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창우]전문가의 판단을 떠난 삼바 회계 문제
이창우 서울대 경영대 교수
입력 2018-12-28 03:00 수정 2018-12-28 03:00
이창우 서울대 경영대 교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가 지난봄부터 나라를 들썩이더니 현재도 진행형이다. 필자는 회계가 ‘회계가 아닌 영역’에서 ‘회계가 아닌 이유’로 논란이며 정작 회계 전문가의 전문가적 판단은 주요 고려사항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쟁점 중 하나는 자회사에 대한 연결회계에서 실질 지배력 판단을 위해 만기가 불특정한 아메리칸 콜옵션의 실질권리 여부에 대한 판단이다. 이는 교육과정 체계로 본다면 고급회계 주제이고, 재무관리와 파생상품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며, 기업가치평가라는 고도의 전문 과정이 수반된다. 바이오산업에 대한 깊은 이해와 회계처리 당시의 업계 현황 및 경쟁관계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판단할 수 있는 문제다. 필자가 이렇게 구구절절 설명하는 이유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가 한눈에 맞고 틀림이 쉽게 결정되는 사안이 아니라 고도의 전문가적 판단이 필요했음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이다.한국은 2011년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하며 이전의 규정(rule) 중심 회계기준 대신 원칙(principle) 중심으로 전환함을 천명했다. 전자가 특정 사항별로 구체적 규정을 둬 가부를 결정한다면 후자는 원칙에 기반해 기업이 경제적 실질을 보다 잘 반영할 수 있도록 전문가 판단을 거쳐 회계처리를 하도록 한 것이다. 이는 전문적 판단에 따라서는 동일 사안에 대해 복수의 회계처리 방법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삼성의 외부 감사 과정에는 대형 회계법인에 속한 수십 명의 회계사가 직간접적으로 관여돼 있다.
이들은 감사 절차를 수행하면서 전문가적 판단을 했을 것이고 감리 과정에서도 그들의 논리와 근거를 소명했을 것이다. 그런데 회계 학계와 업계의 전문가조차도 의견이 분분한 사안에 대해 금융당국은 고의적 회계분식이 명백하다고 결론 내렸다. 주요 근거는 삼성의 내부문건으로 삼성이 주주사 및 회계법인과 사전에 의견을 교환하며 자의적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기업의 일반적인 회계 의사결정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며 자의적 판단 여부는 여전히 모호해 보인다.
회계 전문가들은 자본주의의 파수꾼으로 불린다. 회계 전문가들이 적절한 회계처리였다고 전문가적 판단을 내렸다면 그 결과는 존중돼야 한다. 물론 금융당국도 회계제도 선진화의 주역으로 분식회계 근절과 외부 감사인의 독립성 및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앞장서고 있는 회계 전문가 그룹임에는 틀림없다. 그렇다면 이번 사례처럼 어느 한쪽이 옳다고 명백하게 밝히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기업 및 외부 감사인의 의견과 금융당국의 견해를 모두 공개해 해석 차이를 투자자에게 알리고 그들이 판단하게 하는, 즉 시장의 판단을 구하는 게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었을까. 이제 공은 법정으로 넘어갔다. 또다시 회계 문제가 회계 전문가의 손을 떠나 다른 이들에 의해 다른 논리로 판단을 받게 됐다.
이창우 서울대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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