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 비움이 행복 채움의 시작”… ‘업의 그릇을 비워라’ 18쇄 행진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입력 2019-01-24 03:00 수정 2019-01-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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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무명 스님의 행복론

무명 스님의 ‘그대는 알겠는가’는 몇 년간 불교계 방송에서 화제가 됐던 프로그램이다. 일상에서 겪는 삶의 문제를 불교 교리로 풀어낸 생활 법문이었다. 이 법문들은 지난해 11월 ‘업의 그릇을 비워라’(1만5000원·쌤앤파커스·사진)라는 책으로 출간됐다. 독자들의 반응이 좋아 벌써 18쇄를 찍었다. 최근 부산 금정구 무명사에서 스님을 만났다.


―방송과 책은 어떤 차이가 있나.

“방송용 법문이야 늘 하는 일이니 비교적 편하게 했다. 책은 실제 법문보다 최소한으로 줄여서 냈다. 글이라 더욱 조심스러웠다.”


―왜 업(業)의 그릇을 비워야 하나.

“현대인들은 재욕, 식욕, 색욕, 명예욕, 수명욕 등 다섯 가지 욕락(慾樂)에 깊이 빠져 있다. 그런데 이 욕망들은 채우면 채울수록 더 허기지는 업의 그릇이다. 마음의 행복은 먼저 이 그릇을 비우는 데서 시작된다.”

‘업의 그릇…’은 귀에 솔깃한 사례를 통해 불교의 핵심을 쉽게 전달한다. 해외 포교로 잘 알려진 숭산 스님(1927∼2004)과 기적을 보여주면 불교 신자가 되겠다는 이의 대화다. “오늘 밥을 먹고 왔느냐.” “네, 스님.” “그럼,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느냐.” “스님의 법문을 듣고 있습니다.” “그래 그것이 기적이다. 하루 밥을 먹고 힘을 쓰며 법문을 듣고 있는 게 어찌 기적이 아니란 말인가!”

술술 넘어가는 책과 달리 이날 만난 무명 스님은 “기도 열심히 하며 살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최근 지구촌행복나눔이라는 국제구호단체를 설립했다.

“20세 때 부모님을 떠나보냈다. 13세 때부터 혼자서 먹고사는 걸 해결해 춥고 배고픈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안다. 쌀이 필요하면 쌀로, 공부가 필요하면 공부로, 제가 능력이 닿는 한 주변을 돕고 싶다.”

경남 하동에서 태어난 스님은 뒤늦게 출가를 결심해 전남 순천 선암사에서 용하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책의 후반부에는 스님 삶의 단편과 인연이 닿지 않아 쉽지 않았던 출가 사연이 나온다.


―불교 종단 하면 조계종을 많이 떠올리는데 어려움은 없나.

“어려움은 없다. 조계종 아니면 스님이 아닌 것도 아니고. 혹 누군가 물으면 저는 그냥 부처님 종단, 나 홀로 종단이라고 한다.(웃음)”


―사는 게 쉽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럼 우선 웃음 보시부터 시작해 봐라. 돈 들지도 않고 웃음 속에는 모든 것이 다 담겨 있으니까. 부처님 말씀이 화안애어(和顔愛語) 아닌가. 아름다운 꽃처럼 평화스러운 미소를 짓고 사랑스러운 말만 할 수 있다면 날마다 좋은 날이 될 수 있다.”

부산=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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