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주도한 기독교, 비로소 민족의 삶 속에 자리잡아”

인천=김갑식 문화전문기자

입력 2019-02-18 03:00 수정 2019-02-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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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3·1운동 100년, 2020 동아일보 100년]
‘3·1운동 100년 한국교회 기념대회’ 준비위원장 윤보환 목사


학생들이 공연에서 사용하는 소박한 십자가 앞에 선 인천 영광교회 윤보환 목사. 그는 “한국 교회가 과거와 달리 우리 사회에 시대적 소명을 제시하지 못해 안타깝다”라며 “3·1운동 100주년이 새로운 영적 부흥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인천=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한국 기독교(개신교) 주요 연합기관과 교단들이 참여하는 ‘3·1운동 100년 한국교회 기념대회’가 다음 달 1일 오전 11시 서울광장을 중심으로 열린다. 대회 준비위원장을 맡은 윤보환 목사(60)를 13일 인천 남동구 영광교회에서 만났다. 한국기독교부흥협의회장과 감리교 중부연회 감독을 지낸 그는 교계의 대표적인 부흥사로 지난해 10월 일제강점기 신사참배를 회개하는 ‘한국 교회 일천만 기도대성회’를 주도했다.

―3·1운동 100주년이 남다른 이유는….

“3·1운동은 기독교만의 운동은 아니었다. 하지만 당시 기독교 신자가 전체 인구의 1.5%(20만 명)에 불과했지만 민족대표 33인 중 16명이 기독교인이었고 주도적 역할을 감내했다. 3·1운동 이후 100만 전도 운동을 펼치는 영적(靈的) 부흥이 일어났다.”

―제암리 학살 사건으로 상징되는 피해가 적지 않은데 부흥했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교회는 사찰과 달리 도시에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만세운동의 거점이 됐다. 피해가 컸지만 3·1운동을 계기로 기독교가 민족과 함께하는 종교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다.”

―지난해 회개운동을 주도했는데….

“1938년 신사참배는 한국교회가 고개 숙인 영적 국치일(國恥日)이다. 개별 교단이나 목회자의 회개는 있었지만 우리 교회 전체가 회개한 적은 없었다. 3·1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우리 교회가 민족교회로 선한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반성이었다.”

―3·1운동의 현재적 의미는….

“개인적으로 3·1운동의 핵심 키워드는 민족해방, 민중계몽, 청년의 세계화라고 본다. 이 땅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는 데 큰 지장이 없었기 때문에 왜 해방돼야 하고, 민족자결이 필요한지 잘 몰랐다. 그런데 지식인과 학생들이 부모와 가족은 물론 전 국토와 해외의 동포들에게 이를 알린 것이다. 2·8독립선언처럼 해외 유학생들이 독립을 외치면서 다시 국내의 젊은이와 공조했고, 임시정부와 해외에서 젊은 리더십이 창출됐다. 이승만 전 대통령과 김구 주석 모두 40대였다.”

―100주년 대회는 어떻게 치러지나.

“우리 교회의 과거 현재 미래를 살펴볼 수 있는 대회가 될 것이다. 3·1운동 재연도 있고 한국교회의 결의문도 발표될 것이다. 학생과 젊은이들이 참여해 기독청년의 세계화를 다짐하는 시간도 있다. 이영훈 목사(여의도 순복음교회)가 설교를, 저와 예장 통합의 림형석 목사가 5분 메시지를 맡았다.”

―집회 인원 예상은….

“규모가 중요하지는 않다. 대형 교회뿐 아니라 작은 교회의 자발적인 참여가 중요하다. 지난해 10월 행사에는 시골 작은 교회 목사님과 신자들이 승합차로 몇 명, 몇십 명씩 올라왔다. 그러면서 ‘저는 티끌이 되겠습니다. 태산을 만들어주세요’라는 문자를 보내더라. 태산까지는 몰라도 이런 정성을 잘 살리는 대회로 만들 생각이다.”

―부흥이라고 하면 일방적 전도와 부정적 의미의 열광적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의사는 환자와 질병, 철학자는 사상, 윤리학자는 윤리적인 삶에 빠져 살아야 한다. 기독교 목회자나 신자가 최고의 가치인 하나님에 대해 몰입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 아닌가.(웃음)”

―교회의 사회적 역할은 무엇이 돼야 하나.

“한국 교회는 일제강점기는 광복, 6·25전쟁 이후에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예수 믿으면 잘살 수 있다’는 목표를 우리 사회에 제시했다. 하지만 지금의 교회는 그런 목표를 주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요즘 사회는 정신과 영성의 혼돈세계다. 영성적인 부분을 통해 사람들이 작은 행복을 누릴 수 있고, 더 큰 행복을 향해 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인천=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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