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마켓뷰]다른 길 가는 석유화학-정유산업

이도연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

입력 2018-12-18 03:00 수정 2018-12-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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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연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
유가의 영향을 크게 받는 석유화학과 정유업종은 주가도 유가와 대체로 유사한 흐름을 보여 왔다. 하지만 최근엔 두 산업이 갈림길에 들어섰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석유화학은 하락기에 접어든 반면에 정유는 상승기에 임박했다는 분석이다.

석유화학 부문은 제품군이 복잡하다. 그중에서도 뿌리 역할을 하는 기초제품은 석유화학산업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이다. 국내 대표 석유화학 기업들이 지난 3년 동안 전례 없는 실적을 나타낸 것은 에틸렌 가격 강세 덕분이었다.

하지만 올 하반기(7∼12월)부터 에틸렌 가격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미국의 석유화학 시설 증설로 공급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중국도 이에 가세하면서 향후 몇 년 동안은 에틸렌 공급 증가량이 수요 증가량을 크게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석유화학업종 투자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다. 에틸렌 시황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대형 석유화학주보다는 차별화된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중소형 화학주에 주목해야 한다. 석유화학설비 증설의 수혜주인 송원산업, 경기 민감도가 낮고 지속적인 설비투자로 고속성장기에 진입하는 삼양패키징, 그리고 주력 제품의 시황 개선이 예상되는 롯데정밀화학 등이 주목할 만하다.

특히 송원산업은 매출액의 70%를 차지하는 주력 제품이 산화방지제와 광안정제 같은 플라스틱의 필수 첨가제다. 제품의 수요는 석유화학 설비 증가에 따라 계단식으로 증가한다. 따라서 전 세계적인 석유화학 시설 증설 물결이 송원산업의 구조적 매출 향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플라스틱 첨가제 시장에서 송원산업은 점유율 20%로 세계 2위에 올라 있다.

정유업종은 전례 없는 변화의 시기를 맞닥뜨렸다. 중국은 내년부터, 국제해사기구(IMO)는 2020년부터 전 해상에서 황 함유량 규제를 실시한다. 이는 선박에서 사용되는 고유황 연료가 황 함유량이 낮은 등경유로 대체된다는 의미다. 국내 정유사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등경유 수요 증가분은 공급량을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정유사의 경우 수요가 사라질 고유황 연료유 비중은 미미한 반면에 등경유 비중이 높다. 황 함유량이 높은 두바이 원유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도 호재다.

탈석유 시대에 대한 불안감으로 기초 정유설비 증가량은 당분간 수요 증가량을 크게 하회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10년 후의 정제 제품 수요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초 정유설비 증설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공급 억제가 당분간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정제 마진이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도연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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