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차가 교통안전 수준 높일 것”…‘안전’에 중점 둔 유럽 자율주행 연구
런던·베를린·파리=서형석 기자 , 린셰핑·브뤼셀=구특교 기자 , 화성=최지선 기자
입력 2018-12-16 16:23 수정 2018-12-17 00:41
2015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5’에서 히라이 가즈오 소니 회장이 자사의 이미지센서가 자율주행 등 첨단자동차에 들어갈 미래를 소개하고 있다. 히라이 회장은
“차의 앞뒤와 좌우 등 사각지대에 이미지센서를 설치해 교통안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동아일보DB
2015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박람회 ‘CES 2015’에서 일본 전자업체 소니는 한 해 사업계획을 소개하는 자리에 자동차 그림을 띄웠다. 히라이 가즈오(平井一夫) 소니 회장은 운전자가 보기 힘든 자동차의 ‘사각지대’ 측면, 전면 등 7곳을 강조하면서 “전 세계 차들의 이 부분에 소니의 이미지센서가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미지센서는 카메라에 쓰이는 화상(畵像)처리 반도체다. 그는 “사고를 예방하고 안전한 주행을 위해 자동차에서 (이미지센서) 수요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율주행에 필요한 첨단기술이 교통안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을 알린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 자율차 안전성이 수익으로 연결
동아일보 취재팀은 자율주행차(자율차) 상용화를 2년가량 앞둔 유럽의 산업과 정책, 시민사회, 관련 기술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유럽에서는 자율차가 교통안전 수준을 한 층 더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마이크 호스 영국자동차제조판매협회(SMMT) 회장이 10월 4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의 SMMT에서 본보와 만나 자율주행차 등
첨단자동차의 시장 가능성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런던=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쿠르트 보데비히 독일도로안전협회(DVW) 회장이 10월 8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 DVW 본부에서 "자율주행차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안전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베를린=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 “‘자율차는 안전차’ 사회적 합의 이뤄져야”
국제교통포럼(ITF)에서 자율주행차 등 첨단차 관련 연구를 하고 있는 필리페 크리스트 선임연구원이 10월 9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본부에서 본보 취재진에게 세계 자율주행차 안전 동향을 소개하고 있다. 파리=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전문가들은 “자율차가 안전하게 도로를 달리려면 과제가 적지 않다”고 입을 맞췄다. 프랑스 파리에서 만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국제교통포럼(ITF)의 필리페 크리스트 자동화차량·안전담당 선임연구원은 “미국에서 한 해 발생하는 교통사고의 90%는 운전자 과실”이라며 “이론적으로는 운전대조차 없어 사람이 운전에 개입할 수 없는 완전 무인 자율주행 단계인 ‘레벨5’에서는 사고가 모두 없어져야 하지만, 예측하지 못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운전대가 있어 비상상황시에만 사람이 운전을 하는 레벨4 자율주행 중에는 운전자가 음주운전, 휴대전화 사용 등 ‘일탈행위’를 할 우려도 있다. 실제 독일의 한 자동차 제조사는 자율차 주행실험을 하던 연구원이 운전석에서 졸기도 했다. 차량에 문제가 생길 경우 이에 대처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는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자율주행 기술은 이런 위험을 줄이는데 집중해야 한다”며 “차량이 보행자와 다른 차 등 주변을 제대로 파악해 제때 속도를 줄이거나 비상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많은 상황을 가정한 실험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유럽의 자율주행 연구는 ‘안전’에 중점을 두고 있다. 스웨덴의 국립도로교통연구소(VTI)는 자율주행 중 운전자의 신체변화를 감지하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차량이 완전 자율주행으로 달리다가 수동으로 운전 상태가 바뀔 때 운전자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다. 