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침> ‘미투’ 열풍에…‘암수율’ 높은 성희롱·데이트폭력 검거 늘어

뉴시스

입력 2018-12-13 15:21 수정 2018-12-13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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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우리나라를 강타했던 ‘미투(Me Too)’ 열풍에 힘입어 성희롱, 데이트폭력 등 그간 신고율이 낮아 검거가 어려웠던 범죄의 검거 건수가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13일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8’을 보면 지난해 성희롱 접수 건수는 294건으로 조사됐다. 2013년 240건, 2014년 235건, 2015년 203건, 2016년 205건에 비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이다. 성희롱 사건 접수 건수를 전체 주민등록인구 수로 나눈 발생률 역시 올랐다. 지난해 발생률은 0.6%로 2013~2014년 0.5%, 2015~2016년 0.4%보다 상승했다.

지난해 접수된 성희롱 사건 피해자 중 여성이 86.1%를 차지했다. 남성은 13.9%에 불과했다. 연령별로 보면 20대가 34.0%, 30대가 33.5%로 전체의 절반을 넘는 67.5%를 구성했다. 40대(19.0%), 50대(7.0%), 20대 미만(5.5%), 60대 이상(1.0%) 등이 뒤를 이었다.

전체 성폭력 범죄 건수는 2007년 1만4000건 수준에서 2016년 2만9357건까지 올랐다. 인구 10만명당 56.8건, 하루에 80.4건, 시간당 3.4건의 성폭력 범죄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죄 유형별로 보면 데이트 폭력과 함께 가정 폭력에서의 검거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지난해 데이트폭력 범죄 검거 인원은 1만303명으로 1년 전(8367명)보다 1936명 많아졌다. 2014년 6675명 수준이던 것이 2015년부터 1년 전 대비 10% 이상씩 증가해 1만명을 넘어선 것이다. 같은 기간 발생률도 14.9%에서 19.9%까지 올랐다. 인구 10만명당 20명 정도가 데이트폭력으로 검거된다는 뜻이다. 지난해 인구 1만명당 가해자 수는 2.40명으로 20대에선 5.69명을 기록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강은영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은 “2016년 2월 전국 경찰서에 ‘연인 간 폭력 근절 특별 팀’이 구성되고 ‘연인 간 폭력 피해 집중 신고 기간’을 운영하는 등 형사·사법기관의 대응이 강화되면서 크게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가정폭력범죄자의 경우 검거 인원이 2013년(1만8000명) 전 해(9345명)의 2배가 넘는 수준으로 뛴 후 2015년에도 크게 증가했다. 검거 인원은 2016년 5만3511명을 기록한 후 지난해(4만5206명) 소폭 감소했다. 그러나 이는 2011년(7272명)에 비해선 큰 폭으로 개선된 수치다.

강 실장은 “가정폭력사범 검거 인원이 크게 늘어난 이유를 명확하게 규명하긴 어렵다”면서도 “가정폭력을 비롯한 데이트폭력, 성희롱 등은 피해를 입은 당사자의 신고와 경찰의 대처 방식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살인과 같은 명확한 행위 유형이 있는 경우와 달리 가정폭력 등은 피해자가 그것을 범죄로 인식하고, 신고했을 때 보호를 받고 가해자가 처벌받을 수 있는 인식이 바뀔수록 신고율이 늘어나 접수 건수도 많아진다”며 “신고율이 낮은 이런 종류의 범죄들을 범죄학에선 ‘암수율(暗數率·드러나지 않는 범죄의 비율)이 높은 범죄’라고 칭한다”고 부연했다.

가정 폭력 검거 인원의 증가세가 뚜렷한 반면 동종 재범자는 2012년을 제외하면 2011~2017년 내내 2000명대를 기록하며 큰 변화가 없었다. 이에 동종 재범률(동종 재범자를 전체 검거인원으로 나눈 값)은 2011~2012년 32%대에서 2013년 11.8%로 급감한 후 2016년엔 3.8%까지 떨어졌다. 지난해엔 소폭 오른 6.1%를 기록했다.
강 실장은 “가정폭력은 재범이 쉽게 발생하는 유형의 범죄다. 신고가 잘 안 되는 경우가 많고 신고가 돼도 처벌하지 않고 집으로 돌려보내는 경우가 있다”며 “가정폭력의 경우 신고 건수의 절대 수준 자체 못지 않게 재범자 비율이 중요한 지표”라고 했다.

그는 “이런 종류의 범죄 발생 건수가 늘어났다고 해서 꼭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짚으며 “사람들의 인식이 실제로 변화됨과 동시에 경각심도 높여주고 있기에 범죄 예방에도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한편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성폭력 범죄 관련 통계를 보면 살해, 강간 등 극단적 형태의 범죄 발생은 감소하고 있으나 강제 추행,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등 상대적으로 경미한 범죄는 늘어나고 있다.

사망 이외 미수, 예비, 음모 방조를 포함한 여성 대상 살인 범죄는 지난해 하루 평균 1.04건 발생했다. 발생 건수는 2007년 467건에서 2009년 570건까지 증가했으나 2013년 363건을 기록한 후 2016년까지도 300건대를 유지했다. 여성 살해 건수가 여성 주민등록인구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뜻하는 여성 살해 발생률도 2009년 2.3%에서 2016년 1.5%까지 줄었다. 남녀를 통틀어 살인 사건의 발생이 감소하고 있는 사회 현상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강 실장의 해석이다.

성폭력 범죄의 유형별 구성비를 보면 강간 등(강간과 강제추행이 구분되지 않은 경우)은 2007년 18.1%에서 2016년 0.7%까지 감소했다. 같은 기간 강간 등 상해·치상도 11.3%에서 2.5%로, 특수 강도 강간 등은 2.5%에서 0.2%로 줄었다. 강간 등 살인·치사의 구성비 역시 0.2%에서 0.1%로 감소했다.

그러나 강제추행의 구성비는 같은 기간 37.3%에서 48.8%까지 증가했다.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은 3.9%에서 2015년 24.9%까지 뛰었다가 2016년 17.9%로 소폭 감소했다. 이밖에 통신 매체를 이용한 음란 행위가 1.7%에서 3.8%로 2배 넘게 늘었다. 불법 촬영 등을 포함한 디지털성범죄 발생 건수도 2011년 2476건에서 2015년 8869건으로 꾸준히 늘다 2016년(6364건) 소폭 줄었다.

김 실장은 “최근 성폭력 범죄의 급격한 증가는 심각한 유형보다는 스마트폰 보편화로 인한 불법 촬영 등에 의한 것”이라고 분석하며 “디지털 성범죄는 지난해 불법 촬영 문제가 사회적 쟁점이 됨에 따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부처 협의체가 구축되고 관련 수사가 본격화돼 다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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