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스톱’ 팔겠다던 日 이온의 ‘변심’ 왜?…“롯데라서?”

뉴스1

입력 2019-01-28 16:11 수정 2019-01-28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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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규제 도입으로 미니스톱, ‘몸값 높이기’에 가격차
日서 미니스톱, 세븐일레븐과 경쟁하는데…“롯데는 부담”


서울 서대문구 신촌 거리에 위치한 미니스톱 매장 모습이다. © News1

국내 5위 편의점 ‘미니스톱’ 매각을 전격 추진했던 대주주 일본 이온그룹(AEON)이 매각의사를 철회하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미니스톱 매각이 불발된 이유로 크게 두 가지를 꼽는다. 가장 큰 이유는 ‘가격차’다. 이온그룹은 미니스톱의 몸값이 더 높아질 것으로 판단한 반면 롯데는 ‘승자의 저주’를 우려, 입찰가 이상을 지불하는 것은 힘들다는 입장을 고수한 때문이란 분석이다. 지난해말 편의점 출점을 제한하는 업계 자율규약이 18년 만에 부활, 신규출점이 어려워지자 이온그룹이 ‘몸값 높이기’에 나섰을 것이란 전망이다.

또한 일본에서 세븐일레븐과 경쟁하고 있는 것도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쟁자인 롯데에 미니스톱을 넘기는 것에 부담을 느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니스톱, 본입찰 2달 만에 매각 백지화

28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이온그룹은 한국미니스톱 매각 계획을 철회하기로 하고 본입찰에 참여한 롯데와 신세계,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에 통보했다. 지난해 11월 본입찰을 실시한지 2달 만에 매각의사를 접은 것.

한국미니스톱은 이온그룹 계열사인 일본 미니스톱㈜이 지분 76.6%를 보유한 대주주다. 이어 국내 식품기업인 대상㈜과 일본 미쓰비시㈜가 나머지 지분 20%와 3.94%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심관섭 한국미니스톱 대표는 이날 월례 화상회의를 통해 임직원들에게 “조건이 성립되지 않았다”며 매각이 무산됐음을 내부적으로 공식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외적으로는 오는 29일 매각 철회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대주주인 일본 미니스톱㈜이 상장사인 만큼 투자자들에게 매각 철회를 공식화하는 절차를 밟겠다는 방침이다.

한국미니스톱 관계자는 “매각 철회 주체가 이온그룹이 될지, 한국미니스톱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일 공식 입장을 밝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매각 무산 배경으로 우선 지난해 12월 도입된 자율규제 이슈를 꼽는다. 규제가 강화되면 신규 출점이 어려워진다. 당장 편의점 매출의 ‘효자’ 역할을 하는 담배를 팔 수 있는 매장의 출점 거리 제한은 현재 50m인데 100m로 기준이 강화된다. 신규출점이 어려워지면 상대적으로 기존 편의점의 몸값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대신 기존 점포간 뺏고 뺏기는 ‘간판전쟁’은 가속화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온그룹은 자율규제 도입으로 더 높은 몸값을 제시했지만 롯데 입장에서는 4000억원이 넘는 돈을 인수에 쓰느니 기존 점포 확대에 쓰는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율규제 도입으로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본 뒤 재매각에 나서는 게 낫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각종 규제 이슈에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어 장기적으로 볼때 매각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3월 결산법인인 한국미니스톱의 지난해(2017년 3월~2018년 2월) 매출은 1조1853억원으로 전년대비 1.1% 증가하는데 그쳤다. 영업이익은 26억원으로 23.5% 줄었다.

◇“세븐일레븐과 경쟁하는데” 日이온, “롯데는 안돼”

이온그룹이 본입찰까지 마친 한국미니스톱의 매각을 중단한 것은 “롯데라서”라는 이유도 거론된다. 매각은 하고 싶지만 롯데에는 팔기 싫어했다는 분석이다.

본입찰에서 롯데는 4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써내 경쟁자인 신세계와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를 압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는 입장에서는 당연히 가장 높은 금액을 써낸 롯데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야 한다. 특별한 이유 없이 신세계나 글랜우드PEF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면 배임 논란이 생길 수 있다. 비싸게 팔 수 있는 미니스톱을 싸게 파는 것은 주주 손해로 이어져 배임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온그룹은 롯데의 미니스톱 인수를 꺼린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에서 세븐일레븐은 세븐앤드아이홀딩스가 운영하고 있어 롯데가 직접적인 경쟁사는 아니다. 하지만 일본 본사가 현지 세븐일레븐과 경쟁 중인 상황에서 한국미니스톱이 세븐일레븐으로 간판으로 바뀌는 것을 탐탁지 않아 했다는 것.

한 IB 관계자는 “본입찰이 끝난 뒤 미니스톱 매각을 중단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매각가 등에 대한 이견을 이유로 들었지만 롯데에는 넘기고 싶어 하지 않아 하는 분위기가 더 컸다”고 언급했다.

한 업계 관계자도 “이온그룹이 글랜우드PEF의 미니스톱 인수를 선호했다는 주장도 있다”며 “간판을 바꾸지 않고도 그대로 영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롯데가 아니었다면 미니스톱이 새 주인을 맞이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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