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장 “폭언 등 조사 방해 행위 대처 방안 별도 검토”

뉴시스

입력 2019-01-07 17:36 수정 2019-01-07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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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욱 통계청장이 7일 가계동향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가구가 조사에 불응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과 관련, “단순 불응 가구에 대해 응답을 촉구할 목적으로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것이 기존 입장”이라고 밝혔다.

강 청장은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말하며 “다만 조사 환경이 바뀌는 과정에서 조사를 심각히 방해하는 요인이 초래될 수 있는데 그런 요인들에 대해선 장기적으로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통계청이 가계동향조사를 새롭게 개편해 적용하기 시작한 올해부터 조사 대상자가 응답을 거부할 경우 최대 2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는 한 언론 보도에 대한 해명이다. 강 청장은 “국민들께 최대한 끝까지 부탁드리고 자세를 낮춰 조사 취지를 설명하는 입장을 유지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라고 했다.

결국 조사를 단순 불응할 경우엔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것이 통계청의 최종 입장이다. 이는 통계청이 하루 전날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설명한 내용과는 차이가 있어 혼선이 빚어졌다. 통계청은 이 자료에서 “가계동향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가구가 조사에 불응하는 등 현장 조사 수행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경우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었다.

강 청장은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것이 아니라 검토할 계획이라고 했던 것”이라고 해명하며 “불응 가구에 대해선 과태료 부과 방안을 과거와 같이 채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명확히 했다. 다만 현장 조사 요원에 대해 조사 대상 가구의 폭언이나 폭력 등 행위가 있을 경우에 대해선 “조사 요원들을 위해서라도 그런 상황에 대한 조치는 계속 고민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강 청장은 이와 관련, “여러 방법을 검토하겠지만 꼭 과태료 부과일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는 조사를 심각히 방해하는 행위를 판단하는 기준에 대해선 “최근 점차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다만 응답률 저하에 따라 지난해 가계동향조사 개편 작업을 진행한 것이 계기가 됐냐는 질문엔 부인했다. 강 청장은 “응답률 저하에 대해선 1인 가구 증가나 개인 정보 보호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는 현상과 더불어 늘 고민해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언론 보도에 등장했던 조사 대상자에게 과태료 부과 가능성에 대한 선(先) 통지가 있었는지에 대해 강 청장은 “조사의 취지와 통계의 용도 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그런 언급이 있었다”며 “이전에도 과태료 부과 관련 고지가 이뤄진 적이 있었다”고 답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한 번도 부과한 적 없고, 실제 부과하겠다고 말씀드리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강 청장은 과태료 부과를 규정하고 있는 통계법 개정 여부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통계법 제41조에 따르면 통계작성지정기관이 실지 조사를 목적으로 요청한 자료의 제출 요구를 받은 자가 관계 자료의 제출 요구 또는 응답 요구를 거부·방해·기피하거나 거짓으로 응답할 경우 통계청은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법에 규정돼 있음에도 이 조항이 사실상 사문화된 데 대해 강 청장은 “기본적으로 지정 통계 조사에 응하는 것은 국민의 의무이지만 조사는 국민의 선의나 호의에 의해 이뤄지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고압적 자세로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이 자세를 과거 수십 년간 유지해왔다”고 밝혔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김의겸 대변인을 통해 과태료 부과 안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해당 조치에 대해 “시대에 뒤떨어진 행정 조치”라고 일갈하며 인센티브(incentive)를 제공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강 청장에 따르면 청와대는 보도된 것과 관련된 사실관계를 통계청 측에 확인하진 않았다.

다만 통계청은 인센티브, 즉 조사 답례품(조사 필수품)의 금액을 인상시키는 문제는 예산을 고려해야 한다는 제약이 있어 신중히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통계청은 가계동향조사를 개편하면서 가구당 답례품 비용을 5만원에서 6만5000원으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강 청장은 이와 관련해 “통계청 입장에서도 인센티브를 높이고 싶지만 좀 더 고민해보고 현실적인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행정자료 등 다른 자료를 이용하는 방안도 꾸준히 모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계청은 2016년부터 가계소득동향을 분리해 소득 통계는 분기별로, 지출 통계는 연간으로 발표하고 가계금융복지조사를 통해 연간 소득 통계를 발표하다 지난해부터 그 이전 방식으로 되돌리기로 했다. 소득과 지출 통계를 연계해 보다 정확하고 시의성 있는 가계동향조사를 수행하기 위한 개선 작업이라는 것이 통계청 측의 설명이다.

개편과 함께 올해부터 조사 방식도 면접 조사에서 가계부 기재 방식으로 변경됐다. 면접 조사로 인해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에서다. 이에 따라 표본 가구로 선정된 전국 7200여가구는 매일 수입과 지출을 포함한 가계부를 써야 한다.

가계부 기재 방식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 됐던 것 아니냐는 의문에 강 청장은 “가계부 기장 자체가 응답 부담을 많이 지우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그 자체가 문제라 보긴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가계부를 통한 지출 조사는 다른 나라에도 있는 사례이며, 우리나라에서도 지금까지 그렇게 진행해 왔다. 올해 달라진 건 아니다”며 조사 방식의 개편에 따라 생긴 문제는 아니라고 했다.

통계청은 소득·지출 조사와 관련해 국민들의 응답 부담을 낮추기 위한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은행 계좌의 입·출금 및 카드 거래 내역을 조회하고 이를 입력할 수 있는 ‘전자가계부’의 개발을 올해 하반기 중으로 완료해 응답 가구의 편의를 높일 계획이다. 응답 과정에서 어려움이 생겨 표본가구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못할 경우에 대해선 해당 불응 가구와 유사한 특성을 갖는 가구를 대체하는 방법을 고려 중이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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