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보고 스케이트 타고… 닷새가 짧아요

김지영 기자

입력 2019-02-02 03:00 수정 2019-02-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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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미뤄둔 문화생활 ‘몰아치기’ 해결할 황금기회

설은 한 해가 시작되는 첫날을 가리킨다. 한 해의 첫 명절이라는 뜻도 갖고 있다. 설을 맞으면서 나이를 먹기에 ‘설’이라는 단어가 ‘몇 살’의 ‘살’에서 왔다는 이야기도 있고, 처음 대해 ‘낯설다’는 ‘설’에서 왔다는 견해도 있다. 어떤 의견이든 새로운 출발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새해를 새롭게 맞기에 1월 1일 하루는 짧았다. 새해 첫날보다 설날이 설레는 이유다. 이 며칠의 휴가에 여유 있게 몸과 마음을 충전해야 마음을 다잡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을 것 같다. 고향을 방문하는 앞뒤로 하루 이틀,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그냥 보내긴 아쉽다. 설 연휴 즐길 거리를 소개한다.


○ 명절에 어울리는 전통 행사

박물관의 문화 행사가 다양하다.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선 3일 깜짝 이벤트가 진행된다. 기획전시실의 ‘대고려전’ 관람객을 대상으로 고려와 관련된 숫자 877(왕건 탄생 연도), 918(고려 건국 연도), 1100(고려 건국 1100주년), 2018번째(전시 개최 시작 연도) 관람객에게 약과 세트를 증정한다. 6일 오후 3시 열린마당에서 전통 연희극 ‘으랏차차 아리랑’을 공연한다. 풍물, 탈놀이, 민요, 기예 등 전통연희 종목을 이용해 각 지방의 아리랑을 다양하게 표현한 무대다. 경주 광주 전주 등 지방 국립박물관과 전시관에서는 설음식 만들기, 민속놀이 체험, 특별공연, 가족영화 상영 등 다양한 문화 행사가 펼쳐진다. 한복을 입은 관람객을 대상으로 한 기념품 증정(전주 공주), 선착순 500개 황금돼지저금통 나눔 행사(청주) 등 이색 행사도 준비돼 있다.

국립중앙과학관에선 6일까지 ‘전통과학 심화해설’을 진행한다. 성덕대왕 신종, 혼천시계, 측우기 등에 담긴 전통과학의 원리를 설명해주는 프로그램이다. 국립과천과학관에선 같은 기간 ‘전통놀이와 수 과학 체험’이 열린다. ‘윷놀이와 확률’ ‘팽이와 과학’ 등 전통놀이를 즐기면서 과학의 원리를 함께 이해하는 체험 행사다. 과학관은 설 당일만 휴관하며 과천관은 상설전시관 입장료 50%를, 국립중앙과학관은 주차료 50%를 할인한다.

전통공연도 볼만하다. 국립국악원은 5, 6일 서울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설맞이 공연 ‘돈(豚)타령’을 무대에 올린다. 야외마당의 길놀이로 시작돼 새해의 힘찬 시작을 알리는 정악단의 ‘대취타’, 궁중무용, 민속악단의 ‘굿풍류 시나위’ 등으로 이어지며 ‘국악계의 아이돌’ 소리꾼 김준수(27)와 김나니(29)가 ‘어사출두’ ‘제비노정기’ 등을 노래한다. 공연 전후로는 떡메치기, 투호, 제기차기 등 민속놀이 체험 행사가 다양하게 열린다.

국립무용단은 5, 6일 장충동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설·바람’ 공연을 펼친다. 새해를 맞아 복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은 우리 춤 한마당이다. 새로운 몸과 마음으로 복을 기원하는 고유의 전통의식에 기반한 작품 ‘신일’로 시작해 소고, 장구 등의 울림을 배경으로 역동적인 춤이 무대를 수놓는 ‘북의 시나위’로 대미를 장식한다. 3인 이상 가족, 한복을 입고 관람하는 가족은 티켓을 30% 할인받을 수 있다.


○ 가족과 함께하는 공연 전시 나들이

세종문화회관은 설 연휴 기간 중 3, 5, 6일 뮤지컬 ‘플래시댄스’ 티켓(정상 가격 6만∼15만 원)을 30% 할인 판매한다. ‘플래시댄스’는 제철소 용접공으로 일하면서 댄서의 꿈을 이루고자 노력하는 소녀의 꿈을 담은 1980년대 영화를 무대에 올린 작품. ‘왓 어 필링(What a feeling)’ ‘아이 러브 로큰롤(I love Rock‘N Roll)’ ‘매니악(Maniac)’ 등 영화 속 명곡들을 뮤지컬에서도 만날 수 있다. 익숙한 멜로디가 많아 영화를 모르는 1020세대도 어렵지 않게 즐길 만하다. 관객들이 의자에 놓인 띠를 흔들면서 노래하는 커튼콜의 싱얼롱타임은 공연의 백미로 꼽힌다. 중학생 이상 관람가.

LG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마틸다’도 설 연휴 20%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어른들의 세계에 저항하면서 자신만의 정의와 긍정의 메시지를 전하는 5세 소녀 마틸다의 이야기다. ‘마틸다’ 예매자는 20대 28.9%, 30대 30.5%, 40대 31.4%로 전 연령대에 고루 분포돼 가족 공연으로 부를 만하다. 설 연휴에도 공연을 이어가며 10일에 5개월간의 공연 여정을 마칠 참이다.

