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서 후진 현대-기아차, 스마트-친환경 ‘액셀’ 밟는다

김현수 기자

입력 2019-01-28 03:00 수정 2019-01-28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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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시장 28년만에 판매감소 후폭풍



“내부적으로 중국을 가장 어려운 시장으로 보고 있다.”

주우정 기아자동차 재경본부장(전무)은 최근 서울 서초구 기아차 본사에서 4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기아차 중국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9.4% 하락했다. 주 본부장은 “미중 무역전쟁, 금융규제 강화 등으로 중국 내수가 부진해 중국 자동차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2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 시장 위축이 한국 자동차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해 중국 자동차 판매량은 약 2234만 대로 전년 대비 5.9% 하락했다. 28년 만의 역성장이다. 미중 무역 갈등이 촉발한 중국 자동차 판매량 하락에 기아차뿐 아니라 현대차도 전년 대비 판매량이 8.6% 떨어졌다. 중국 전체 자동차 판매량 하락폭보다 한국 자동차 하락폭이 큰 것이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폴크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 혼다, 도요타 등 외국계 합작사(JV)와 지리 등 중국 기업으로 양분돼 경쟁 중이다. 미중 무역갈등은 중국 자동차 시장 재편을 가속화하면서 무역갈등 당사국인 미국뿐 아니라 외국계와 중국 차 사이에서 존재감을 잃어가던 한국 차에까지 불똥이 튀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 中 차 시장, 한미 휘청, 일 펄펄

지난해 미국 차는 중국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GM과 포드의 지난해 전년 대비 판매량 감소분은 약 76만 대로 전체 중국 판매량 감소분(약 140만 대)의 절반이 넘었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7∼12월 미국 차에 관세 40%를 물렸기 때문이다.

유럽도 중국 자동차 위축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 판매량 1위 폴크스바겐의 지난해 연간 판매량은 0.4% 늘어 선방한 것처럼 보이지만 지난해 12월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4.0% 하락하는 등 하반기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독일 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생산하는 독일 자동차의 중국 수출 물량은 37% 하락했다.

반면 도요타(13.5% 증가) 등 일본 차, 지리차(22.5% 증가) 등 중국 일부 차량은 중국 수요 급감 와중에서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도요타는 올해 중국 판매 목표 증가율을 8%라고 발표하는 등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도요타의 고급 라인인 렉서스가 지난해 중국 판매량이 14% 급증했고 중국 정부의 친환경차 위주 정책으로 하이브리드 판매량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지난해 미국 차를 뺀 나머지 수입차 관세를 낮춘 혜택을 일본이 가져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로이터 등 일부 외신은 지난해 10월 중일 정상회담 등으로 양국 경제 협력이 강화된 점을 일본 차의 선전 배경으로 꼽기도 했다.


○ “신차·친환경차에 답 있다”

올해에도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자동차 시장 위축이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자동차 업체들도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다. 특히 현대·기아차는 기술력 신뢰도가 높은 일본 차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워 급성장한 중국 차 사이에서 존재감을 발휘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차의 중국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는 최근 인력 조정 등 비용 절감에 나선 상태다. 구자용 현대차 IR 담당 상무는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생산 운영 최적화와 비용 절감으로 중국 내 수익성을 높이고 중장기적으로 스마트, 친환경, 고성능 기술을 선도해 일본 브랜드와의 경쟁 구도로 중국 브랜드와 차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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