자율주행 중 긴장을 놓거나 졸던 사람이 운전을 하게 되면 갑작스런 신체변화로 예기치 못한 불상사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스웨덴 린셰핑에서 만난 안나 아눈드 VTI 도로안전연구원은 “센서를 통해 신체의 스트레스 수치 등 다양한 반응을 확인한다. 이를 통해 운전에 적합한 상태인지 점검하고, 만약의 음주운전이나 졸음운전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중교통으로 쓰이는 대형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하면 버스가 자동으로 멈추고 승객이 탑승을 마치면 자동으로 출발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승객의 탑승 상태까지 모두 일일이 확인해야 했던 버스 운전사가 안전한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만난 로렌스 에트키손 유럽교통안전위원회(ETSC) 연구원은 “자율주행이 가능해져 사고를 피할 수 있는 기술들이 개발되더라도 안전만큼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자율차 시대의 첫 조건은 ‘안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박수정 한국교통안전공단 선임연구원은 “국내에서도 자율차 관련 연구개발(R&D), 실험도시 ‘K-City’ 구축 등 기술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자율차가 도로를 주행하기 위해서는 국민이 ‘자율차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런던·베를린·파리=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린셰핑·브뤼셀=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사진=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 시속 100km 달리던 자율차 운전대에서 두 손 떼니… ▼
화성 ‘자율주행차 실험도시’를 가다
“이제 자율주행 모드로 들어가겠습니다.”
10일 경기 화성시 자율주행차실험도시(K-City)의 고속주행 시험 구간. 한현수 한국교통안전공단 선임연구원은 시속 100㎞로 달리던 자율주행차(자율차) 운전대에서 서서히 두 손을 뗐다. 차량에 동승한 본보 취재진은 순간 호흡을 멈추고 지켜봤다.
긴장도 잠시, 차는 스스로 매끄럽게 운전을 이어갔다. 곡선 구간에 다다르자 자동으로 시속을 80㎞로 낮췄다. 안전한 주행을 위해 도로의 곡률이 심하면 속도를 낮추도록 설계돼 있다. 다른 차와의 간격도 스스로 조정했다. 앞 차와 간격이 좁아지자 자동으로 속력이 줄었다. 차로를 바꿀 때도 마찬가지였다. 왼쪽 차로 변경 신호를 주었는데 다른 승용차가 있자 ‘left risk(왼쪽 위험)’ 버튼에 불이 들어왔다. 자율차는 일정 거리가 확보 된 뒤에야 차로를 바꿨다.
10일 자율차 실험도시인 K-City가 문을 열었다. K-City는 자율차 기술 상용화를 위해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조성한 32만㎡ 규모의 실험도시다. 고속도로와 도심, 주차장 등 실제와 거의 유사한 환경을 만들어 다양한 주행 실험이 가능하도록 했다.
자율차가 교통수단 혁신뿐만 아니라 교통안전을 크게 개선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자율차는 운전자의 실수 자체를 차단함을써 교통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다. 지난해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69%(2891명)가 운전자 안전의무 불이행으로 사망했다.
이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자율차도 주행 연습에 한창이었다. ETRI의 자율차는 신호등과 횡단보도가 있는 도심 구간을 집중 주행했다. 차 외부에 붙어있는 카메라 센서가 빨간불과 파란불을 구분했다. 시속 30㎞를 지키면서 중앙버스전용차로가 있는 편도 4차로의 복잡한 사거리에서 신호가 바뀌자 곧바로 정지선에 맞춰 멈췄다.
보행자를 인지하는 능력도 뛰어났다.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 성인 보행자가 나타나자 빠르게 속도를 줄여 사고를 방지했다. 이날 연습주행을 맡은 ETRI 민경욱 박사는 “악천후에도 신호와 보행자를 정확히 구분할 수 있도록 성능을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우 한국교통안전공단 K-City 준비팀장은 “K-City는 세계적 수준의 자율차 실험공간으로 대기업은 물론 스타트업과 대학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면서 “자율차의 상용화와 안전성 확보를 앞당길 수 있도록 실험 데이터를 축적하겠다”고 말했다.
화성=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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