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바람 타고… 유통업계 너도나도 ‘PB 상품’

강승현 기자

입력 2019-02-26 03:00 수정 2019-02-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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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싸고 고품질” 소비자 입소문… 백화점 ‘PB 의류’ 불티나게 팔려
호텔은 ‘프리미엄 PB’ 전략
디퓨저-젓가락 ‘고급’으로 승부, 안경-맞춤셔츠까지 상품 확대


자체 브랜드(PB) 열풍이 유통업계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롯데백화점 엘리든. 롯데백화점 제공
30대 직장인 김선형 씨(31)는 지난해부터 백화점에서 내놓은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자주 구매하고 있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생각에 이름 있는 브랜드 외에는 쓰지 않았던 김 씨의 소비 패턴이 바뀐 건 한 백화점 편집숍에서 우연히 PB 상품을 접하면서부터다. 김 씨는 “가격 차이가 있지만 유명 브랜드가 품질이 훨씬 좋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우연히 구입한 고품질의 캐시미어 머플러가 PB 상품이었다는 걸 안 후부터는 선입견이 깨졌다”면서 “비슷한 품질에 가격도 훨씬 저렴해 종종 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때문에 할인점 등에서 인기몰이를 했던 PB 브랜드가 최근 백화점과 호텔 등 고급 브랜드를 다루는 곳에도 속속 도입되고 있다. 다양한 상품 개발과 품질 개선으로 그 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의 여성의류 등 PB 통합 편집숍 ‘엘리든’ 매출은 지난해 기준 전년 대비 15.7% 늘었다. 현대백화점이 지난해 10월 선보인 여성 의류 자체 브랜드 1온스의 캐시미어 머플러는 월평균 5000개 이상이 판매되고 있다. PB 상품이지만 세계 캐시미어 생산의 90%를 차지하는 몽골산 캐시미어를 100% 사용했다. 가격은 기존 캐시미어 제품의 절반 수준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편집숍에 PB 상품을 처음 선보이자마자 제품이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면서 “브랜드 로열티, 판로 확보 등에 필요한 비용을 품질 향상과 가격 최소화에 반영한 것이 소비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자체 브랜드(PB) 열풍이 유통업계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왼쪽부터 현대백화점 원테이블, 서울 더플라자 호텔 P컬렉션. 각 업체 제공
호텔업계에선 ‘프리미엄’을 내세워 PB 상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가격보다는 호텔만의 고급스러움을 강조하겠다는 전략이다. 서울 더플라자호텔은 호텔에서 사용하는 목욕용 가운과 디퓨저를 판매하고 있다. 호텔 일식당에서 파는 자작나무 젓가락도 일본 수공예 전문가에게 주문해서 만든 호텔 자체 제작 상품이다. 이들 PB 상품은 지난해 기준 매출이 전년 대비 35% 성장했다. 신세계조선호텔은 생굴, 전복 등 각종 고급 재료를 넣어 호텔 셰프가 직접 만든 궁중식 김치를 판매하고 있다. 호텔 중식당인 호경전 볶음밥도 가정간편식 형태로 판매하고 있다. 매출은 지난해 기준 전년 대비 20∼30% 이상 상승했다.

높은 품질의 PB 상품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국내 주요 유통업체들의 PB 산업 진출에 더욱 속도가 붙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다음 달 PB 선글라스 매장인 뷰에 15개 스타일의 안경 제품을 선보이며 본격적으로 안경 사업에 뛰어든다. 100% 국내 생산으로 비욘드클로젯 등 유명 브랜드와 협업도 계획하고 있다. 가격은 젠틀몬스터 등 기존 브랜드보다 10∼20% 저렴하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안에 전국에 매장을 17곳까지 확대하고 지역 안경 매장 50곳에도 납품하기로 했다. PB 브랜드로는 최초로 면세점에도 입점한다.

신세계백화점은 이달 프리미엄 맞춤 셔츠 자체 브랜드인 ‘카미치에’를 론칭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브랜드보다는 가격이나 품질을 따지는 합리적인 소비자가 늘고 있는 만큼 품질을 앞세운 PB 시장은 앞으로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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