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웃 구할 심폐소생술 이제 자신”
김예윤 기자
입력 2018-12-17 03:00 수정 2018-12-17 19:04
서울 시민안전파수꾼 교육 현장
“재난-위기 대처할 10만명 양성”… 市, 2015년부터 주민들에 교육
위기판단-행동요령-응급처치 등 3가지 프로그램 8시간 실습 체험
지난달 30일 서울 광진구의 서울시민안전체험관(광나루안전체험관). 제세동기가 가능한 심폐소생술 키트에 달린 선 2개를 안전교육 강사의 지시에 따라 마네킹에 연결한 임연희 씨(63·여)와 남숙자 씨(52·여)가 마네킹에서 잠시 떨어졌다. 제세동기가 환자의 상태를 분석하는 데 혼돈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잠시 후 기계에서 “제세동이 필요합니다”란 전자음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임 씨는 양손 깍지를 껴서 마네킹의 갈비뼈 사이 가슴을 압박했다.
“하나, 둘, 셋, 넷…여덟, 아홉, 열!”
두 사람은 온몸의 힘을 실어 가슴을 압박하는 심폐소생술(CPR)을 구호에 맞춰 10차례씩 3세트, 총 30차례 반복했다. “인공호흡은 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강사는 “인공호흡은 지속적으로 교육을 받아야 효과적으로 가능하고 또 타인의 입에 입을 갖다댄다는 거부감도 있다”며 “가슴을 압박하는 심폐소생술을 제대로 해주는 것만으로도 괜찮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받은 교육은 서울시 ‘시민안전파수꾼’이 되기 위한 프로그램 중 하나다. 서울시에서 2015년 양성을 시작한 시민안전파수꾼은 재난이나 위기 상황에서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안전에 대한 기본 소양을 갖춘 시민을 가리킨다. 서울시민의 1%인 10만 명 양성을 목표로 지난달 시민안전파수꾼 2기 교육이 시작됐다. 소방대원이 도착하기 전 응급처치나 대피 등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는 시민들을 길러내 큰 피해를 막자는 게 목적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재난 발생 시 인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는 ‘골든아워’는 지하철 객실 내 화재 3분, 심정지 4분, 대형화재 5분이다.
2015년 보건복지부가 조사한 ‘4개국의 일반인 심폐소생술 시행률’에서 한국은 일본(34.8%), 미국(33.3%), 싱가포르(20%)보다 압도적으로 낮은 8.7%로 꼴찌를 기록했다. 서울 도봉구에 거주하는 주부 임 씨 역시 ‘그런 일’에 자신 없는 시민 중 한 명이었다.
임 씨는 올해 5월 초등학생이 학교에서 배운 심폐소생술로 쓰러진 할아버지를 살렸다는 기사를 봤다. “‘어린아이가 어떻게 저렇게 했나’ 대단하다 싶으면서 문득 나는 가족이나 누군가가 쓰러졌을 때 응급처치를 못 해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월호 참사 이후 대형재난이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알아둬야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특별한 계기가 없었고 어디서 배울지도 막막했다.
그러던 중 임 씨는 이웃인 남 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서울시에 안전교육을 해주는 게 있다더라”는 이야기를 듣고 의기투합해 함께 교육을 받게 된 것이다. 두 사람을 포함해 시민 2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이날 이뤄진 교육은 시민안전파수꾼이 되기 위해 이수해야 하는 프로그램 중 ‘CPR 등 응급처치’다. 시민들은 ‘안전의식 및 위기상황 판단’과 ‘재난대응 표준행동요령’ 등 총 3가지 프로그램을 8시간 동안 배우게 된다.
