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현 박종회 개인전, ‘동양사상의 한국적 표현’

양형모 기자

입력 2018-12-13 11:12 수정 2018-12-13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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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화가 창현 박종회가 2013년 이후 5년 만에 개인전을 연다.

최근 그린 대작 50여 점과 소품 50여 점으로 마련한 전시회다. 주제는 ‘동양사상의 한국적 표현’.

매화, 강변풍경, 선현을 주된 소재로 한 그림을 통해 어떻게 과거의 회화 전통을 딛고서 미래의 미술을 만들어내야 할지에 대한 박종회의 문인적인 답변을 들을 수 있다.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1·2관 전관에서 12월12일부터 18일까지 개최된다.

박종회는 어린 시절 효당(曉堂) 김문옥(金文鈺·1901-1960)으로부터 한학을 배웠고, 고당(顧堂) 김규태(金奎泰·1902-1966)에게서 서예를 익혔다.

이 두 사람은 뛰어난 유학자 율계(栗溪) 정기(鄭琦·1879-1950)의 문하에서 이당(二堂)이라 불리던 인물이다.

따라서 박종회는 문인의 기초 교양을 습득할 기회가 있었다. 그림의 경우에는 작가 스스로 밝혔듯이 지홍(智弘) 박봉수(朴奉洙·1916-1991)로부터 5개월 정도 배운 것이 전부이다. 그것도 문인화풍과는 달랐기에 결국 독학으로 연마한 셈이다.

전통시대의 예술에서는 그림과 글씨를 구분하지 않았고 서화(書畵)라고 묶어 생각했다. 박종회는 그림뿐만 아니라 글씨에서도 높은 성취를 이루었다.

1983년 서울 어린이대공원에 세워진 독립운동가 고하(古下) 송진우(宋鎭禹· 1890-1945) 동상의 제목과 일대기의 각자(刻字)를 위한 글씨를 쓴 이래로 수많은 비석과 기념비의 휘호를 담당했다.

자신의 그림에도 제목과 제시를 직접 써 넣는데, 흥미롭게도 한자와 한글을 나란히 쓰는 경우가 많다. 고전의 시문뿐만 아니라 향가, 애국시, 현대시 등을 다양하게 인용한다.

이렇게 볼 때 박종회는 동년배 화가들에 비해 문인화에 필요한 기본 소양을 충실하게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신식학문의 등장으로 전통 한학은 극소수 학자들에게서만 계승되고, 그림과 글씨가 서로 다른 예술 분야로 분리되는 상황에서 박종회의 작품은 과거의 문인화 전통과 단단한 연결고리가 있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2013년 인사아트센터에서 개최된 개인전 이후 5년 만에 다시 열리는 대규모 전시회다. 지난 1년간 집중적으로 제작한 출품작 중에서도 작가가 더욱 힘을 쏟았고, 개인적으로 애착을 가지고 있는 것은 매화그림과 강변그림이라고 한다.

위대한 문인들인 도연명(陶淵明·365-427), 김정희(金正喜·1786-1856) 등에 대한 계속되는 오마주도 눈길을 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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