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차는 첨단기술이 곧 안전… 음주-졸음운전 막게 될 것”

서형석 기자 , 구특교 기자

입력 2018-12-17 03:00 수정 2018-12-17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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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운전 차보다 사람이 먼저다]<23>유럽, 기술 확보 경쟁치열

2015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5’에서 히라이 가즈오 소니 회장이 자사의 이미지센서가 자율주행 등 첨단자동차에 들어갈 미래를 소개하고 있다. 히라이 회장은 “차의 앞뒤와 좌우 등 사각지대에 이미지센서를 설치해 교통안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동아일보DB
2015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박람회 ‘CES 2015’에서 일본 전자업체 소니는 한 해 사업계획을 소개하는 자리에 자동차 그림을 띄웠다. 히라이 가즈오(平井一夫) 소니 회장은 운전자가 보기 힘든 자동차의 ‘사각지대’ 측면, 전면 등 7곳을 강조하면서 “전 세계 차들의 이 부분에 소니의 이미지센서가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미지센서는 카메라에 쓰이는 화상(畵像)처리 반도체다. 그는 “사고를 예방하고 안전한 주행을 위해 자동차에서 (이미지센서) 수요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율주행에 필요한 첨단기술이 교통안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을 알린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 자율차 안전성이 수익으로 연결

동아일보 취재팀은 자율주행차(자율차) 상용화를 2년가량 앞둔 유럽의 산업과 정책, 시민사회, 관련 기술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유럽에서는 자율차가 교통안전 수준을 한층 더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마이크 호스 영국자동차제조판매협회(SMMT) 회장이 10월 4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의 SMMT에서 본보와 만나 자율주행차 등 첨단자동차의 시장 가능성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런던=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영국은 2013년 시험운행을 시작하는 등 자율차 상용화를 가장 빨리 준비한 국가 중 하나다. 런던에서 만난 영국자동차제조판매협회(SMMT) 마이크 호스 회장은 자율차 확산의 전제조건으로 ‘안전’을 꼽았다. 충돌과 졸음운전 등을 막는 첨단 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보급이 증가한 것처럼 안전이 확보돼야 자율차 시장도 커질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호스 회장은 “한 해 영국에서 팔리는 차의 70%가 능동형긴급제동장치(AEBS) 등 ADAS를 장착하고 있다. 첨단장치가 사고를 줄여 보험료를 아끼게 하는 것처럼 자율차는 교통안전 관련법을 강화하는 것보다 더 큰 안전과 이익을 사회에 안겨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쿠르트 보데비히 독일도로안전협회(DVW) 회장이 10월 8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 DVW 본부에서 "자율주행차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안전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베를린=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시민사회는 ‘운전자의 변함없는 책임’을 강조했다. 독일도로안전협회(DVW)의 쿠르트 보데비히 회장은 “찰나의 순간에 자율차가 사고를 경고하는 건 기술의 책임이지만, 사고가 벌어지면 책임소재 규명에 논란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자율차는 안전차’ 사회적 합의 이뤄져야”

국제교통포럼(ITF)에서 자율주행차 등 첨단차 관련 연구를 하고 있는 필리프 크리스트 선임연구원이 10월 9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본부에서 본보 취재진에게 세계 자율주행차 안전 동향을 소개하고 있다. 파리=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전문가들은 “자율차가 안전하게 도로를 달리려면 과제가 적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프랑스 파리에서 만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국제교통포럼(ITF)의 필리프 크리스트 자동화차량·안전담당 선임연구원은 “미국에서 한 해에 발생하는 교통사고의 90%는 운전자 과실”이라며 “이론적으로는 운전대가 없는 완전 무인 자율주행 단계인 ‘레벨5’에서는 사고가 모두 없어져야 하지만, 예측하지 못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운전대가 있지만 비상 상황에서만 사람이 운전하는 ‘레벨4’ 자율주행 중에는 운전자가 음주운전, 휴대전화 사용 등 ‘일탈행위’를 할 우려도 있다. 실제 독일의 한 자동차 제조사는 자율차 주행실험을 하던 연구원이 운전석에서 졸기도 했다. 차량에 문제가 생길 경우 이에 대처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는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자율주행 기술은 이런 위험을 줄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차량이 보행자와 다른 차 등 주변을 제대로 파악해 제때 속도를 줄이거나 비상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많은 상황을 가정한 실험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유럽의 자율주행 연구는 ‘안전’에 중점을 두고 있다. 스웨덴의 국립도로교통연구소(VTI)는 자율주행 중 운전자의 신체 변화를 감지하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차량이 완전 자율주행으로 달리다가 수동으로 운전 상태가 바뀔 때 운전자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다. 자율주행 중 긴장을 풀거나 졸던 사람이 운전을 하게 되면 갑작스러운 신체 변화로 예기치 못한 불상사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스웨덴 린셰핑에서 만난 안나 아눈드 VTI 도로안전연구원은 “센서를 통해 신체의 스트레스 수치 등 다양한 반응을 확인한다. 이를 통해 운전에 적합한 상태인지 점검하고, 만약의 음주운전이나 졸음운전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10일 경기 화성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자율주행차 실험도시 ‘K-City’에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실험 차량이 자율주행 중 어린이 보행자 마네킹을 감지하고 멈춰 서 있다. 화성=뉴스1
대중교통으로 쓰이는 대형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하면 버스가 자동으로 멈추고 승객이 탑승을 마치면 자동으로 출발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승객의 탑승 상태까지 모두 일일이 확인해야 했던 버스 운전사가 안전한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의 한현수 선임연구원(사진 왼쪽)이 동아일보 기자에게 자율주행차가 전방의 사람과 물체를 감지해 멈춰 서는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화성=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박수정 한국교통안전공단 선임연구원은 “국내에서도 자율차 관련 연구개발(R&D), 실험도시 ‘K-City’ 구축 등 기술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자율차가 도로를 주행하기 위해서는 국민이 ‘자율차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런던·베를린·파리=서형석 skytree08@donga.com / 린셰핑·브뤼셀=구특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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