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고 떠들어도 괜찮다, ‘갤러리 해방구’ 피닉스오픈

이헌재 기자

입력 2019-01-31 03:00 수정 2019-01-31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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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골프축제 2월 1일 티오프
매년 50만명 넘게 찾는 명물대회… 미컬슨 최다 3번 우승 등 인연 깊어


음주와 고성방가가 허용되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피닉스 오픈은 선수와 갤러리가 함께 호흡하는 대회다. 선수들도 경기 중 각종 이벤트로 팬 서비스를 한다. 2013년 대회 3라운드 도중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이 16번홀에서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슈퍼볼 공인구를 차는 시범을 보이는 모습. AP 뉴시스
2월의 미국 애리조나는 야구 열기로 가득하다. KBO리그의 키움, KT, NC 등 3개 팀은 2월 1일부터 날씨 좋은 애리조나에서 전지훈련을 시작한다. 2월 중순이 되면 LA 다저스와 텍사스 등 메이저리그 팀들도 애리조나에서 스프링캠프를 연다.

하지만 2월 1일부터 나흘간 애리조나에서는 야구보다 더 뜨거운 스포츠 축제가 열린다. 피닉스 인근 스코츠데일의 TPC 스코츠데일(파71)에서 열리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피닉스 오픈이다.

1932년 시작돼 87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피닉스 오픈은 여느 PGA투어 대회와는 완전히 다르다. ‘골프 해방구’라는 별명답게 갤러리들은 술을 마시고, 고함을 치고, 야유를 보낸다. 대회의 별칭은 ‘잔디 위에서 펼쳐지는 최고의 쇼(The Greatest Show on Grass)’다.

평소 정숙을 요구당하던 팬들은 골프장에서 하지 못하는 행동을 마음껏 할 수 있다. 선수들도 이 대회에서만큼은 팬들과 허물없이 어울린다. 당연히 인기가 높다.

2016년 대회 때는 역대 PGA투어 최다인 61만8365명의 갤러리가 골프장을 찾았다. 그해 2월 7일 열린 3라운드에는 20만1003명이 몰렸다. 이 역시 PGA투어 하루 최다 관중 기록이다. 매년 기본 50만 명 이상이 찾는 이 대회는 지난해 PGA투어가 선정한 ‘최고의 투어 대회’와 ‘최고의 팬 친화적 대회’에 뽑히기도 했다.

이 대회의 시그니처 홀은 ‘더 콜로세움’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16번홀이다. 162야드의 짧은 파3홀이다. 2만 석의 임시 관중석이 홀을 둘러싸는데 좌석을 가득 메운 갤러리들은 선수들의 티샷마다 함성을 지른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1997년 대회 때 이 홀에서 홀인원을 기록했다. 흥분한 갤러리 2만 명은 축하의 의미로 컵 등을 집어던지면서 흥겨운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피닉스 오픈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선수가 필 미컬슨(49)이다. 애리조나주립대 출신인 미컬슨은 골프장을 찾은 동문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받는다. 지난해까지 29번 이 대회에 출전해 3차례(1996년, 2005년, 2013년) 우승컵을 들어올린 것을 포함해 톱10에 11차례 이름을 올렸다. 2013년에는 28언더파 256타로 대회 최다 언더파와 최저타 타이 기록까지 세웠다. 올해는 통산 30번째 출전으로 역대 최다 출전 기록을 세운다. 만약 우승까지 하게 되면 아널드 파머 등을 제치고 이 대회 통산 최다 우승자가 된다. 2016년과 2017년에는 마쓰야마 히데키(일본)가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 대회에는 ‘맏형’ 최경주(49)를 비롯해 안병훈(28), 배상문(33), 강성훈(32), 김민휘(27), 김시우(24), 임성재(21) 등 7명의 한국인 선수가 출전한다. 최경주는 지난해 6월 메모리얼 토너먼트 이후 8개월 만에 PGA투어에 복귀한다. 지난해 8월 갑상샘암으로 종양 제거 수술을 받은 최경주는 “몸에 큰 문제는 없다. 일단 컷 통과가 목표”라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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