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대안 전시공간, 20년을 달려와 20년을 돌아보다

김민 기자

입력 2018-12-21 03:00 수정 2018-12-2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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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루비아다방 개관 20주년展

사루비아다방의 20주년 전시엔 그림이 없다. 그 대신 이 공간과 함께한 작가, 기획자, 관람객들의 목소리를 활자로 전시하며 지난 세월을 되돌아본다.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제공

멀리서 보면 무채색의 공간이지만 다가가면 미술인들의 내밀하고 솔직한 이야기가 활자로 소곤소곤 펼쳐진다. ‘작가주의 공간’을 표방하며 등장한 국내 1세대 대안공간인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이 어느새 개관 20주년을 맞았다. 사루비아의 20년을 함께한 작가, 기획자, 관람자가 참여한 전시 ‘프리퀄 1999-2018’이 서울 종로구 사루비아다방에서 관객들을 맞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20년 동안 열린 전시 107건에 참가한 작가 134명을 비롯해 기획자와 관람객까지 익명으로 설문에 답변한 내용을 만날 수 있다. ‘작가가 심리적 문제로 창작이 힘들 때 마음을 다스리는 법’부터 ‘기획자가 본 한국현대미술의 특수성과 가능성’, ‘관람객이 전시를 선별하는 기준’ 등 직군별로 다른 질문이 보내졌다. 윤전기 모양으로 세워진 롤러를 돌리고, 블라인드를 올려가며 적힌 활자들을 읽다 보면 한국 미술계를 이루고 있는 수많은 익명 구성원의 분위기가 그대로 전해진다. 겉에서는 조용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한국 미술계의 변화와 생존을 열망하고 있는 분위기다.

1999년 문을 연 사루비아다방은 당시만 해도 ‘5년 생존’이 목표였다. 학맥이나 인맥을 배제하고 전시 기획을 공모로 받아 큐레이터들이 만장일치로 선정하는 ‘오픈 콜’과 비영리 원칙을 뚝심으로 20년을 버텨왔고, 어느새 대안공간의 ‘기성세대’로 여겨지는 위치에 이르렀다.

사루비아다방의 황신원 큐레이터는 “그간 선보인 작가의 그림을 나열하기보다, 별난 사람으로 여겨지는 예술가의 솔직한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이 예술을 가까이 느끼는 기회를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내년 1월 11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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