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잡기가 하늘에 별따기”…택시 운행 중단에 시민들 ‘발 동동’

뉴스1

입력 2018-12-20 17:16 수정 2018-12-20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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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없어 이동 불편”…운행 택시도 여의도 방면은 ‘거절’
택시업계 국회 앞 대규모 집회…정오부터 여의도 일대 혼잡


전국택시노조 등 택시 4개 단체 회원들이 ‘카카오 카풀’에 반대하며 제3차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개최한 20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한 택시 차고지에 운행을 멈춘 택시들이 가득차 있다. 2018.12.20/뉴스1 © News1

“20분째 기다리는데 택시가 안 잡히네요.”

전국의 택시 노동자들이 운행을 멈추고 여의도 국회 앞으로 집결한 20일, 영등포역 택시 승강장에서 만난 이모씨(24·여)는 이렇게 말했다. 이씨는 “점심시간에 잠시 들를 곳이 있어 나왔는데 택시가 안 잡혀 못 가겠다”면서 “평소 같으면 택시가 줄 지어 있는 곳인데 한 대도 보이지 않는다”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이씨의 말대로 이날 서울 시내 도로에서는 빈 택시를 찾기가 어려웠다. 택시 호출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인 ‘카카오 택시’로 불러도 응답이 오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평소 택시 기사들의 ‘핫스팟’으로 일컬어지는 서울역과 신도림역 택시승강장도 이날만큼은 한산했다. 일부 빈택시들은 대부분 ‘휴무’ 표시등을 달고 있었고, 간혹 한 대씩 ‘빈차’가 올 때마다 승객들의 ‘탑승 경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울역에서 택시를 기다리고 있던 일본인 관광객 우오노씨(33·여)는 “30분동안 택시를 기다렸는데 빈 택시는 10분에 1대꼴로 오는 것 같다”면서 “한국에 자주왔는데 오늘처럼 택시가 없는 것은 처음봤다”고 말했다.

이날 택시를 잡기 어려웠던 것은 택시업계가 운행을 멈추고 대규모 집회를 열었기 때문이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택시 4개 단체는 이날 오후2시부터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카카오 카풀 반대 3차 집회’를 개최했다. 주최 측 추산으로 약 12만명의 택시업계 종사자들이 운집했고, 2000여대의 택시가 국회 일대로 모여들었다.

택시업계는 앞서 10월과 11월에도 각각 주최 측 추산 7만명, 4만명이 운집한 가운데 1, 2차 집회를 연 바 있다. 당시에도 영업 중단을 선언했지만, 이날은 앞선 2차례보다 훨씬 많은 기사들이 동참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10일 최모씨(57)의 분신 사망 사건 이후 처음 열리는 집회라는 것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택시 기사들 사이에서는 이날 택시 운행을 하는 동료들에 대해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에 택시 운행을 강행한 일부 택시기사들은 몸을 사리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운행 중이던 택시기사 A씨는 “오늘은 이 동네 가까운 곳에 가는 손님만 태우겠다”면서 “오늘 택시 운영하다 걸리면 노조 사람들에게 돌을 맞을 수도 있다. 실제로 아까 개인택시 한 대가 운행하다가 돌을 맞아 앞유리가 깨진 것을 봤다”고 말하기도 했다.

택시업계의 집회 시간이 임박한 정오를 전후로 경기·인천·충북 등 서울 이외 지역의 번호판을 단 택시가 여럿 보이기 시작했다. 여의도 일대는 인산인해를 이뤘고, 국회의사당으로 향하는 버스는 여의도환승센터까지만 운행한 뒤 회차하기도 했다.

택시기사 최씨의 분신사건 이후 택시기사들의 생존권에 대해 조명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시민들의 냉담한 반응은 여전했다.

집회가 열린 국회의사당 근처를 지나던 시민 송모씨(35)는 “택시가 없어 불편하긴 하지만 장기적으로 카풀 자체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대체제가 있으면 그것을 이요하려는 게 소비자들의 심리”라면서 “현재 상황 역시 택시기사들이 스스로 초래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김모씨(32)도 “택시가 없었지만 오히려 길이 한산해서 좋았고, 집회 장소 인근은 너무 복잡해 불편했다”면서 “택시기사들이 반대하는 이유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일반 시민들은 기사분들이 해왔던 것을 기억하기 때문에 불만이 많다. 카풀을 하고 안 하고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날 집회에 참석한 택시기사와 업계관계자들은 카풀이 정착되면 기사들의 생존권이 위협 받는다며 시민들의 이해를 호소했다. 택시기사 강모씨는 “카풀은 한 마디로 불법이다. 정식으로 허가받은 택시가 카풀을 하는 게 맞다고 본다”면서 “시민들의 불만도 이해하지만 아무래도 택시 요금 인상 등이 정착되면 서비스는 좀 더 나아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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