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삐걱이는 ‘중통령’ 선거…이번에도 ‘진흙탕 싸움’ 우려

뉴스1

입력 2019-02-08 11:51 수정 2019-02-08 16:04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부총리급 중기중앙회장 선거 개막…후보 5인 선거전 돌입
시작 전부터 비방·고소전 조짐…‘불출마 사유’도 날선 해석


26대 중기중앙회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 왼쪽부터 김기문 제이에스티나 회장, 원재희 프럼파스트 대표, 이재광 광명전기 대표, 이재한 한용산업 대표, 주대철 세진텔레시스 대표.(가나다순) © 뉴스1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일명 ‘중통령(중소기업 대통령)’ 선거가 초기부터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왕관’을 놓고 아귀다툼을 벌이는 ‘진흙탕 싸움’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기중앙회장직은 무보수 명예직이지만 이를 상쇄하는 막강한 권세와 특혜가 주어진다. 먼저 부총리급 예우를 받고 홈앤쇼핑 이사회 의장직을 겸할 수 있다. 향후 정계 진출의 교두보 역할도 톡톡히 해왔다. 회장직을 ‘중통령’이라 부르는 이유다.

이번 선거 역시 출마를 시사했던 예비 후보 5인이 후보등록 첫날 모두 접수를 마칠 만큼 시작부터 경쟁이 벌어졌다. 동시에 중기중앙회장 선거의 ‘고질병’인 ‘혼탁선거’ 조짐이 나타나면서 업계에는 기대와 긴장감이 교차하는 분위기다.

◇선거 시작 전부터 여론몰이·고소고발 조짐

‘진흙탕 싸움’은 이미 일부 현실화했다. 특정 후보가 불법 사전 선거 운동 등을 이유로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진정서를 제출했고 투표권을 가진 회원사 관계자들에게 금품을 뿌렸다는 혐의로 고발당하기도 했다.

중기중앙회장 선거의 위탁·관리를 맡은 선관위에 따르면 등록을 완료한 후보는 김기문 제이에스티나 회장, 원재희 프럼파스트 대표, 이재광 광명전기 대표, 이재한 한용산업 대표, 주대철 세진텔레시스 대표까지 총 5인이다.

중기중앙회장에 당선되면 중기중앙회 부회장단 23명의 추천권을 가지고, 정부 행사 참석 시 부총리급 의전을 받는다. 5대 경제단체장의 한 사람으로 대통령의 공식 해외 순방에도 동행한다. 중기중앙회가 최대 주주(32.93%)인 홈앤쇼핑 이사회 의장도 겸한다.

그뿐만 아니라 중기중앙회장은 정치권으로 가는 등용문 역할도 한다. 역대 중기중앙회장 11명 중 6명이 금배지(국회의원)를 달았다. 그중 4명은 퇴임 후 곧바로 국회에 입성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중소기업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중기중앙회의 위상이 한층 높아지고 있기도 하다.

눈독 들이는 이들이 많은 자리인 만큼 역대 선거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네거티브 공방전은 물론 금품수수와 돈 선거 오명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갖가지 개선책이 도입됐지만 간선제와 짧은 선거기간의 한계로 인해 좀처럼 혼탁선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번 선거에서도 네거티브, 사전 선거운동 등 부작용이 이미 나타나는 중이다. 고발·고소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전경© News1
◇‘불출마 사유’ 놓고도 날 선 해석…“네거티브 공방 그만”

심지어 예비후보자들의 ‘불출마’ 사유를 놓고도 날선 공방이 진행되고 있다. 과열된 선거전의 민낯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지난달 22일 불출마를 선언한 곽기영 한국전기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이 남긴 말이 불씨가 됐다. 그는 “정책 당국과 중소기업 간 조율을 잘할 수 있고 중소기업 애로 사항을 해소할 수 있는 패기 있는 멋진 신사가 새롭게 중소기업 수장으로 당선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곽 이사장이 불출마를 빌어 특정 후보를 밀어주는 ‘여론몰이’를 했다”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곽 이사장에 이어 전날(7일) “중소기업 원로로 남겠다”며 불출마를 선언한 박상희 미주철강 회장의 행보에 대해서도 해석이 분분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박 회장이 단순히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했지만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다른 의도가 있을 수 있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중기중앙회장 선거가 번번이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했던 전적이 있던 만큼 입후보자들 사이에서도 소모적인 공방전을 삼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박상희 대표는 불출마 입장문을 통해 “중소기업이 처한 현실은 엄중한데 회장 선거에서 금품 살포, 상호 비방, 허위사실 유포 등 논란이 잇따르고 있어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고 안타까움을 전하기도 했다.

주대철 대표도 지난달 26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중기중앙회장은 섬기는 자리여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해마다 반복된 비방·고소전을 해소하려면 회장을 투표가 아닌 추대로 선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기중앙회는 5대 경제단체 중 유일하게 간선제로 회장을 선출하고 있다. 임기 4년에 한 차례 연임을 통해 최장 8년간 재임할 수 있다.

후보등록을 마친 5명의 후보는 9일 추첨을 통해 번호표를 받고 27일까지 선거운동을 펼칠 수 있다. 새 회장은 28일 중기중앙회 정기총회에서 열리는 투표로 결정된다.

중소기업협동조합법 임원선거규정에 따르면 회장은 중기중앙회 정회원 협동조합장 과반의 투표와 이 중 과반의 득표로 당선된다. 유효득표율이 50% 미만일 경우 결선투표가 진행된다.

(서울=뉴스1)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