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뒤흔든 ‘트럼프 리스크’… 한국에도 먹구름

박용 특파원 , 박성민 기자

입력 2018-12-26 03:00 수정 2018-12-26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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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증시 폭락 ‘블랙 크리스마스’
美연방정부 셧다운 장기화 우려… 연준과 마찰 커지며 하락폭 키워
안전자산 선호 경향 뚜렷해져… 한국도 ‘1월 효과’ 기대 어려워
유가도 6.7% 브레이크 없는 폭락


‘트럼프 리스크가 국제금융시장을 강타했다.’

세계 경제에 대한 우려와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 대한 불안감으로 미국 주가가 폭락한 데 이어 일본 도쿄 증시에서 닛케이평균주가가 1년여 만에 20,000엔 선이 무너지는 등 전 세계 증시가 일제히 폭락했다.

24일(현지 시간) 미 연방정부 부분 셧다운(폐쇄)이 해를 넘길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개장한 뉴욕 증시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비판 트윗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의 금융당국 회의 소집 등 워싱턴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 세계 증시 폭락 촉발한 ‘트럼프 리스크’

뉴욕 증시는 1930년대 이후 12월 기준으로 최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크리스마스 전후 상승세를 타는 ‘산타 랠리’조차 실종됐다. 122년 역사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크리스마스이브에 이날처럼 큰 폭으로 떨어진 적은 없었다. 24일 뉴욕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2.91%,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71%, 나스닥지수는 2.21% 급락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3대 지수가 1% 이상 급락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미 언론들은 이날 뉴욕 증시 폭락의 원인으로 연방정부 셧다운, 제롬 파월 연준 의장 해임설 등 ‘트럼프 리스크’를 지목했다.

미 정부는 국경 장벽 예산을 놓고 여야가 접점을 찾지 못해 22일부터 셧다운에 돌입했다. 백악관 안팎에서는 셧다운이 내년 초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측근들과 파월 의장의 해임 방안을 논의했다는 보도는 시장의 불안을 증폭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트위터에 “우리 경제의 유일한 문제는 연준”이라며 “연준은 공을 맞히지 못해 점수를 낼 수 없는 힘센 골퍼와 같다. 그는 퍼팅을 못 한다”고 다시 맹비난했다. 다우지수는 트럼프 트윗이 전해지자 하락 폭을 키웠다.

뉴욕 증시 급락에 따라 25일 일본 등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도쿄 증시는 거래 개시 직후부터 매도 주문이 이어졌다.

한국 증시는 휴일인 이날 문을 닫았지만 향후 전망이 더욱 어두워졌다. 전문가들은 연말 상승장을 뜻하는 ‘산타 랠리’가 실종된 데 이어 연초의 ‘1월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마지막까지 버티던 미국 증시도 강세장이 무너진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다른 국가들도 현금 보유와 안전자산을 늘리려는 흐름이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국제 유가도 폭락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에 주가 급락까지 겹치면서 국제 유가는 또다시 폭락했다. 내년 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3.06달러(6.7%) 폭락한 42.53달러에 마감했고,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내년 2월물 브렌트유도 6.2% 폭락한 50.47달러에 거래를 마감하며 50달러 붕괴를 눈앞에 두고 있다.

주요 산유국이 감산 의지를 재확인했지만 유가의 급락세를 막지 못했다. 23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 이라크, 쿠웨이트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에너지 장관들은 이날 쿠웨이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일평균 120만 배럴의 감산 조치가 내년 상반기 공급 과잉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하면서 유가가 계속 하락할 경우 추가 억제책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원유시장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험 회피 성향 확산으로 유가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박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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