적인 세제를 구축해야 한다”면서도 “휘발유-경유 상대가격을 점진적으로 조정하라”고 모호한 진단을 내놨다. 환경세와 관련해서도 “환경친화적인 조세 지원체계를 만들고 관련 부담금 강화를 검토하라”며 두루뭉술하게 제안했다.

이날 오전 강병구 재정특위원장이 연 브리핑에서 ‘증권거래세 개편과 경유가격 조정과 관련한 권고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려달라’는 출입기자들의 요청이 나온 이유다.

강 위원장은 “증권거래세를 주식양도차익 과세로 10여년에 걸쳐 전환한 일본의 선례에 비춰봤을 때 점진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구체적인 수치를 얘기하기가 어렵지만 현재 100대 85 수준인 휘발유가격 대비 경유가격을 좀 더 높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구두로 밝혔다.

강 위원장이 취임에 앞서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 등으로 활동할 때 “연 1억원 넘게 버는 고소득자의 근로소득공제를 축소하는 등 방법으로 면세 비중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해온 탓에 재정특위에서 권고할 것으로 예상됐던 근로소득공제 축소도 보고서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재정특위 활동은 이미 여러 차례 삐걱거렸다. 우선 애초 예정했던 시기(2018년 1월)보다 3개월 늦게 출범했다. 지난해 7월3일 첫 권고안을 발표하기까지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했다. ‘첫 권고안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은 배경 중 하나다.

정부와 청와대도 가세했다. 재정특위가 권고안을 낸 다음 날(4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정특위의 권고안에 대해) 코멘트하기는 이르다. 좀 더 검토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수용 여부에 따른 즉답은 유보했으나 이후 실무자 인터뷰 등을 통해 기재부는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도 5일 언론 브리핑에서 “재정특위는 자문기구일 뿐 수용 여부 결정은 기재부 몫”이라고 힘을 실어줬다. 6일 고형권 전 기재부 제1차관은 “권고안에 포함된 금융소득 종합과세 강화방안을 세법 개정에 반영하지 않겠다”고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재정특위는 결국 예산 분야(2018년 12월4일), 조세 분야 재정개혁 토론회(6일)를 개최하지 않았다.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수렴하고 특위 내부의 논의 내용을 공론화하는 절차를 생략하고 보고서를 마무리한 셈이다.

박기백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 교수는 “청와대가 기재부 편을 들면서 재정특위의 힘이 빠졌다”며 “경기 흐름은 좋지 않고 세수는 커 청와대가 급격한 세제 개편을 바라지 않았을 수 있다. 청와대의 의지 문제”라고 분석했다. 재정특위의 보고서에 구체적인 내용이 담기지 않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도 “첫 권고안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을 보고 재정특위 스스로 한계를 느꼈을 것”이라면서 “‘자유롭게 논의하라’며 재정특위의 범위·역할·기능 등을 명확히 정해놓지 않았는데 청와대가 힘을 빼버리니 내용 없는 보고서가 나왔다. 이는 예상했던 결과”라고 지적했다.

재정특위는 지난해 4월 출범 후 10여개월에 걸친 공식 활동을 보고서 제출로 마무리한다. 기록물 정리 및 결산 등 청산 업무는 올 상반기까지 끝내기로 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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