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민영 고려사이버대 교수 / 우리 곁에 사회복지사가 있다

동아일보

입력 2019-01-31 08:00 수정 2019-01-3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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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영 고려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21세기에도 없어지지 않는 직업, 로봇이 대체하지 못하는 직업 중에 ‘사회복지사’가 있다. 사회복지사는 청소년, 노인, 여성, 가족, 장애인 등 다양한 사회적, 개인적 욕구를 가진 사람들의 문제에 대한 사정과 평가를 통해 문제 해결을 돕고 지원한다.

영어로 social worker, 즉 사회복지를 위해 일하는 전문가다. 산업화되고 기계화되는 사회 속에서도 사람들의 문제는 더욱 복잡해지고 심각해짐에 따라 이를 효과적으로 해결해 줄 전문가로서의 사회복지사의 필요는 높아지고 있다.

한국의 사회복지사(자격증소지자)는 사회복지에 관한 전문지식과 기술을 지니고 보건복지부장관이 발급하는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받은 사람을 말한다. 2019년을 앞두고 100만 명이 넘었다. 성인 인구를 4천만 명이라고 하면 40명당 1명의 사회복지사가 있는 셈이다.

사회복지사가 되기 위해서는 2년, 3년제 및 4년제 대학교, 대학원 등에서 법률이 정한 과목을 이수하여야 한다. 최소 14과목(2020년부터 17과목)을 수강하고 사회복지실습 120시간 이상(2020년부터 160시간 이상)을 이수하면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사회복지사의 대부분은 2급(80%) 자격을 가지고 있으며, 매년 사회복지사 국가자격시험을 통해 1급을 취득할 수 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실제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수가 55만명(2017년 기준) 이상이고 다양한 비영리기관과 공공 목적의 부서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 수를 고려할 때, 우리 삶의 곳곳에 사회복지사들이 전문가로 일하고 있다.

사회복지는 안락하고 번영하는 상태로 행복추구의 가치가 사회적으로 실현되는 것이다. 복지는 그냥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사람의 손길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사회복지사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행복한 상태로 이끌어가도록 도움을 주는 손길이다. 복지 상태를 저해하는 불평등, 편견, 차별, 소외, 빈곤, 실직, 질병 등의 문제들을 예방하고 해결함으로써 사람과 사회를 보다 정의로운 방향으로 이끄는 역할을 한다.

이를 위해 곤란함을 겪는 사람들을 만나 겹겹이 쌓여있는 삶의 이야기를 잘 듣고 함께 해결방안을 찾아보며 스스로 헤쳐나갈 수 있도록 사회의 자원들을 연결해주며 돕는다. 여기서 핵심은 사회복지사는 ‘필요한 것을 가져다주고 도와주는 전문가’가 아니라 ‘스스로 헤쳐나가도록 함께 하는 전문가’라는 것이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이라도 스스로 버텨낼 수 있는 강점과 힘이 있다. 사회복지사는 그것을 발견해주고 제대로 쓰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뿐만 아니라 주민의 어려움이 제도적인 문제라면 그들의 대변자가 되어 적극적으로 정책 및 서비스 개선 활동도 펼친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제시한 커리어넷 직업정보에는 사회복지사가 하는 일이 다음과 같이 적혀있다. 사회적, 개인적 문제로 어려움에 처한 의뢰인(클라이언트)을 만나 그들이 처한 상황과 문제를 파악하고 문제를 처리, 해결하는데 필요한 방안을 찾기 위해 관련 자료를 수집, 분석하여 대안을 제시한다.

재정적 보조, 법률적 조언 등 각종 사회복지프로그램을 기획, 시행, 평가하며, 공공복지 서비스의 전달을 위한 대상자 선정 작업, 복지조치, 급여, 생활지도 등을 한다. 사회복지 정책 형성과정에 참여하여 정책분석과 평가를 하며 정책대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즉, 사회복지사는 착한 마음으로 봉사하는 사람이 아니라, 복지에 관한 고유한 지식과 기술로 실천부터 정책까지 폭넓은 영역에서 전문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사회복지사는 쉽게 일할 수 있는 직업은 아니다. 많은 사회복지사들이 ‘좋은 일을 하는 직업’으로 시작하지만, 복잡한 사연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일해야 하니 건강해야 하는 것은 물론 아는 것도 많아야 한다. 제대로 된 도움이 무엇인지 상황을 냉철히 볼 줄 아는 눈이 필요하다. 수많은 복지제도 중 주민에게 필요한 것을 적절히 제공할 수 있으려면, 제도 변화를 세심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이니 윤리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일들이 많아서 어려운 직업이기도 하다. 또한 사회복지의 가치, 지식, 기술에 대해 끊임없이 성찰하고 지속적으로 공부해야 하는 전문가이다. 그래도 사회복지사는 직업적 사명감이 높고 ‘고맙다’는 말을 자주 들을 수 있어 보람도 큰 직업이다. 사람과 사회가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증인이 되기도 한다. 사회복지사가 하는 일에는 사람 인생 하나가 걸려있다. 만나는 사람을 통해 진정한 복지를 느낄 수 있는 감동이 있다.

보편적 복지시대인 이제 누구나 복지가 필요하다. 사회가 더 불안정해지고 새로운 사회문제들이 늘어남에 따라 사회복지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사회복지사는 개인의 복지 실현에 중요한 파트너가 되었다. 그런데도 사회복지사는 상처도 많이 받고 인격적으로 무시당하기도 한다.

‘왜 안 해주냐’, ‘찾아오지 마라’ 등 민원에 시달리기도 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을 직면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아직도 많은 사회복지사는 불안정한 계약직이거나, 박봉에 부당한 처우를 받거나, 헌신을 요구하는 높은 근무 강도로 일하고 있다. 행복한 삶의 파트너로서 사회복지사의 업무를 잘 이해하고, 지금도 나와 이웃을 위해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일하는 사회복지사들이 곁에 있음을 기억하자.

이민영 고려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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