셰익스피어의 동명 희곡을 각색한 가족음악극 ‘십이야’는 서울시극단에서 온 가족이 함께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즐길 수 있도록 기획한 ‘쉽게 보는 셰익스피어’ 시리즈 중 한 편이다. 쌍둥이 남매 바이올라와 세바스찬이 20대가 되어 세계여행을 하면서 겪는 소동을 그려내며 그 과정에서 펼쳐지는 사랑과 우정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린이 관객을 무대로 올라오게 해 룰렛을 돌리거나 배우와 함께 공놀이를 하는 등 객석의 참여를 이끌어 흥을 돋운다. 3일까지.

전시회도 풍성하다. 예술의전당 각 전시관에는 가족이 저마다 취향대로 고를 수 있는 다양한 전시가 준비돼 있다. 한가람미술관에선 밝고 따뜻한 화풍으로 유명한 스페인 화가 에바 알머슨(아르미센)의 작품 150여 점이 나온 ‘행복을 그리는 화가 에바 알머슨전’이 열린다. 온라인에서 50% 할인 티켓을 구매할 수 있으며 설 연휴 기간인 6일까지 사용할 수 있다.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는 유럽 최고의 만화 캐릭터로 꼽히는 ‘땡땡’을 탄생시킨 작가 에르제와 땡땡을 조명하는 회고전 ‘에르제: 땡땡전’이 개최된다. 하루 4회의 도슨트(관람객에게 전시물에 대한 설명을 제공함으로써 이해를 돕는 전문 안내인) 시간 중 오전 11시 30분에는 어린이 도슨트가 나서서 안내를 돕는다. 서예박물관에서는 중국의 피카소로 불리는 치바이스의 걸작 80여 점을 선보이는 ‘치바이스와 대화전’이 열린다(4일 휴관). 중국 유일의 국가미술관인 중국미술관이 소장한 작품들을 한국에서 최초로 공개하는 자리다.

국립현대미술관은 6일 과천, 서울, 덕수궁, 청주관을 모두 무료로 개방한다. 3일에는 미술관 개관 시간인 10시부터 입장하는 순서대로 선착순 20명에게 개관 50주년 기념 달력을 선물한다. 과천관과 덕수궁관은 4∼6일 돼지해를 기념해 돼지띠 방문객을 대상으로 미술관 초대권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선착순 100명 한정). 미술관에 변기를 갖다놓고 ‘샘’이라는 제목을 붙인 파격으로 유명한 뒤샹의 작품을 소개하는 ‘마르셀 뒤샹’전은 서울관, 아시아 주요 작가 100명의 작품을 통해 아시아 현대미술을 조망하는 ‘세상에 눈뜨다’전은 과천관에서 열린다.

연극 공연도 이어진다.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선 연극 ‘레드’가 공연 중이다. 지난달 객석점유율 90%를 훌쩍 넘은 ‘레드’는 미국 추상표현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마크 로스코를 소재로 예술과 인생에 대한 성찰을 담았다. 대학로 유니플렉스에서 공연되는 ‘늘근 도둑 이야기’는 1989년 초연 이래 올해로 30년을 맞으면서 ‘믿고 보는 연극’이 됐다. 대통령 취임특사로 풀려난 두 늙은 도둑이 ‘높은 분’의 미술관을 털려다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룬 작품이다. 4∼6일 관람객 중 연휴 할인권 예매자는 가족사진촬영권을 선착순(회차당 5명) 증정한다.

극장에서 놀이기구를 타는 것 같은 4DX 영화 관람도 추천할 만하다. ‘드래곤 길들이기3’ ‘알리타: 배틀 앤젤’ ‘레고 무비2’ 등이 설연휴 4DX로 준비됐다. 공룡과 함께 하늘을 나는 것 같은 느낌에다 바람, 에어샷, 안개 등의 다채로운 효과를 영화와 함께 즐길 수 있다.


○ 겨울바람과 함께하는 시간

겨울 추위를 몸으로 부대끼는 야외활동도 즐겁다. 도심 곳곳의 스케이트장은 핫플레이스다.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은 입장료 1000원으로 즐길 수 있고 안전모와 보호대도 제공해 가성비 좋은 장소로 알려졌다. 다만 야외에서 운영되기 때문에 초미세먼지가 일정 수준 이상이면 운영이 중단된다는 점은 주의. 방문 전에 운영 여부를 미리 확인해보는 게 좋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 있는 올림픽스케이트장도 6일까지 운영된다. 주변에 올림픽기념관, 소마미술관 등 볼거리가 많고 맛집이 많은 ‘송리단길’도 유명해 반나절 코스로 맞춤하다.

하루 날 잡아 인근에서 열리는 축제를 다녀오는 여정도 좋다. 경기 가평의 아침고요수목원에서 열리는 ‘오색별빛정원전’은 10만여 평의 야외정원 곳곳을 조명과 빛으로 장식했다. 하트 모양의 빛 장식, 빛으로 물든 터널, 다채로운 색으로 빛나는 뽀로로 캐릭터 등 눈이 즐거운 볼거리가 많다. 인근에서 ‘쁘띠프랑스 어린왕자 별빛축제’도 열린다. 가평의 여행지 ‘쁘띠프랑스’에서 개최되며 프랑스 전통 손인형극 체험, 마리오네트 공연, 유럽동화 인형극 같은 행사를 즐길 수 있다.

경기 포천과 파주에서도 불빛축제가 열린다. 포천 ‘허브아일랜드 불빛동화축제’의 산타마을 코너에서 밭처럼 펼쳐진 계단식 조명이 빛나는 모습은 누리꾼들 사이에서 아름다운 장면으로 꼽힌다. 파주 프로방스마을에서 열리는 ‘러브 인 프로방스 빛축제’도 가볍게 다녀올 만하다. 아기자기한 상점들과 돌고래, 홍학 같은 캐릭터가 색색의 조명 옷을 입고 빛나는 모습이 연휴의 하룻밤 추억이 될 법하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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