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경제보좌관 “5060 할일없다고 험한 댓글 달지말고 아세안 가라”

문병기 기자 , 배석준 기자

입력 2019-01-29 03:00 수정 2019-01-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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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 보좌관 商議발언 파문

아세안 지도 띄우고… 김현철 대통령경제보좌관 겸 신남방정책특별위원장이 2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조찬간담회에서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대상으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50, 60대들이 할 일 없다고 산에나 가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험악한 댓글만 달지 말고 아세안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시스
“(한국 학생들) 여기 앉아서 취직 안 된다고 ‘헬(hell·지옥)조선’ 이러지 말고,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가보면 ‘해피 조선’이다.”

“50, 60대들 한국에서 할 일 없다고 산에나 가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험악한 댓글만 달지 말고 아세안으로 가셔야 해요. 인도로 가셔야 돼요.”

문재인 대통령이 동남아를 공략하기 위해 출범시킨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김현철 대통령경제보좌관이 2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CEO 초청 조찬간담회’에서 한 발언으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경제 상황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청와대 핵심 참모가 사상 최악의 취업난을 겪고 있는 20대와, 그들의 부모 세대인 50, 60대의 불만을 개인의 잘못으로 떠넘긴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 “‘헬조선’ 하지 말고 동남아 가라”

김 보좌관의 발언은 아세안과의 외교가 경제적으로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김 보좌관은 박항서 베트남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을 언급하며 “우리 50, 60대는 조기 퇴직했다고 해서 산에만 가시는데 이런 데(아세안 국가와 인도) 가셔야 된다”며 “박 감독도 처음에는 구조조정되지 않았나. 쫓겨난 것 아닌가. 거기서 인생 이모작 대박을 터뜨린 것”이라고 말했다. ‘쫓겨났던’ 박 감독이 베트남에서 기회를 잡은 것처럼 50, 60대도 동남아와 인도로 가라는 것.

이어 “아세안 한류가 엄청나다. 젊은 애들이 한글을 배우려고 난리”라며 “국립대(서울대)에서 국어국문과 졸업하면 요즘 취직이 안 되지 않나. 저는 그런 학생들을 왕창 뽑아서 인도네시아 한글 선생님으로 보내고 싶다”고 했다. 김 보좌관은 “우리 젊은이들은 이 국가를 ‘헬’이라고 한다”며 “그런데 젊은이들에게도 아세안, 신남방은 희망의 국가”라고 말했다.

김 보좌관의 이날 발언을 놓고 SNS를 중심으로 ‘세대 비하’ 발언이라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김 보좌관이 지목한 20대와 50, 60대는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율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는 세대다.

일각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중동 진출’ 발언과 유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은 2015년 3월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청년 해외취업에 대해 “대한민국에 청년이 텅텅 빌 정도로 한번 해보라. 다 어디 갔느냐고, 다 중동 갔다고…”라고 말했다가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 “정부 비판 세대에 대한 불만 드러낸 것”


김 보좌관은 경제정책을 겨냥한 비판에 대해서도 발언들을 쏟아냈다. 김 보좌관은 “왜 (한국이란) 이 경제대국에서 식당들이 국내에서만 경쟁하려고 하나”라며 “한국은 왜 아세안, 뉴욕에 안 가나”라고 말했다. 또 “저를 아는 기업인들은 절대 (문재인 정부를) 반기업 정부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제가 가장 기업인들을 많이 알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지난해 9월 남북 정상회담 수행차) 평양에 갈 때 제 옆에 왔지 않느냐”고도 했다.

기업인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이날 대한상의 조찬간담회장은 김 보좌관의 문제 발언이 나오자 크게 술렁였다. 간담회장 뒤편의 일부 청중은 강연 중 “쯧쯧” 하며 혀를 차기도 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취직 못 한 젊은이나 명퇴자들에게 ‘맨땅에 헤딩이라도 해야지 무슨 헬조선이냐’고 한 것 아니냐”며 “정부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세대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장능인 대변인은 “일자리 절벽에 좌절 중인 국민 앞에서 그에 책임이 있는 공직자가 해서는 안 될 망발”이라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이 경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핵심 경제참모의 부적절한 발언이 나오자 청와대는 당혹스러운 반응이다. 김 보좌관은 뒤늦게 사과했다. 논란이 되자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신남방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표현으로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쳤다. 저의 발언으로 인해 마음이 상하신 모든 분들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배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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