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분해 ‘친환경 플라스틱’ 가능할까

동아일보

입력 2018-12-31 03:00 수정 2018-12-3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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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팀, 미생물 활용 플라스틱 분해 성과 잇따라

육지를 넘어 바다까지 진출한 플라스틱 폐기물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미생물에 의해 빠른 속도로 자연 분해되는 친환경 플라스틱 개발이 시급해진 이유다. 블루픽셀이미징 제공
‘플라스틱의 역습’이라는 말이 떠오르는 한 해였다. 미세플라스틱이 바다 생물의 목숨을 위협하고 식탁까지 침범해 왔다. 국내에서는 4월 재활용업체들의 수거 거부로 시작된 ‘쓰레기 대란’이 폐플라스틱에 대한 경각심을 높였다. 8월부터는 카페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이 제한됐고, 일부에서는 빨대를 종이로 대체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가 26일 발표한 ‘올해의 10대 과학기술 뉴스’에도 플라스틱의 역습이 이름을 올렸다.

과학자들은 플라스틱의 역습을 막을 대안으로 미생물이 만드는 친환경 플라스틱에 주목했다. 이미 옥수수나 감자 등 식물과 미역 등 조류에서 원료를 뽑는 친환경 플라스틱이 있지만, 식물을 키우거나 원료를 추출할 때 오염물질이 발생했다. 미생물은 그런 염려가 없었다.

알렉산더 골버그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환경학과 교수팀은 미역을 원료로 플라스틱을 만드는 미생물을 찾아 국제학술지 ‘생물자원기술’ 24일자에 발표했다. 바닷속에서 미역을 먹고 살아가는 ‘할로페락스 메디테라네이’라는 미생물이 폴리하이드록시알카노에이트(PHA)라는 바이오 플라스틱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 미생물을 이용하면 마치 염전에서 소금을 얻듯 바다에서 친환경 플라스틱을 만들 수 있다. 골버그 교수는 “이스라엘은 다른 국가처럼 농지와 담수가 풍부하지 않아 식물을 키워 플라스틱을 만들 수 없다”며 “이 때문에 바다에서 만드는 법을 찾았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미생물로 플라스틱을 만드는 연구가 활발하다. 이상엽 KAIST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팀은 올해 1월 유전자를 개량한 대장균을 이용해 포도당으로 페트(PET)병의 원료인 방향족 폴리에스테르를 생산하는 데 성공해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했다. 2016년에는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쉽게 분해되는 친환경 고분자물질인 폴리락테이트코글라이콜레이트(PLGA)를 만드는 대장균을 만들어 발표했다. 박진병 이화여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2016년 녹조나 미역 같은 조류에서 지방산을 분리한 뒤 미생물과 반응시켜 자동차나 항공기 내장재와 엔진룸에 쓰는 ‘중쇄카르복실산’이라는 플라스틱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거꾸로 석유로 만든 기존의 폐플라스틱을 미생물로 분해하는 연구도 활발하다. 2016년 요시다 쇼스케 일본 교토대 연구원팀이 재활용 폐기물 시설 부근에서 우연히 PET를 분해하는 미생물을 발견하고 효소 두 개를 분리해 ‘사이언스’에 발표하면서 관련 연구가 시작됐다. 이상엽 교수는 올해 1월 이 미생물 효소의 구조를 밝혀 PET를 분해하는 원리를 알아내고, 이를 이용해 분해 효율을 36시간 동안 32.4%까지 높이는 데 성공해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했다. 존 맥기헌 영국 포츠머스대 생명과학대 교수 역시 이 미생물이 지니는 분해 효소의 구조를 바꿈으로써 PET 분해 성능을 개선해 4월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이 교수의 연구는 플라스틱 제조와 분해를 모두 아우르며 올해 과총 10대 국내 과학기술 뉴스의 연구개발 성과 부분 1위에 올랐다. 이 교수는 “플라스틱 산업이 친환경 화학산업으로 재편될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윤신영 ashilla@donga.com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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