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진출’ 배선우 “기다리고 또 기다렸죠”

고봉준 기자

입력 2019-01-18 05:30 수정 2019-01-1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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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JLPGA 투어 진출을 선언한 배선우는 최근 스포츠동아와 만나 “내 골프가 성숙해질 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며 숨은 속내를 밝혔다. 새 무대로 향하는 만큼 다부진 각오도 잊지 않았다. 사진제공 | KLPGA

연세대에 재학 중인 배선우(25·삼천리)는 마지막 캠퍼스 생활을 즐기고 있다고 했다. 졸업까지 필요한 학점을 마저 채우기 위해 계절학기를 다니면서 바쁜 겨울을 보내는 중이란다.

배선우가 이처럼 학업에 매진하는 이유는 새해 가뿐한 마음으로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 데뷔하기 위함이다. 쉽지 않은 도전을 앞둔 만큼 그간 미뤄둔 숙제를 하루빨리 마치고 새로운 무대로의 도약을 준비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지난해 11월 JLPGA 투어 퀄리파잉 토너먼트 최종전을 14위로 통과하면서 얻은 풀시드를 앞세워 올 시즌 일본 진출을 선언한 배선우를 최근 신촌 캠퍼스에서 만났다. 번듯한 유니폼 대신 평범한 대학생 차림으로 나타난 배선우는 “졸업까지 이제 한 과목이 남았다. 얼마 전에는 체육교육과 졸업 캠프도 다녀왔다”고 웃은 뒤 “어릴 적부터 일본 진출을 생각하고 있었다. 다만 그간 내 실력이 부족한 탓에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도전 시기가 조금 늦춰졌지만 이제라도 새 무대로 뛰어들 수 있어 기쁘고 설렌다”고 말했다.


●“학점도 은근히 높아요”

-최근 어떻게 지냈나.

“보다시피 열심히 마지막 학기를 다니고 있다. 학교 졸업까지 이제 1과목만 이수를 하면 돼서 계절학기를 수강 중이다. 얼마 전에는 체육교육과 동기들과 함께 스키장으로 졸업 캠프를 다녀왔다.”

-학업을 병행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보면 ‘운이 좋았다’고 말할 수 있다. 내가 13학번인데 1~2학년 때 골프가 너무 안 풀려서 오히려 학업에 더 집중하게 됐다. 덕분에 특기생 동기들은 물론 일반인 친구들과도 친해질 수 있었다. 학점도 은근히 높은 편이다(웃음).”

-운동은 잠시 쉬고 있나.

“일단 웨이트 트레이닝 정도만 하고 있다. 새로운 무대를 앞두고 있는 만큼 체력이 밑바탕이 돼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틈틈이 취미도 즐기고 있고….”

사진제공 | KLPGA
-어떤 취미인가.

“내가 아이스하키를 정말 좋아한다. 안양이나 고양에서 열리는 아시아리그 경기도 찾아가서 볼 정도다. 친분이 있는 선수들도 몇 명 있어서 응원도 한다. 아마 아이스하키를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을 것 같다.”

-JLPGA 투어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퀄리파잉 스쿨 최종전을 돌아보자면.

“솔직히 말하면 첫 번째 도전 만에 풀시드를 따낼 줄은 몰랐다. 그래도 지금 생각하면 1라운드와 2라운드는 경기가 정말 풀리지 않았다. 거의 포기 직전 상태였다. 그래서 ‘너무 간절해도 되지 않는구나’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다음에 다시 도전해야겠다는 마음마저 먹은 상태였다. 그런데 마지막 날 들어서자 처음부터 모든 샷과 퍼트가 풀리기 시작했다.”

●“일본 진출, 기다리고 또 기다렸죠”

-일본 진출을 결심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예전부터 JLPGA 투어에 대한 관심은 있었다. 또 언젠가는 저 무대로 가겠다는 욕심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내가 워낙 부족한 탓에 도전하지 못했다. 원래는 23~24살에 가려고 했지만, 이러한 부분 때문에 도전이 늦어졌다.”

-어떤 부분이 부족했나.

“그저 내 골프가 더 성숙해질 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비록 일본 진출이 한두 해 늦어졌지만 후회는 없다. 한국에서 더 담금질을 했다는 셈 치면 되니까 말이다.”

-이제 자리를 일본으로 옮긴다. 생활과 문화적인 측면이 크게 다를 텐데.

“다행히 남동생이 일본 교토에서 유학을 하고 있다. 곧 군에서 제대를 하고 일본으로 돌아가는 덕분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또 최근 일본 쪽 투어를 담당해줄 에이전트도 새로 구했다.”

-일본에서 활동 중인 동료들도 여럿 있다.

“신지애(31) 언니로부터 많은 조언을 들었다. 언니는 대학교 선배이기도 하고 2016년 퀸즈컵 우승 멤버라 평소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언니가 ‘나만 믿어라. 많이 도와줄게’라면서 큰 힘이 돼줬다.”

사진제공 | KLPGA
●“아이스하키 보며 스트레스 풀어요”

-일본 진출로 정든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를 잠시 떠나야한다.

“우승의 순간들이 스쳐 지나간다. 2016년 5월 E1 채리티 오픈에서 거둔 첫 우승도 기억에 남기도 하고….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우승 대신 준우승이 아직까지 가장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있다. 2015년 9월 한화 클래식인데 당시 노무라 하루(27·일본) 언니와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지고 말았다. 당시 패배는 아쉬웠지만 그때 아픔이 내게는 큰 계기가 됐다.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경험이라고 할까. 그 이후로는 아무리 연장전에 가도 긴장이 되지 않더라(웃음).”

-대상이나 상금왕 같은 개인 타이틀과는 인연이 없었다.

“상복이 있는 편은 아니다. 그래도 지난해 상금 2위에 오르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비록 상금왕 타이틀은 가져오지 못했지만 전체적으로 내 플레이에 뒷심이 생겼다는 점에 만족하고 있다.”

-동계훈련 시즌이 다가온다.

“곧 말레이시아 코타니카발루로 건너가 훈련을 시작한다. 3월 개막전에 맞춰 전체적인 스타일을 다잡고 동시에 숏게임을 보완할 계획이다.”

-도전을 앞둔 만큼 준비가 철저해야할 텐데.

“JLPGA 투어 퀄리파잉 토너먼트를 치르면서 느꼈다. 여기서도 만만한 선수들은 없다는 점을…. 기존 프로는 물론 아마추어들 역시 실력이 뛰어났다. 동계훈련 때 제대로 준비해놓지 않으면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까지 들었다.”

-목표는 역시 JLPGA 투어 신인왕일까.

“하하, 쉽지 않을 느낌이다. 방금 말한 대로 신인 자격으로 올라오는 선수들의 기량이 만만치 않다. 그래도 현재 신지애 언니를 비롯해 안선주(32), 이보미(31), 김하늘(31) 등 선배들이 일본에서 정말 큰 활약을 펼치고 있지 않은가. 언니들의 발자취에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뛰어 볼 생각이다.”

배선우가 스포츠동아 독자들에게 남긴 새해 인사.
●배선우는?

▲생년월일=1994년 3월 1일 ▲출신교=호수초~한영중~대원외고~연세대 ▲후원사=삼천리 ▲프로 데뷔=2013년 ▲KLPGA 투어 우승경력=2016년 2승(E1 채리티 오픈·이수그룹 챔피언십), 2018년 2승(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하이트진로 챔피언십)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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