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배당·오너 부정’ 잇단 지적, 식품업계 ‘곤혹’

뉴시스

입력 2019-02-15 14:37 수정 2019-02-15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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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가 최근 배당 문제나 오너 일가의 부정과 관련한 지적이 잇따르면서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남양유업, 현대그린푸드, 삼양식품 등이 지속해서 국민연금이나 주주 등의 공세에 시달리면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분위기다.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는 업계의 다른 기업들 역시 이 같은 논란에 휘말리지 않을까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가장 먼저 주목받은 곳은 남양유업이다. 지난 7일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남양유업에 대해 배당정책 수립 및 공시와 관련해 심의·자문하는 위원회를 설치하라는 내용의 정관변경 주주제안을 하기로 했다.

남양유업은 그동안 배당과 관련해 국민연금으로부터 경고를 받아왔던 곳이다. 배당 셩향이 상장사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어서 배당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남양유업은 정면대응에 나섰다. 지난 11일 국민연금의 주주제안에 대해 거부의사를 표했다.

남양유업은 입장 자료를 내고 “지분율 6.15%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주주 권익을 대변한다는 논리는 이치에 맞지 않다”며 “오히려 합법적인 고배당 정책을 이용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이익 증대를 대변하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최대주주(51.68%) 및 특수관계인(2.17%) 지분율이 총 53.85%여서 배당을 확대한다면 이들이 주된 혜택을 보게 된다는 명분이다. 오히려 사내유보금을 통해 기업가치를 상승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국면연금에 맞대응하는 자세를 취했지만 그래도 내부에서는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아무래도 정부 측과 맞서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일단 거부하는 입장을 밝히긴 했지만, 우리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만큼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타깃으로 떠오른 곳은 현대그린푸드다. 단체급식 및 식자재 유통 등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으로 현대백화점그룹 지분 12.1%를 비롯해 현대리바트, 에버다임 등 연결종속회사를 두고 있어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역시 배당성향이 낮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국민연금은 지난 14일 주주권행사 분과위원회를 열어 현대그린푸드의 주주 제안 행사안을 검토했지만, 결국 주주제안을 하지 않기로 했다. 현대그린푸드가 배당성향을 2배 이상 높인 점을 감안한 결정이다.

현대그린푸드는 지난 8일 공시를 통해 2018∼2020년 사업연도 배당성향을 13% 이상으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연금 주주제안에 맞선 남양유업과는 반대의 행보에 나서면서 칼날을 피한 셈이다.

이 같은 국민연금의 결정이 있기 전날 현대그린푸드 측은 정부 기조를 의식한 듯 경기 성남에서 착공하는 ‘스마트 푸드센터’(가칭) 조성 투자액을 기존보다 26% 늘리기로 했다는 내용을 밝히면서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삼양식품은 오너인 전인장 회장 일가가 코너에 몰렸다.

삼양식품의 2대 주주로 지분 16.99%를 갖고 있는 HDC현대산업개발이 ‘배임이나 횡령으로 금고 이상 형을 받은 이사를 결원으로 처리하자’는 내용의 정관변경 안건을 주주제안으로 상정했기 때문이다.

전 회장과 부인 김정수 사장이 횡령 혐의로 유죄를 받은 점을 겨냥해 이사회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하자는 것이다. 정부 측 공격을 받은 다른 회사들과 달리 삼양식품의 경우 이른바 ‘백기사’의 공세에 맞닥뜨린 상황이다.

삼양식품은 삼양내츄럴스 등 최대주주가 47.2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3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의 지분 5.27%를 감안하더라도 현대산업개발의 주장이 관철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위기다.

회사 내부에서도 비슷한 관측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오너리스크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다소 뒤숭숭한 상황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내부에 특별한 것은 없다”면서도 “다소 부정적인 이슈가 이어지고 있는 점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 다른 식품기업들도 국민연금의 타깃이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조산업이나 대상홀딩스, 롯데칠성음료 등이 상대적으로 배당성향이 저조해 국민연금의 공세에 맞닥뜨릴 수 있다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다만 기업의 고유 권한일 수도 있는 배당 문제 등에 대해 국민연금이 지나치게 강제하는 식은 부당한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도 주주로서 배당 성향을 높여달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배당은 사실 기업 고유 권한 아니냐”며 “만약 배당이 낮다고 생각하면 투자를 안 하면 되는데 이번처럼 기업이 수긍하지 않을 경우 다른 조치를 취하겠다는 식으로 압박하는 형태는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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