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 절반 우울감… 그중 34%는 ‘위험’

동아일보

입력 2019-01-18 03:00 수정 2019-01-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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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첫아이를 출산한 최모 씨(30)는 아직도 ‘그날 밤’을 잊지 못한다. 갓 100일이 지났을 무렵 밤새 보채며 우는 아이를 자신도 모르게 소파에 던질 뻔했다. 출산 후 잠을 제대로 못 자면서 쌓인 스트레스가 결국 폭발한 것이다. 남편은 출근을 핑계로 2, 3시간마다 깨는 아이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얼마 뒤 병원을 찾은 최 씨는 “산후우울증 증세가 보인다”는 진단을 받았다. 최 씨는 “첫아이를 ‘독박 육아’로 키우고 나니 둘째를 가질 마음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출산 전후로 갑작스러운 신체 및 생활패턴의 변화를 겪는 산모 중 절반 이상이 ‘산후우울감’을 겪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산모들의 평균 산후조리 기간은 약 32일로 출산 후 몸이 회복되는 데 필요한 기간인 ‘산욕기(평균 6∼8주)’에 크게 못 미쳤다. 이런 결과는 보건복지부가 17일 발표한 ‘2018 산후조리 실태조사’에 담겼다. 정부가 산후조리 실태조사를 한 것은 처음이다.

2017년 출산한 산모 2911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9월 설문조사한 결과 산모의 50.3%는 산후조리 기간에 산후우울감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응답자의 33.9%는 출산 후 9∼20개월이 지난 조사 시점에도 ‘산후우울 위험군’에 속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들 중 22%는 산후우울감 해소에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산후조리는 친정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했다. 집에서 산후조리를 할 때 가장 많은 도움을 준 사람으로 ‘친정 부모와 친정 가족’을 꼽은 응답(49.8%)이 가장 많았고, 이어 산후도우미(30%), 배우자(13%) 순이었다. 응답자들은 “남편이 육아 정보를 찾거나 아이를 재우는 데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비싼 산후조리 비용도 산모를 힘들게 했다. 응답자의 75.1%가 산후조리원을 이용했는데, 평균 13일을 머물면서 약 221만 원을 지불했다. 지난해 8월 기준 서울시가 집계한 산후조리원 이용 가격은 155만∼960만 원이었다.

이 때문에 산모의 건강 회복과 경제적 부담 완화를 위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많았다. 특히 조사 대상의 51.1%는 산후조리원 경비의 직접적 지원을 요청했다. 육아휴직 활성화(22.7%)와 출산휴가 기간 확대(10.5%)를 바라는 목소리도 높았다. 양성일 복지부 인구정책실장은 “향후 3년마다 산후관리 실태조사를 진행해 산모 특성에 따른 건강관리와 산후조리 지원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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