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튀는 무대…힐링하며 연기해요”

양형모 기자

입력 2019-01-18 05:45 수정 2019-01-18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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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명 강박증 환자들의 에피소드를 그린 연극 톡톡. 노수산나(왼쪽)와 황만익은 각각 동어반복증 릴리와 계산벽 벵상을 맡아 유쾌하면서도 여운이 진한 연기를 보여준다. 사진제공|연극열전

“원주율은 삼쩜일사일오구이육오삼오팔구칠구 …”.

“한 번 보여달라”고 쿡 찔렀더니 줄줄줄 쏟아져 나온다. 배우 황만익이 연극 ‘톡톡(Toc Toc)’에서 맡은 역할은 벵상. 뭐가 됐든 계산하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 ‘계산벽’ 증세를 갖고 있다.

배우 노수산나는 동어반복증을 앓고 있는 ‘릴리’. 자신이 한 말을 꼭 한 번 더 해야 하는 증세다. 이밖에도 ‘톡톡’에는 시시때때로 욕이 튀어나오는 뚜렛증후군, 질병공포증후군, 확인강박증, 대칭집착증 환자가 등장한다. 6명의 강박증 환자들은 이 분야 치료의 대가인 스텐 박사를 기다리며 대기실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낸다.

“두 분에게도 강박증 같은 게 있나요?”라고 물었다.

“나도 몰랐는데 분장실에서 나만의 루틴이 있더라. 무대 올라가기 10분전에 아로마오일을 목에 바르고, 핸드크림을 바르고, 바디로션을 바르고 … (노수산나)”

“주로 뭘 발라야 하는구먼(황만익)”.

황만익은 운전하다 차가 막히면 손톱을 물어뜯는 강박증 같은 습관이 있다. “운전석 오른쪽 박스를 열어보면 그 안에 (물어뜯은) 손톱이 가득 …”이라는 말에 노수산나가 “아우!”하며 상상하기도 싫다는 듯 두 손으로 눈을 가렸다. 두 사람과의 인터뷰가 마치 공연의 한 장면 같다.

고등학생 신분으로 SBS 공채 탤런트 최종심사까지 진출했던 황만익은 서울예대에서 연극을 전공한 뒤 서울시극단에서 배우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김의경 단장의 권유로 현대극단의 뮤지컬 ‘해상왕 장보고’에 출연하게 됐는데, 이것이 본격적인 뮤지컬 배우로서의 출발점이 됐다. 이때 황만익에게 밀려 배역을 놓친 배우가 무려 엄기준이라는 후문이 있다.

“그동안 대극장 뮤지컬, 라이선스 작품을 주로 했는데 40대 중반이 되면서 연기에 대한 고민을 다시금 하게 됐다(황만익)”. 그가 소극장 연극무대를 찾은 이유다.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다는 황만익과 달리 노수산나는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 부모님이었단다. 열 살 때 인천의 성인극단이 주최한 어린이 영어연극프로그램을 통해 일찌감치 무대의 맛을 알게 됐다.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늘 그의 ‘장래희망’ 난에는 ‘연극배우’가 적혀 있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연기를 전공했고, 2009년 극단 차이무의 연극 ‘B언소’를 통해 데뷔했다. 이후 ‘너와 함께라면’, ‘오월엔 결혼할거야’, ‘우리 노래방가서 얘기 좀 할까’, ‘월남스키부대’, ‘올모스트메인’ 등의 연극에 출연했다. 요즘은 활동영역을 넓혀 영화, 드라마에서도 자주 얼굴을 볼 수 있다. 아참, ‘노수산나’라는 이름은 세례명이자 영어이름이다.

“톡톡은 공연을 하면서 내가 더 위로를 받고 있는 작품이다. 배우들의 눈빛, 작은 행동에서도 순수함이 느껴진다. 관객들께서 톡톡을 보시고 거창하지 않더라도 ‘작은 위로’를 받고 돌아가셨으면 좋겠다(노수산나)”.

“방금 멘트를 한 번 더 ‘동어반복’해줄 수 있겠느냐”고 했다가 웃음으로 거절당했다. 연극 ‘톡톡’은 2월 10일까지 서울 대학로 TOM 2관에서 공연한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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