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을 다시 기회의 땅으로”

이은택 기자

입력 2018-12-18 03:00 수정 2018-12-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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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세계 최대규모 시장으로 성장… 내년 시장 개방 확대, 경기부양
국내 기업들 신제품으로 재무장… 중국 소비자들 사로잡기에 나서


게티이미지뱅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8일 중국 개혁개방 40주년 기념식에 맞춰 중앙경제공작회의를 열고 시장 개방 확대, 경기 부양 조치를 골자로 하는 2019년 경제 운용 방향을 내놓는다. 한국 기업들도 ‘중국 개혁개방 40년’을 계기로 중국 시장 공략에 힘쓰고 있다. 이미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 됐고 첨단기술 분야에서도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우주기술을 비롯해 스마트폰, 인공지능, 컴퓨터 등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분야에서 중국은 이미 미국, 일본, 유럽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경쟁하는 국가가 됐다.

한국 기업들은 이런 중국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중국 소비자들을 사로잡을 만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고, 중국 현지에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사업모델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세계 최대 시장으로 성장한 중국을 공략하기 위해 한국 기업들은 다양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국 현지 기업들과의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중국에서 미래기술 포럼을 열고 인공지능 솔루션을 선보이는 등 중국 시장 공략에 전력을 쏟고 있다. 삼성전자 DS부문 중국 총괄 주관으로 진행된 포럼에는 바이두 등 글로벌 기업들과 중국 내 스타트업들이 참가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등 각 사업부와 삼성디스플레이의 첨단 솔루션을 공개했다. 메모리사업부는 인공지능 시스템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HBM2 D램과 256GB D램 모듈, 16기가바이트 GDDR6 그래픽 D램 등 메모리 솔루션을 선보였다. 그전에는 베이징 내 영화관에 4K 해상도와 HDR 영상을 지원해 선명하고 생동감 넘치는 화질을 구현했다. 오닉스 스크린이 걸린 베이징 서우두 영화관은 1937년 베이징에 개관한 뒤 최초의 컬러 영화를 상영한 유명 영화관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대형 스크린에서 오닉스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어가겠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중국 현지 생산을 통해 보다 효율적인 식품 글로벌 전략을 펼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제품은 만두다. CJ제일제당은 2012년부터 광둥성 공장에서 ‘비비고 만두’를 생산하기 시작했으나 출시 초반에는 비싼 가격과 낯선 브랜드 등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2015년 주력 제품인 ‘비비고 왕교자’를 생산하며 매출 70억 원을 달성했고, 지난해는 약 400억 원의 성과를 거두며 크게 성장했다. 올해도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며 600억 원에 달하는 연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두피부터 만두소까지 신선하면서도 맛있고 다양한 조리가 가능한 ‘한국식 만두’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알렸다. 또 ‘비비고 옥수수 왕교자’ ‘비비고 배추 왕교자’를 출시하는 등 중국 현지화에 힘쓰고 있다.

CJ의 바이오 사업부문에서는 식품첨가제 핵산의 세계 최대 규모 시장인 중국을 제패하고 글로벌 톱 그린 바이오 기업을 향해 속도를 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연간 40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글로벌 핵산 시장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중국에서 압도적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 1위 공급자 지위를 확보하는 한편 글로벌 시장에서도 60% 이상의 시장점유율(생산량 기준)로 명실공히 1위에 올랐다.

CJ제일제당은 중국에서의 성장 덕분에 지난해 연간 핵산 전체 판매량이 20%가량 늘었고 올해도 비슷한 수준의 성장률을 기대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1977년 처음으로 핵산을 생산 및 출시한 이래 글로벌 시장 공략을 지속해왔다. 현재 중국 랴오청과 선양 지역에서 핵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 국민소득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업계에서는 현지 식품 시장 규모와 핵산 수요 역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이 같은 시장 변화에 발맞춰 앞으로도 생산 기반 확대와 원가경쟁력 강화를 통해 시장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2006년 상하이를 거점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한 멀티플렉스 영화관 CJ CGV는 12월 10일 기준 베이징 등 주요 도시에 110개 극장, 867개 스크린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 영화 시장은 스크린 수 기준으로 미국을 넘어 세계 1위 규모로 성장했고 약 300개의 멀티플렉스 사업자가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나아가기 위한 차별화 전략으로 CGV는 세련된 디자인과 다양한 특별관을 통해 중국 최고 프리미엄 극장 사업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CJ CGV는 중국 고객에게 가장 사랑 받는 영화관이 되기 위한 노력도 계속하고 있다. 전문 서비스 교육을 수료한 미소지기가 현장에 배치되어 있고 CGV만의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최첨단 설비, 우수한 운영 조직을 바탕으로 각종 영화 행사 및 제작 발표회의 단골 장소로 손꼽힌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중국에서 총 1만851대의 굴착기를 판매해 전년 판매량의 2배를 넘어서는 성과를 올렸다. 올해는 8개월 만에 지난해 판매량(1만851대)을 넘어섰고 한 해 판매 목표도 조기 달성했다. 그 결과 3분기(7∼9월) 건설기계 중국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2.2% 늘어난 1조613억 원을 기록했다. 중국 굴착기 시장점유율도 2015년 6.7%에서 올해는 8.5%까지 늘었다.

