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中 줄기세포 치료제 임상시험 속속… 한국은 규제에 발목

송경은 동아사이언스기자

입력 2019-02-08 03:00 수정 2019-02-0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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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수손상 환자의 척수 자기공명영상(MRI) 영상. 최근 일본 정부가 척수손상 치료용 줄기세포치료제의 상용화를 조건부로 승인했다. 네이처 제공
파킨슨병(퇴행성 뇌신경 질환), 빈혈 등 난치성 질환에 줄기세포 치료를 적용하려는 새로운 임상시험이 속속 승인을 받으면서 의약계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잉크우드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줄기세포 시장 규모는 2017년 이후 연평균 25.8%씩 성장해 2025년 3944억 달러(약 44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는 북미가 세계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지만 중국 일본의 약진으로 아시아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다.

특히 일본 정부는 최근 잇따라 줄기세포치료제의 임상시험과 상용화를 승인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지난해 12월 세계 최초로 척수손상 치료용 줄기세포치료제의 상용화를 승인했다. ‘스테미락(Stemirac)’으로 불리는 이 치료제는 일본 삿포로의대 연구진이 개발했다. 환자는 골수나 제대혈에서 얻을 수 있는 중간엽줄기세포(MSC) 5000만∼2억 개를 척수에 이식받게 된다.

앞서 연구진은 환자 13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척수신경세포의 재생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일본 정부는 재생의학법의 ‘패스트트랙’(신속승인) 제도에 따라 향후 7년 동안 환자들이 돈을 지불하고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건부 허가를 했다. 신약의 효능을 검증하기엔 분석 결과가 불충분하다는 일부 지적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신약 개발 효율을 높이고 난치병 환자들에게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한 결정으로 보고 있다.

일본은 한동안 주춤했던 유도만능줄기(iPS)세포 임상 연구에도 다시 박차를 가하고 있다. iPS세포는 성인의 피부세포에 특정 유전자나 단백질을 주입해 원시 배아 단계로 되돌린 줄기세포다. 일본 교토대의 기쿠치 다카유키 교수(신경외과 전문의)와 다카하시 준 교수 연구팀은 iPS세포를 이용해 240만 개의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의 전구세포를 만들어 지난해 10월 세계 최초로 50대 파킨슨병 환자의 뇌 12개 부위에 이식했다. 현재까지 환자는 양호한 상태다. 연구진은 올해 4월까지 경과를 보고 합병증 등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으면 또 다른 240만 개의 도파민 전구세포를 환자의 뇌에 이식할 계획이다.

iPS세포는 배아줄기세포처럼 모든 종류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고 증식이 잘되면서도 피부세포를 활용하는 만큼 생명윤리나 면역 거부반응 문제에서 자유롭다. 일본은 iPS세포를 개발해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야마나카 신야 교토대 교수를 필두로 관련 의약품과 치료법 상용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2013년 첫 임상시험 후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시험이 중단된 바 있지만 이후에도 정부가 꾸준히 연구를 지원해 기술을 개선한 덕분이다.

에토 고지 교토대 교수팀은 지난해 9월 정부 승인을 받아 iPS세포로 만든 인공 혈소판을 재생불량성빈혈 환자의 혈액에 주입하는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5월에도 iPS세포로 만든 심장근육세포를 조직 형태로 이어 붙인 심근시트를 심장병 환자에게 이식하는 오사카대의 임상시험을 승인했다. 일본의 다이닛폰스미토모제약은 지난해 3월 오사카에 iPS세포를 대량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구축했고, 다이이치산쿄는 심근시트 상용화 연구를 추진 중이다.

줄기세포 강국이었던 한국은 한때 관련 임상시험과 발표 논문 건수가 미국 다음으로 많았지만 과도한 규제와 정부 지원 감소로 이제는 일본, 중국 등에 밀리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은 2015년 배아줄기세포 임상시험의 근거 법을 만들면서 최근 연구에 탄력을 받고 있다. 아시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의 줄기세포 시장은 2025년 235억 달러로 세계 시장의 6%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는 “국내에서는 모든 신약이 동일한 기준으로 대규모 임상시험을 거쳐 안전성과 약효를 입증해야 한다. 희귀질환과 난치병에 한해서는 우선 안전성이 검증되면 유효성에 대한 가능성을 보고 규제를 완화해 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현철 이화여대 법학과 교수도 “재생의료에 사용되는 조직과 세포 모두 일반 의약품과는 다른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취급도 달라야 한다. 이에 맞는 특별법 제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송경은 동아사이언스기자 kyunge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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