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외국인 계절근로자 주선해 ‘과메기철 인력난’ 덜었다

장영훈 기자

입력 2019-01-22 03:00 수정 2019-01-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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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난 해결 위해 2017년 도입
5년 근무하는 고용허가제와 달리 90일간 머물러 불법체류 억제 효과
포항시, 수산물 품질 인증제 도입… “6차산업으로 개발 가능성 커”


19일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식품가공업체 한솔과메기를 찾은 이강덕 포항시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베트남 출신 근로자들에게 건조 작업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19일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의 과메기 생산업체 한솔과메기 작업장. 베트남인 근로자 응우옌 반도 씨(41)가 웃으며 기자를 맞았다. 응우옌 씨는 “한솔과메기 작업장과 숙박시설이 (베트남) 최고 수준급이라서 만족스럽다. 고향 가족과 영상통화를 할 때 자랑도 했다”고 말했다.

응우옌 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를 통해 이곳에서 일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2015년 법무부가 농어촌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 최장 5년을 근무하는 고용허가제와 달리 농번기 90일간 일한다. 한국에 결혼이민을 온 여성들의 초청으로 오는 경우가 많다. 응우옌 씨도 약 10년 전 한국인 남성과 결혼해 포항에 정착한 그의 처제를 통해 기회를 잡았다. 처제의 소개를 받은 포항시가 주선한 것이다. 그는 2017년 11월∼지난해 1월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한솔과메기에서 일했다.

28일 출국한다는 응우옌 씨는 “올해 과메기 판매가 감소하면서 시간외수당이 줄다 보니 지난해보다 많이 벌지는 못해 아쉬웠다. 그래도 이만한 직장이 없다. 내년에도 일하러 오고 싶다”고 말했다.


○ 수산업 인력난 해소


이강덕 포항시장(왼쪽에서 네 번째)과 권영태 포항시 우수 수산물 해선생 대표(왼쪽에서 세 번째) 등이 9일 경북 포항시 북구 장성동에 개소한 해선생 홍보판매센터에서 제품을 보여주고 있다. 포항시 제공
한솔과메기에서는 응우옌 씨를 포함해 외국인 계절근로자 4명이 2년 연속으로 일했다. 최해식 한솔과메기 대표는 “다들 성실한 데다 어느 정도 숙련돼 손발이 잘 맞는다. 여건이 되면 내년에도 같이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올해 일감이 줄면서 이들이 근무시간을 채우지 못했지만 임금을 그대로 챙겨줬다.

포항 어촌은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일할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겨울철마다 과메기 가공, 오징어 건조 업체에서는 인력난을 호소해왔다. 2003년 과메기 가공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최 대표는 “당시에는 서로 일하겠다는 어르신이 넘쳐 누구를 써야 할지 난감했지만 이제 그분들은 거동이 불편하고 주변에서 젊은이 보기가 힘들 정도다”고 말했다.

구인난 해소에 팔을 걷어붙인 포항시는 2017년 11월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처음 받아들였다. 지난해 1월까지 과메기 가공업체 등 47개 업체에 외국인 계절근로자 125명을 지원했다. 올해는 53곳에 169명을 지원했다. 지난해보다 34% 늘었다. 시는 업체들의 지원 요청이 계속 늘자 어촌인력육성 전담부서(TF)를 신설해 관리하고 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편의를 위해 출입국 때 교통수단을 제공하고 일하는 동안 고향 음식도 대접할 계획이다.

19일 한솔과메기 작업장을 찾아 응우옌 씨를 비롯해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을 만난 이강덕 포항시장은 “멀리 타향에서 일하느라 마음고생이 많을 것이다.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재선 포항시 수산행정팀장은 “법무부에 업체당 배정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기존 4명에서 8명으로 늘려 달라고 건의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3월 업체를 대상으로 제도 설명회를 열고 필요 인원을 파악한 뒤 6, 7월경 법무부로부터 최종 인원수를 받아 업체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고부가가치 수산자원 개발


포항시는 인력난 해소와 함께 수산업에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는 어선장비 현대화와 어촌관광 활성화, 친환경 어항 조성을 전략 과제로 정했다.

특히 특산물인 과메기를 문화관광산업과 연결하는 사업은 성과를 내고 있다. 2016년 7월 문을 연 구룡포읍 과메기문화관(옛 동부초교 터)은 지역 명소로 자리 잡았다. 과메기 가공업의 역사와 생산 과정, 구룡포항에서 즐길 수 있는 문화, 관광, 먹을거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가상현실(VR)과 3차원(3D) 영상을 접목한 바다 체험, 옥상전망대에서의 동해 감상은 어린이에게 인기 있다. 누적 관람객은 약 70만 명이다. 과메기문화관에서 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구룡포항∼구룡포시장∼호미곶 광장을 잇는 코스도 반응이 좋다.

시는 지난해 10만 명이 찾은 장길리 복합낚시공원과 신창2리 어촌체험마을의 체험 및 시식 프로그램을 늘리고 과메기문화관과 연계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신창2리는 지난해 12월 정부 ‘어촌 뉴딜300’ 사업에 선정돼 2022년까지 어항시설을 확충하고 해양공원, 해양생태놀이터, 돌미역 가공센터 등이 조성된다.

포항시는 지방자치단체로는 이례적으로 수산물 품질을 자체 인증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포항에서 나는 수산물의 안전성과 대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제조 및 유통 관리 기준을 마련한 것. 앞서 9일에는 북구 장성동에 우수 수산물 홍보·판매센터 ‘해선생(海鮮生)’을 열었다. 시가 인증한 업체 7곳의 과메기, 가자미, 갈치, 성게알, 문어, 오징어, 코다리, 바닷장어, 아귀, 젓갈류, 밥식해, 생선구이세트를 판매하고 있다. 시는 해선생을 전국적인 브랜드로 육성하기 위해 온라인과 홈쇼핑을 활용한 직거래 판매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 시장은 “포항의 수산자원과 레저, 휴양 기능을 접목한 6차산업 개발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본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민관의 지혜를 모으겠다”고 말했다.

포항=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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