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료진, 세계 최초로 돼지각막 사람에게 이식한다

뉴스1

입력 2019-02-01 07:37 수정 2019-02-01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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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금 서울대 교수, 5월에 ‘임상’…WHO기준 ‘세계최초’

동물이 사람에에 장기를 공급하는 이종이식을 위해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무균돼지 ‘믿음이’(왼쪽)로부터 각막을 이식받은 필리핀원숭이./뉴스1 © News1

오는 5월 세계 최초로 돼지각막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수술이 국내 의료진에 의해 진행된다. 이 수술이 성공하면 사람 각막을 기증받기 위해 6년씩 기다릴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1일 2단계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과 의료계에 따르면 김미금 서울대병원 안과 교수 주도로 오는 5월 무균미니돼지의 각막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임상을 진행한다.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은 돼지각막을 이식받은 환자가 사물을 식별하고 기본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시력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에서 각막이식을 위해 대기 중인 환자수는 2016년 기준으로 2000여명에 달한다.

박정규 2단계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장(서울의대 교수)은 <뉴스1>과 통화에서 “정부 관리·감독을 받으며 돼지각막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것은 한국 의료진이 최초”라며 “올 5월쯤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돼지각막을 이식받은 원숭이가 1년 넘게 각막기능을 유지한 국내 연구결과가 있다”며 “계획대로 임상을 진행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농촌진흥청은 지난해 6월 돼지각막을 이식받은 원숭이가 면역억제제를 투약하지 않은 상태로 각막기능을 1년 넘게 정상적으로 유지한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사람에게 돼지각막을 이식하는 임상은 중국이 한국보다 먼저 시도했다. 후난성 창사대학병원 의료진은 2017년 한쪽 눈이 거의 보이지 않는 20대 청년에게 돼지각막을 이식하는 수술에 성공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이종이식학회의 이종이식 가이드라인을 충족하지 못해 공식적인 연구성과로 인정받지 못했다. 두 기관은 동물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이종이식을 진행할 경우 이를 관리하고 책임질 정부기관과 법률시스템을 갖추도록 권고하고 있다.

각막은 눈의 검은 눈동자 표면을 덮고 있는 투명한 막으로 외부로부터 눈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눈 안으로 빛을 받아들여 사물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신체기관이다.

박정규 단장은 “이 임상이 세계 최초로 국제공인을 받으려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관리·감독 기준과 관련 법률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식약처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식약처는 세포치료제에 준해 이종이식 임상을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편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은 올 1월 돼지췌도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임상을 무기한 연기했다. 사업단은 식약처와 이종이식 관리·감독 기준을 마련한 후에 돼지췌도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임상을 시도할 예정이다. 돼지췌도는 가장 주목받는 이종이식 분야다. 당뇨병 치료뿐 아니라 혜택을 입을 수 있는 환자가 수십만명에 달한다.

췌도는 몸속 깊은 곳에 자리한 췌장의 일부로 소화효소를 분비하고 있어 뇌사자 몸에서 싱싱한 상태로 꺼내기 어렵다. 당뇨병 환자 1명에게 최소 2~4명의 췌도를 동시에 이식해야만 치료효과가 나타나는 점도 의학적 난제로 꼽힌다.

이에 대량으로 사육하고 안전성과 윤리적인 거부감이 적은 무균미니돼지의 췌도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이종이식이 치료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무균미니돼지는 생리학적, 해부학적 특징이 인간과 매우 유사해 장기이식에 가장 적합한 동물로 꼽힌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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