서울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1기 파수꾼 교육을 받은 시민들 중 적극적인 시민들은 직접 2기 프로그램의 도우미로 활동하기도 한다”며 “1%는 적은 수로 보이지만 1명이 스스로는 물론이고 100명, 나아가 서울시민 1000만 명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재난-위기 대처할 10만명 양성”… 市, 2015년부터 주민들에 교육
위기판단-행동요령-응급처치 등 3가지 프로그램 8시간 실습 체험
지난달 30일 서울 광진구의 광나루 서울시민안전체험관에서 시민들이 강사에게서 심폐소생술 방법을 배우고 있다. 이 교육은 서울시 ‘시민안전파수꾼’이 되기 위한 프로그램의 하나로 이뤄졌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제세동기의 한쪽 선은 오른쪽 쇄골 아래, 한쪽 선은 왼쪽 옆구리에 부착하시고…떨어지세요!”지난달 30일 서울 광진구의 서울시민안전체험관(광나루안전체험관). 제세동기가 가능한 심폐소생술 키트에 달린 선 2개를 안전교육 강사의 지시에 따라 마네킹에 연결한 임연희 씨(63·여)와 남숙자 씨(52·여)가 마네킹에서 잠시 떨어졌다. 제세동기가 환자의 상태를 분석하는 데 혼돈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잠시 후 기계에서 “제세동이 필요합니다”란 전자음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임 씨는 양손 깍지를 껴서 마네킹의 갈비뼈 사이 가슴을 압박했다.
“하나, 둘, 셋, 넷…여덟, 아홉, 열!”
두 사람은 온몸의 힘을 실어 가슴을 압박하는 심폐소생술(CPR)을 구호에 맞춰 10차례씩 3세트, 총 30차례 반복했다. “인공호흡은 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강사는 “인공호흡은 지속적으로 교육을 받아야 효과적으로 가능하고 또 타인의 입에 입을 갖다댄다는 거부감도 있다”며 “가슴을 압박하는 심폐소생술을 제대로 해주는 것만으로도 괜찮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받은 교육은 서울시 ‘시민안전파수꾼’이 되기 위한 프로그램 중 하나다. 서울시에서 2015년 양성을 시작한 시민안전파수꾼은 재난이나 위기 상황에서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안전에 대한 기본 소양을 갖춘 시민을 가리킨다. 서울시민의 1%인 10만 명 양성을 목표로 지난달 시민안전파수꾼 2기 교육이 시작됐다. 소방대원이 도착하기 전 응급처치나 대피 등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는 시민들을 길러내 큰 피해를 막자는 게 목적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재난 발생 시 인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는 ‘골든아워’는 지하철 객실 내 화재 3분, 심정지 4분, 대형화재 5분이다.
2015년 보건복지부가 조사한 ‘4개국의 일반인 심폐소생술 시행률’에서 한국은 일본(34.8%), 미국(33.3%), 싱가포르(20%)보다 압도적으로 낮은 8.7%로 꼴찌를 기록했다. 서울 도봉구에 거주하는 주부 임 씨 역시 ‘그런 일’에 자신 없는 시민 중 한 명이었다.
임 씨는 올해 5월 초등학생이 학교에서 배운 심폐소생술로 쓰러진 할아버지를 살렸다는 기사를 봤다. “‘어린아이가 어떻게 저렇게 했나’ 대단하다 싶으면서 문득 나는 가족이나 누군가가 쓰러졌을 때 응급처치를 못 해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월호 참사 이후 대형재난이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알아둬야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특별한 계기가 없었고 어디서 배울지도 막막했다.
그러던 중 임 씨는 이웃인 남 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서울시에 안전교육을 해주는 게 있다더라”는 이야기를 듣고 의기투합해 함께 교육을 받게 된 것이다. 두 사람을 포함해 시민 2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이날 이뤄진 교육은 시민안전파수꾼이 되기 위해 이수해야 하는 프로그램 중 ‘CPR 등 응급처치’다. 시민들은 ‘안전의식 및 위기상황 판단’과 ‘재난대응 표준행동요령’ 등 총 3가지 프로그램을 8시간 동안 배우게 된다.
서울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1기 파수꾼 교육을 받은 시민들 중 적극적인 시민들은 직접 2기 프로그램의 도우미로 활동하기도 한다”며 “1%는 적은 수로 보이지만 1명이 스스로는 물론이고 100명, 나아가 서울시민 1000만 명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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