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 포획 금지… 오징어-갈치도 함부로 못 잡는다

주애진 기자

입력 2019-02-16 03:00 수정 2019-02-16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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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체수 감소로 위기 맞은 국내 수산자원

지난달 전남 목포항 부둣가에서 어민들이 출어를 앞두고 그물을 손질하고 있다. 남획과 기후변화 등으로 연근해 수산자원 고갈이 심각해지면서 밥상에서 우리 수산물이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동아일보DB
12일 온라인에서는 ‘생태탕 판매 금지’ 소동이 벌어졌다. 정부가 생태탕 판매를 금지해서 더 이상 식당에서 생태탕을 먹을 수 없을 것이라는 소문이 퍼져서다.

정확한 내용은 명태 연중 금어기가 시행돼 우리 바다에선 명태를 일절 잡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국내산 명태의 어획과 유통이 금지돼 해양수산부가 이날부터 단속에 나선다는 뉴스가 생태탕 판매 금지로 잘못 전달된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해수부는 즉각 “수입 명태를 넣은 생태탕은 판매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자취를 감춘 국내산 명태 탓에 빚어진 씁쓸한 해프닝이었다.

사실 국내산 명태는 우리 식탁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한때 ‘국민생선’으로 불리며 1981년 16만 t 이상 잡혔지만 수온 변화와 노가리(새끼 명태) 등 치어까지 마구잡이로 잡아들인 남획으로 급격하게 어획량이 줄었다. 2008년 국내산 명태 어획량은 0t으로 집계돼 사실상 씨가 말랐다. 이후 5년간 어획량이 1t에 그쳤다가 2014년부터 조금씩 회복하는 중이다. 지난해는 이례적으로 명태가 9t이나 잡혀 화제가 됐다.

소비자들이 ‘명태의 실종’을 체감하지 못하는 건 씨가 마른 국내 명태 대신 러시아, 일본 등 수입 명태가 우리 밥상에 오르고 있어서다. 지난해 명태 수입량은 러시아산(21만4965t), 일본산(3824t), 기타(3만5163t) 등 총 25만3952t이었다. 이 중 홋카이도에서 주로 잡는 일본산 수입 명태는 총수입량의 93%가 얼리지 않은 상태로 들어와 생태탕 재료로 많이 쓰인다.

우리 밥상에서 사라지고 있는 수산물은 명태에 그치지 않는다. 어획량이 줄면서 가격이 올라 ‘금(金)징어’가 된 오징어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오징어 어획량은 전년(8만7024t) 대비 반 토막 난 4만3109t에 그쳤다. 2015년(15만5743t)에 비하면 3분의 1로 줄었다. 오징어 가격이 뛰자 어민들은 ‘총알오징어’로 불리는 새끼 오징어까지 잡아들였다. 시장에 새끼 오징어가 많이 풀리면서 온라인에서 ‘총알오징어 요리법’이 유행하기도 했다. 현재 몸통이 12cm 이하인 오징어는 잡지 못하고, 매년 4∼5월 금어기도 운영된다. 해수부는 올해 오징어 포획 금지 규정을 강화할 계획이다.

갈치도 지난해 4만9450t 잡혀 10년 전(2009년 8만5450t)과 비교하면 어획량이 절반으로 줄었다. 간식으로 즐겨 먹는 쥐치류는 명태처럼 이미 국내산을 찾아보기 힘들다. 1986년 연근해에서 32만 t 이상 잡혔지만 최근 몇 년간은 어획량이 연간 2000t 안팎에 불과하다.

우리 바다의 수산자원 고갈이 심해지면서 연근해어업 생산량도 감소 추세다. 해수부는 이달 1일 지난해 연근해어업 생산량(100만8570t)이 3년 만에 100만 t을 회복했다고 밝혔다. 고등어, 참조기 등 일부 어종의 어획량이 전년 대비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하지만 장기적 생산량 감소 추세를 고려하면 마냥 기뻐하긴 어렵다. 역대 연근해 생산량이 가장 많았던 1986년에는 172만5820t의 수산물을 잡았다. 이후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2016년 처음으로 100만 t 선이 무너졌다.

어종마다 감소 원인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경쟁 심화에 따른 과다 조업, 어린 물고기까지 잡아들이는 남획, 기후 변화에 따른 해수 온도 상승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은 국민 1인당 연간 수산물 소비량이 58.4kg으로 세계 1위(2017년 기준) 국가다. 2위는 노르웨이(53.3kg), 일본(50.2kg)이 3위다. 우리 바다에서 잡히는 수산물이 줄어들면서 수입 수산물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수산물 수입량은 641만9397t으로 10년 전(2009년 408만425t)보다 약 57% 증가했다. 수입 수산물 가운데는 연어 등 원양에서 잡는 어종도 많지만 명태 등 국내산을 대체하기 위한 어종의 비중도 크다.

수산자원 고갈 우려가 커지면서 포획 금지 규정도 강화되고 있다. 관련 규정은 △정해진 기간 동안 잡을 수 없는 금어기(42종) △일정한 몸길이 이하면 잡지 못하는 포획 금지 체장 기준(39종) △암컷 포획 금지(4종) 등이다.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에 따라 이들 수산물의 포획 금지 규정을 어기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다. 1963년 수산자원 보호를 위해 해당 규정이 처음 법제화(당시 수산자원보호령)된 뒤 적용 대상은 꾸준히 늘고 있다. 2000년 금어기와 포획 금지 체장 기준을 운영하는 수산물은 각각 21종, 22종이었다.

올해 포획이 전면 금지된 명태 외에 지난해 4월 주꾸미에 대해서도 금어기(매년 5월 11일∼8월 31일)가 신설됐다. 2016년에는 갈치, 참조기, 고등어, 오징어 등 국내에서 널리 소비되는 대중 어종의 체장 기준이 신설됐다. 게 4종류에 대해서는 암컷 포획이 금지돼 있다. 대게와 붉은대게는 암컷을 무조건 잡을 수 없고 꽃게와 민꽃게는 배에 알이 찬 암컷이 포획 금지 대상이다.

수산자원 고갈 위기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한 해수부는 13일 ‘수산혁신 2030 계획’을 통해 자원관리형 어업구조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연근해어업 정책을 기존의 생산 지원 방식에서 자원관리 중심으로 바꾸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우선 2022년까지 총허용어획량(TAC) 의무화를 추진한다. TAC는 어종별로 잡을 수 있는 수산물의 상한선을 정하는 제도로 1991년 국내에 도입됐다. 현재 고등어, 오징어 등 11개 어종과 대형선망, 근해통발 등 13개 업종 등에 적용된다. 지금은 어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를 결정하는 방식인데 이를 정부가 직권으로 대상 어종과 업종을 지정하고 의무화하겠다는 것이다. 대상 어종이나 어획량도 과학적 자원 조사를 바탕으로 체계화한다.

TAC를 기반으로 개별 어선에 어획량 상한선을 할당하는 어선별 어획량 할당방식(IQ)과 어민들끼리 할당량을 사고팔 수 있는 개별 양도성 할당방식(ITP)은 장기 과제로 추진한다. 휴어제와 어선 감척 지원을 확대하고 불법 어업 처벌도 강화한다.

류정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존 자원을 보호하는 어획량 규제와 함께 개체 수를 늘릴 수 있는 적극적인 대책도 추진해야 한다”며 “아울러 규제가 강화되면서 소득이 줄어들 수 있는 어민들을 위한 지원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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