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중독 질병분류땐 업계 연매출 兆단위 감소”

신무경기자

입력 2018-12-13 03:00 수정 2018-12-13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게임중독, 질병코드화 논란]<下> 성장세 위축우려 업계 긴장


이달 초 열린 ‘무역의 날’ 행사에서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만든 개발사 펍지는 무역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6억 불 수출의탑’ 상을 받았다. 대통령이 상을 주는 기업은 1%(1264곳 중 10곳)도 안 되는데 게임회사가 삼성전자와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한국무역협회 측은 “지난해 카카오게임즈에 이어 2년 연속 게임사가 대통령에게 직접 상을 받았다. 게임산업의 위상을 보여주는 대목이다”고 말했다.

불과 두 달 전인 10월 11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장.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게임장애 질병코드를 확정하면 한국도 곧바로 수용할 것”이라며 깜짝 발언을 했다. WHO는 앞서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내용의 국제질병분류(ICD) 개정안을 발표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복지부 장관의 말 한마디에 업계 종사자 모두가 질병을 전염시키는 보균자가 되어버렸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가 게임업계 종사자들을 한국을 빛내는 자랑스러운 ‘무역인’으로 치켜세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질병을 확산시키는 ‘보균자’ 취급을 하면서 7만7000여 명에 이르는 게임업계 종사자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게임산업 매출은 연간 13조 원으로 성장했고, 연간 19%가 넘는 수출증가율을 보이며 국익에 기여하고 있지만 ‘게임중독의 질병코드화’로 인해 성장세가 위축될 수 있어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12일 서울대 산학협력단이 연구한 ‘게임 과몰입 정책 변화에 따른 게임산업의 경제적 효과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복지부 방안이 2022년부터 시행될 경우 게임업계 매출이 연간 ‘조(兆)’ 단위의 타격을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2011년 셧다운제(0시부터 오전 6시까지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조치) 도입 후 게임산업 매출이 타격을 입은 사례를 기반으로 게임중독 질병코드화로 인한 게임시장 위축 규모를 산출했다. 이에 따르면 국내 게임시장이 2023년 2조2064억 원, 2024년 3조9467억 원, 2025년 5조2004억 원가량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무엇보다도 게임중독 질병코드화로 인해 게임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사회적 여론이 악화되면 마케팅 효과가 감소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만회하려면 더 많은 비용을 집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53개 게임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절반 이상(55%)의 업체가 마케팅 비용 증가를 예상했다.

게임업계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또 다른 산업 규제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게임중독 예방이나 치유센터 설립 등이 강제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결국 투자를 받거나 양질의 인력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져 게임업계의 전반적인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게임중독 질병코드화를 도입하기 전에 우선 질병분류 기준 등을 상황에 맞게 수정·보완함으로써 정확성과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덕주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투자나 개발 노력 의욕을 저하시킬 것”이라며 “게임 과몰입 진단 기준을 만드는 과정에 게임 업계도 참여시켜 의견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