중국에서의 선전에 힘입어 두산인프라코어는 1∼3분기(1∼9월) 누적 매출 5조 9468억 원을 달성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중국에서의 굴착기 판매가를 지난해보다 16% 늘었고(1분기 기준) 지난해 초 55% 수준이었던 현금 판매 비중도 올 2분기(4∼6월)에는 86%까지 늘었다.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인프라 및 광산 시장에서의 수요 증가로 수익성 높은 중대형 굴착기의 판매 비중은 2016년 29%에서 최근 40%로 크게 늘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중국에서의 특수장비 다양화, 경제형 부품 개발, 서비스 솔루션 등 애프터마켓 사업 강화로 견고한 사업구조를 구축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두산은 이외에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최근 전사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두산인프라코어가 중국 시장에서 5G 원격제어 기술을 비롯해 첨단 정보통신기술(ICT)를 활용한 다양한 디지털 솔루션을 선보였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원격제어와 함께 선보인 ‘3D 머신 가이던스’ 시스템은 굴착기의 붐(Boom)과 암(Arm), 버킷(Bucket) 등 작업 부위와 본체에 부착된 센서로 굴착 작업의 넓이와 깊이 등 3차원 정보를 정밀하게 측정해 작업자에게 제공하는 기술이다. 또 굴착기와 휠로더, 굴절식 덤프트럭 등 건설장비를 원격으로 모니터링하는 텔레매틱스 서비스 두산커넥트도 선보였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전통적 제조업일수록 디지털 혁신을 통한 차별화의 결과는 더욱 크게 나타난다. 첨단 기술을 더욱 고도화하고, 디지털 혁신 과제들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한 단계 뛰어 올라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해 나가자”고 말했다.

구자열 LS 회장은 평소 중국 시장의 잠재력과 기술 발전 속도에 대해 자주 언급하며 그룹의 중국 사업 현황을 직접 챙기고 있다. 구 회장은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중국 기업들의 약진을 보고 “첨단 기술 분야는 물론 정보통신, 제조업 등 전 산업 분야에서도 중국은 이미 한국을 추월했다”고 말했다. 또 “LS가 주력으로 하고 있는 전력, 자동화, 그리드 분야에서만큼은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과 적극 협력하는 등 중국을 위협이 아닌 기회의 땅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임직원에게 주문했다. 6월에도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한중 고위급 기업인 대화에 참가해 한중 양국 경제인들에게 “4차 산업혁명의 파고를 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동아시아 기업인들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LS그룹은 연구개발, 생산, 영업 등 전 분야에서 중국 법인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사업성과를 창출하는 한편 박애위생원을 건립하고 다양한 이공계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등 동반 성장의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LS는 2005년 중국 우시시에 약 33만 m² 규모의 산업단지를 만들며 진출했다. LS의 주요 계열사들이 현지 15곳 거점에 9개의 생산법인을 구축했다. 또 베이징, 상하이를 비롯한 20여 곳에 생산 및 판매법인, 연구개발센터 등을 만들고 약 5000명의 현지인을 채용했다. LS는 전력 케이블을 비롯해 전력 및 자동화기기, 트랙터, 사출성형기, 자동차부품, 전자부품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대했다. 전력 인프라와 기계, 부품 사업 등에서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자회사 슈페리어에식스(SPSX)를 제외하곤 약 82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매출 1조 원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도 연구개발, 생산, 영업 등 모든 분야에서 중국 법인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LS그룹은 중국에서 다양한 이공계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등 중국과의 동반성장의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한샘은 중국에 직영매장을 열고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시스템을 구축해 사업을 확장 중이다. 한국과 달리 중국은 아파트를 지을 때 시멘트 골조 상태로 분양해 소비자가 직접 건자재와 가구, 생활소품 등을 인테리어 업체와 계약하고 집을 꾸민 후 입주한다. 최근에는 한국의 인테리어 업체 같은 ‘인테리어 대리상’들이 소비자를 대신해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한샘은 중국인들의 라이스프타일을 반영한 제품으로 소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대표 제품이 ‘조손동반침대’다. 중국 대도시에서는 조부모가 아이들을 돌보는 가정이 많고 조부모와 아이들이 한 침대에서 자는 경우도 다반사다. 한샘은 이러한 가정을 위해 1층은 성인용 침대, 2층은 아동용 침대가 결합된 ‘조손동반침대’를 선보여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한샘은 중국에 진출하기 전에 중국소비자 공략을 위한 연구도 철저히 했다. 중국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연구하고 이를 토대로 공간 솔루션을 제안한 것. 신혼부터 중고등생 자녀까지 고객의 생애주기를 6단계로 나누고 대표적인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15개 대표적인 공간을 선보였다. 또 고객이 이를 실제로 체험할 수 있도록 집 전체를 꾸며놓은 모델하우스도 만들었다. 고객은 이를 통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 자녀의 연령, 평형대와 유사한 모델하우스에서 최적의 집 꾸밈 노하우를 얻어갈 수 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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