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집에서 나와야 하나요”…2% 부족한 신혼부부 특별공급

뉴시스

입력 2019-02-06 07:00 수정 2019-02-06 08:03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캥거루족이 된 청년들③]


“예비 신혼부부 특별공급 자격이 무주택 세대주라 세대 분리를 하려고 주민센터를 찾아갔는데 아파트 한 가구에서는 세대 분리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그럼 부모님 집에서 나와 자취를 해야 한다는건데 누구를 위한 법인지 모르겠습니다.”

부천에 사는 직장인 정모(29)씨는 지난해 말 신혼부부 특별공급을 노리고 위례 등에서 분양되는 작은 평수 아파트를 알아보다가 포기했다. 정씨는 동주민센터에서 세대주가 아니어서 특별공급 자격요건이 안된다는 답변을 받았다. 신혼부부 특별공급 자격요건은 혼인기간 7년이내인 무주택 세대주다.
?
소득기준도 문제였다. 정씨는 “혼자일때는 소득기준이 됐는데 맞벌이를 하면 소득 제한 기준이 너무 낮아 일시적으로 한명이 일을 하지 않는 이상 기준 충족이 어려웠다”며 “사실 소득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도 아닌데 억울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정씨는 신혼부부 특별공급을 포기하고 전세로 아파트를 구할 생각이다.

정부는 신혼부부가 일반 공급과 청약 경쟁없이 별도로 분양받을 수 있게 하는 신혼부부 특별공급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결혼 7년 이내 부부에게 공공분양의 30%, 민간분양의 20%가 공급된다. 최근 자격요건을 완화해 자녀가 없는 경우에도 신청이 가능하게 됐다.

그럼에도 청년들이 신혼부부 특별공급 혜택을 받기는 까다롭다. 무주택 세대주라는 자격요건과 소득기준 때문이다.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자취를 하는 경우 무주택 요건을 맞추기는 쉽지만 월세를 감당하기 힘들어 부모님 집에서 생활하는 경우 ‘무주택 세대주’ 요건을 맞추기 어렵다.

또한 공공주택특별법 적용을 받는 국민주택에 청약을 하려면 세대의 평균소득이 전년도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00% 이하여야 한다. 부부가 맞벌이일 경우 소득기준은 120% 이하다. 공공주택특별법에 적용받지 않는 국민주택이나 민영주택의 경우 평균 소득이 120% 이하, 맞벌이의 경우엔 130% 이하여야 한다.

정씨는 “너무 특정한 계층에 집중된 혜택”이라며 “소득보다는 자산 등의 지표를 통해 보다 공정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올해 결혼을 앞두고 있는 박모(29)씨도 신혼부부 특별공급 정책을 알아보다 결국 외부 지원을 받아 전세로 집을 구했다.

박씨는 “한명이 대기업을 다닌다고 소득기준이 안돼 혜택을 받지 못했다”며 “그래봤자 사회 초년생이고 금수저가 아닌 이상 맞벌이해서 서울에 집 한채 구하는 것도 힘든데 신혼부부 공급 대상이라고 해놓고 너무 ‘몇몇’ 신혼부부만 지원 대상으로 둔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최근 수도권 새 아파트 청약에서 신혼부부 특별공급이 대거 미달됐다. 서울·경기지역에서도 10개 넘는 단지가 신혼부부 특별공급에서 미달이 발생했고 경쟁률 1대1 이상을 기록한 단지중에서도 상당수는 일부 타입에서 청약자가 미달했다. 정부가 지원 대상을 확대하기 위해 자격요건을 완화해 많은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됐던 것과 다른 모습이다.

사실상 실효성이 떨어지는 정책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12월말 기준 최근 1년간 서울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2441만3400원이다. 또 건설사들이 분양계약금을 10%대에서 20%까지 올리는 게 추세가 되면서 실질적으로 정부가 지원 대상으로 삼은 소득기준으로는 분양가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소득이 없어도 부모로부터 자금을 받을 수 있는 ‘금수저 부부’만을 위한 혜택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씨는 “애초 신혼부부 특성을 고려해 수요조사를 한 정책인지 의문”이라며 “사실상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고 집을 구해야 하는 신혼부부는 모두가 취약계층이고 생활의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