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또 세금 땜질 자영업 대책, 좋은 일자리 못 만들면 ‘백약이 무효’

동아일보

입력 2018-12-26 03:00 수정 2018-12-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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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금융위원회가 자영업자 지원 대책으로 연 2%대의 초저금리로 1조8000억 원을 대출해주고 6000억 원의 보증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일자리안정자금, 상가 임대료 제한, 카드수수료 인하, 편의점 출점 제한 등 연달아 발표되는 또 하나의 자영업 정책이다.

2%대 자영업 대출은 기준금리만 적용하는 노마진 대출에 무담보 신용대출이다.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의 자영업자 대출금리는 5% 중반 수준이다. 은행으로서는 이익이 전혀 없고, 회수 위험은 대단히 높다. 정부가 이 손실을 보전해 줘야 하는데 내년 예산에 2000억 원을 책정해 두었다. 결국 혜택은 해당 자영업자가 받고, 생색은 정부가 내고, 최종 부담은 국민 세금으로 고스란히 돌아오는 셈이다.

6000억 원 규모의 자영업 보증지원은 은행권이 마련한 사회공헌기금에서 이뤄진다. 정부의 자영업 대책이 사회공헌 차원에서 이뤄져야 할 사안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 밖에 자영업자의 연체 및 연대보증에 대한 빚 탕감 대책도 들어 있다.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은 이전 정부에서도 있었던 정책이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서는 사업당 지원금과 사업 건수가 부쩍 늘었다. 정부가 이런 대책을 쏟아낼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누구나 인정하듯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다. 당장 생존의 위협에 몰린 자영업자를 위해 정부로서 긴급 대책을 내놓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앞으로 이 같은 땜질 처방만 계속 되풀이할 수는 없는 일이다.

우선은 대통령이 시사한 대로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당장 최저임금이 20%가량 오르도록 한 노동부의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부터 이달 말 국무회의에서 보류해야 한다. 아울러 다른 나라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자영업자 비율을 낮추는 방안을 함께 마련해 중장기적 안목을 갖고 시행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라도 크고 안정된 기업, 그리고 양질의 보건 의료 금융업 등 서비스업에서 일자리가 대폭 늘어 자영업으로 갈 인력을 흡수해야 한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식으로 세금만 퍼부을 게 아니라 정부의 자영업 대책이 이런 종합적 시각에서 마련되고 이뤄지는지 다시 한번 검토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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