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1% 넘게 급락… “내년초까지 국내외 증시 약세장”

이건혁기자 , 김성모기자

입력 2018-12-27 03:00 수정 2018-12-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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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크리스마스’ 후폭풍

무너진 2030선 성탄절 휴장 후 다시 문을 연 코스피가 26일 미국 일본 등 글로벌 증시 급락의 여파로 전 거래일보다 1.31% 하락한 2,028.01에 마감했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주가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뉴시스
글로벌 금융시장을 덮친 ‘블랙 크리스마스’의 후폭풍에 국내 증시도 1% 넘게 하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정치적 리스크들이 당분간 해소되기 힘들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올해 연말은 물론이고 내년 초반까지도 국내외 증시의 약세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 코스피 1%대 하락


성탄절 휴장 이후 26일 개장한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7포인트(1.31%) 하락한 2,028.01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1일(2,024.46) 이후 약 두 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코스피는 개장과 동시에 전날 미국과 일본 증시 급락의 여파로 2,030 선이 무너졌다. 삼성전자(―0.9%), SK하이닉스(―0.5%)를 포함해 시가총액 상위 종목 20개 중 16개가 하락 마감했다.

이날 기관과 외국인 투자가들은 각각 3793억 원, 598억 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개인투자자들이 4700억 원 가까운 주식을 팔아치우며 증시 하락세를 주도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크리스마스 때 세계 증시가 폭락하자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됐다”며 “여기에다 개인들이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를 피하고자 해가 바뀌기 전에 보유한 주식을 내다팔면서 하락을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코스닥지수도 4.05포인트(0.60%) 하락한 665.74에 마감했다. 개인투자자들이 지난해 12월 26일(6135억 원) 이후 최대 규모인 3486억 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전날 5% 넘게 폭락했던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널뛰기를 한 끝에 0.89% 상승한 19,327.06엔으로 마감했다. 오후 장중 한때 1년 8개월 만에 19,000엔 선이 무너지기도 했지만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상승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올해 고점에 비해 여전히 15% 이상 떨어진 수치다.


○ 대통령 ‘세일즈’ 효과도 글쎄

코스피는 이달 들어 3.3% 하락했다. 같은 기간 15.5% 떨어진 미국 나스닥지수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14.7%), 일본 닛케이평균주가(―13.5%) 등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선방’한 셈이다. 하지만 이는 한국 증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탄탄해서라기보다는 앞서 10월 코스피 2,000 선이 무너지는 등 미리 조정을 받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블랙 크리스마스’를 이끈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 폐쇄) 장기화 우려가 여전하고 미중 무역전쟁,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등의 악재도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이 때문에 연말 ‘산타 랠리’가 사라진 데 이어 해마다 연초에 증시가 상승하는 ‘1월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변수가 남아 있고 한국의 경기둔화 우려도 내년부터 가시화될 수 있어 증시가 더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증시에 크리스마스 악몽을 선사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 시간) “지금은 미국 주식을 사들일 호기”라며 시장 달래기에 나섰지만 미국 증시가 반등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에는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기업들이 있다. 주식을 매입할 엄청난 기회”라고 언급하는 한편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에 대한 신임을 표했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경제가 더 좋아지기 어렵다는 ‘위기론’이 계속 힘을 얻고 있다. 올해 4분기(10∼12월) 기업 실적이 예상보다 좋게 나오지 않는다면 미국 증시는 계속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이나 일본 국채 등 안전자산에 투자하거나 일단 자산을 현금화한 뒤 시장 흐름이 좋아질 때 다시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건혁 gun@donga.com·김성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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